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민주당 대선 1등 공신 李·朴 엇갈린 행보
李, 신당 창당 예고…朴, '보수 텃밭' 송파을 출마 선언
지난해 대통령 선거의 1등 공신이라 불렸던 이준석(왼쪽) 전 국민의힘 대표와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을 약 5개월 앞두고 서로 엇갈린 행보를 보인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두 사람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각각 2030 세대의 여야 지지율을 끌어올렸다며 '일등 공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대선 이후엔 두 사람 다 당과 멀어졌다. 본인들 표현에 따르면 당 지도부에 '토사구팽' 당했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내부 총질' 당 대표로 찍혀 지난해 당의 징계를 받아 당원권이 1년 6개월 정지됐다. 하지만 '0선 중진'이라는 본인의 별명처럼 이 대표는 노련한 정치 감각으로 여당을 향한 묵직한 비판을 이어가며 자기 영향력을 키워갔다.
박 전 위원장의 경우, 지난해 6월 비대위원장 사퇴 이후 8월엔 당 대표 출마가 좌절됐다. 박 전 위원장은 이재명 지도부에 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며 '민주당 원외 정치인'으로서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이 최근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는 다시 정치권의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두 사람의 정치 노선은 상당히 판이하다. 한 사람은 당으로의 복귀 요청이 왔으나 거절하고 있다. 다른 한 사람은 '그래도 당에서 활동하겠다'며 험지 지역구로의 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당 혁신위가 징계를 취소하며 '마음을 풀어주겠다'며 국민의힘 복귀 요청을 받고 있다. 이 전 대표 본인은 징계 취소를 거부한다. 정치권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과의 신당 창당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국민의힘은 이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에 대한 당원권 정지 징계를 취소하기로 했다. 앞서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이끄는 혁신위는 당내 화합을 위한 '대사면'을 1호 안건으로 내놨고, 당 지도부가 이를 따른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 윤석열 대통령과 당에 대한 거듭된 공개 비난 등을 사유로 1년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 대표는 징계 취소 결정이 알려지자 '필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있었던 무리한 일들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반성하도록 하는 게 혁신위의 일이지, 우격다짐으로 아량이라도 베풀듯이 이런 식의 접근을 하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떠나 유승민 전 대표 등과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본인도 당장 부정하지 않는 눈치다.
이 대표는 유승민 전 의원과의 창당 가능성에 대해 부정하지 않고 있다.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유일한 변수는 윤 대통령의 실정 반복"이라고 꼬집었다. /이새롬 기자 |
이 전 대표는 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 "계속 카운트다운이 들어가고 있다"며 "유일한 변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어디까지 실정을 반복하느냐다. 한심한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행동하겠다는 날짜는 이미 정해 놨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도 같은 날 YTN 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와의 신당 창당 가능성은 "당연히 열려있다"며 "(이 대표)본인이 열심히 고민해서 결론을 내리는 시점이 오면 당연히 같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징계 취소를 결정했지만) 이 전 대표 입장에서는 당 대표에게 온갖 모욕을 다 주더니 이제는 포용한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니 정나미가 떨어졌을 것"이라며 "오히려 징계 취소로 인한 모욕감으로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계획이 가속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박 전 위원장은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험지로 분류되는 서울 송파을 지역에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송파을 지역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현역으로 있다. 송파을 지역의 경우 박 전 위원장이 청년 정치인으로서 민주당 험지에 출마해 당을 위해 헌신 또는 희생했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 또 젊은 여성인 배 의원과의 대결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박 전 위원장이 송파을을 선택한 이유로 보인다. 현재 송파을 지역은 이 대표 법률특보를 맡고 있는 송기호 변호사가 민주당 지역위원장으로 터를 다지고 있는 지역이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민주당 험지로 분류되는 송파을 지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송파을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지역구다. /이새롬 기자 |
박 전 위원장은 3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무소속 출마는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다"며 민주당 정치인으로 내년 총선에 임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탈당설'을 전면 반박한 것이다. 또 박 전 위원장은 "공천은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보니 당이 정한 룰에 따라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 대표에게 조만간 연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출마에 있어 이 대표 등 당 지도부와의 사전 교감은 없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박 전 위원장의 출마 소식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 '강남 3구'의 한 축인 송파 지역은 민주당의 험지로 분류되지만, 송 변호사가 오랜 기간 지역을 다져와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박 전 위원장의 출마에 관해 "민주당은 민주정당이기에 누구에게나 출마의 자유는 있다. 다만 박 전 위원장이 이미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여러 번 실망을 준 만큼 '민주당의 확장에 기여하겠다'는 그 말에 얼마나 많은 당원들이 동의할지는 의문"이라며 "게다가 이미 해당 지역구에 출마를 준비하는 후보도 있는 만큼, 확장에 앞서 우선 본인이 실망하게 한 당원과 지지자들 마음을 얻는 일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의 출마를 두고 기대하는 시선도 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박 전 위원장은 민주당이 청년 정치인을 기용하는 과도기에 발굴된 인물이라 생각한다. 당 대표직(비대위원장)을 처음부터 맡아 당에서 빨리 소모돼 안타깝다. 'N번방 공론화' 등 잠재력이나 자산은 충분한 인물"이라며 "송파 지역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더 아쉽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생환한다면 박 전 위원장이 체급을 올릴 기회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