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조국·이탄희 등 '야권 연대 200석' 주장
'설레발 입단속' 나선 이재명 "절박하고 낮은 자세로 총선 임하겠다"
더불어민주당 일부 인사들이 내년 총선에서 야권 연대가 의석 200석을 차지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꺼냈다. 이에 당 지도부는 '자만은 필패'라며 입단속에 나섰다. /남용희 기자 |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일부 인사들이 내년 총선에서 '반(反)윤석열 정권' 기치를 세우면 야권이 국회 의석을 최대 200석까지 가져올 수 있단 주장을 제기했다. 당내에서는 총선이 5개월 남은 상황에서 일부 인사들의 발언이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이해찬 전 대표의 '민주당 20년 집권론'이 생각난다"는 자조도 나왔다.
최근 민주당 일부 인사들은 내년 총선 결과를 예측하며 윤석열 정부의 실책으로 300석의 국회 의석 중 민주당이 최대 200석은 가져올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는 지난달 서울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17%포인트가 넘는 차이를 벌려 승리한 이후로 시작된 움직임으로 보인다. 국회 의석이 200석일 경우,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에도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고 개헌·대통령 탄핵소추까지 할 수 있다.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은 지난 1일 KBC광주방송에서 "(민주당이)수도권도 준비되어 있다는 것을 강서에서 보여줬다"며 "수도권을 석권하면 200석 못 하리라는 법도 없다"고 말했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 당 최대 목표는 (국민의힘을) 100석 이하로 최대한 내리는 것"이라며 '반윤석열 정권'을 기조로 야권 연대가 최대 200석은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앞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지난달 22일 페이스북에 "다양한 범민주진보세력, 그리고 국힘 이탈 보수 세력까지 다 합해 200석이 되길 희망한다"며 운을 뗀 바 있다. 조 전 장관은 6일 김어준 씨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총선 출마와 관련해 "이것(재판에 대한 법률적 해명과 소명이)이 안 받아들여진다면 비법률적 방식으로 저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냐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며 사실상 출마 의사를 밝혔다.
당내에서는 내년 총선에 장밋빛 전망을 펼치는 이들을 향해 입단속에 나섰다. '자만은 필패'임에도 일부 당내 인사들이 강성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중도층을 놓칠 수 있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내부에서 내년 총선을 두고 장밋빛 낙관론이 나오자 일각에서는 과거 이해찬 전 대표의 '흑역사(민주당 20년 집권론)'가 소환됐다. 사진은 이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가 대화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
일각에서는 과거 이해찬 전 대표의 '흑역사'가 소환됐다. 이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 초기 당시 당 대표 경선에 나섰을 때 "20년 집권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고, 대표가 된 이후엔 "앞으로 민주당이 대통령 열 분은 더 당선시켜야 한다"고 언급하며 '민주당 20년 집권론', '50년 집권론'을 펼쳤으나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5년 이후 정권을 다시 뺏겼다.
친명계 김두관 의원은 지난 5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공천 탈락과 사법 리스크가 두려워 혁신에도 (메가 서울 등) 이슈에도 침묵하는 바람에 국민들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지적하며 "(민주당이 총선 전략을)'친명 안방, 비명 험지'로 방향을 잡았다가는 100석도 건지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4일 페이스북에 "골프와 선거는 고개 들면, 오만하면 진다"며 "총석 200석 확보로 윤석열 정권 무력화를 주장하면 국민이 떠난다. 싸가지 언행을 각별 조심해야 한다"고 당에 경고를 보냈다.
한 민주당 관계자도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의석수 200석이면 TK 지역을 빼고 민주당이 의석을 거의 다 가져와야 가능한 말인데, 가능 불가능 여부를 떠나 오만한 발언"이라며 "이해찬 전 대표의 20년 집권 발언이 생각나서 당이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이재명 대표도 당 내부에 총선을 앞두고 겸손해야 한다며 '낮은 자세'를 주문했다. 이 대표는 이날 총선기획단 첫 회의 모두발언에서 "윤석열 정권의 오만한 폭정을 심판하고 위기에 놓인 민생을 구하는 출발점으로 만들 책무가 우리 민주당에 있다"며 "절박하고 또 낮은 마음으로, 겸허하게 총선에 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 200석' 발언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며 총선을 앞두고 당 지도부에 겸손한 태도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주당 내에서는 총선기획단이 총선 전략에 있어 여당에 끌려가는 모양새로는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내부 비판이 나왔다. 이는 앞서 총선기획단 인선이 '친명 일색'이라는 비명계의 불만에 이은 지적이다.
이날 총선기획단은 첫 회의를 가지고 '유능한 민생정당', '미래를 준비하는 정당', '끊임없이 혁신하는 정당' 세 가지를 핵심 기치로 총선 준비를 위한 전략 수립 및 계획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총선기획단은 당 혁신에 있어 앞서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제안했던 사항도 검토할 것이며, 총선 룰을 수정할 수도 있다고 했다. 앞서 김은경 혁신위는 지난 8월 현역 의원 하위 평가자 감산 대상을 현행 20%에서 30%까지 늘리고, 감산 범위를 20~40%까지 차등 적용하는 내용 등을 제안했다. 현역 의원 평가 시 '공직윤리' 항목 신설 촉구, 전·현직 의원들의 용퇴 권고 등도 혁신안에 포함된 바 있다.
비명계 박용진 의원은 민주당 혁신기획단이 여당의 총선 전략에 끌려다녀서는 안 되고 민주당만의 전략을 발굴하지 않으면 총선에서 밀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새롬 기자 |
비명계 박용진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혁신 아젠다에 끌려다닐 것인지 아니면 선도적으로 혁신할 것이냐 갈림길에 서 있다"며 "지금 총선기획단이 친명·비명 여부를 떠나 변화와 혁신을 보여주지 못해 민숭민숭하다. 이대로라면 끌려다닐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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