박정희 추모식 행사 후 12일 만에 재회동
'비윤계 영남 무소속 연대론' 의식 행보?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했다. 지난달 2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44주기 추도식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구를 찾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약 1시간 환담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 때 회동한 이후 12일 만이다. 비윤(非윤석열)계의 '신당 창당' 가능성과 '영남 무소속 연대설'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구광역시 달성군에 있는 박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박 전 대통령과 약 2주 만에 다시 만났다. 박정희 전 대통령 44주기 추도식에서 '조만간 찾아뵙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거실에서 즐겁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1시간가량 환담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는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이도운 대변인과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가 배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박정희 대통령 시절 당시 국정운영을 되돌아보면서 배울 점은 지금 국정에도 반영하고 있다"면서 박 전 대통령이 주재했던 수출진흥회의 자료를 언급했다. 이어 "자료를 읽어보니 재미도 있고, 어떻게 당시에 이런 생각을 했는지 놀라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온고지신이라고 과거의 경험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두 전·현직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정상외교활동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이 수소차에 관심을 표명했고, 윤 대통령은 최근 관련 산업 동향을 설명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두 사람은 날씨, 사저의 정원, 달성군 비슬산 등 가벼운 주제로도 대화를 나눴다. 박 전 대통령이 "어떻게 강아지를 6마리나 입양했냐"고 질문하자, 윤 대통령은 "처음에는 위탁 돌봄을 했는데, 정이 들어 입양하기 시작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대화를 마무리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해외 순방 일정이 많아 피곤이 쌓일 수 있는데 건강관리 잘하시라"라고 하자, 윤 대통령은 "지난번에 뵀을 때보다 얼굴이 좋아지신 것 같아 다행이다.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란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환담 후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함께 정원을 산책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의 환대를 세세하게 전했다. 이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지난해 4월에 윤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을 방문했을 때는 박 전 대통령이 집 안에서 맞았으나, 오늘은 현관 계단 아래까지 내려와 윤 대통령을 반갑게 맞았다"라고 했다. 또 박 전 대통령 사저 현관 진열대에 지난달 추모식 행사에서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도 놓여 있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이 차 중에서도 밀크티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홍차와 우유를 미리 준비했다. 홍차의 농도도 윤 대통령의 선호를 미리 파악해 맞췄다고 한다. 과일은 윤 대통령이 좋아하는 감과 배를 정성스레 준비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사저 방문에 앞서 대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 '2023년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 참석하고 대구의 전통시장도 방문했다. 7개월 만에 대구를 찾아 광폭 행보에 나선 것은 총선을 앞두고 전통적 지지기반인 대구·경북(TK)지역 민심을 다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이준석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윤계의 신당 창당 가능성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최근 대구를 무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역 정가에서 친윤계 영남 전략공천설이 도는 가운데, 이 지역에서 무소속 출마가 관측되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친박계 인사들과 비윤계가 연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