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하>] 이언주 "극단 지양 상식 지향...新 정치집합체 탄생할 수도"
입력: 2023.11.05 00:00 / 수정: 2023.11.05 14:51

"보스정치-권위적 민주주의 청산해야"
"기득권 타파 '패러다임 전선' 구축될 것"
"이념 아닌 '정답' 찾기...신당 가능성 있다"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념이 아닌 정답을 찾고, 보스 정치와 가신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윤석 기자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념이 아닌 정답을 찾고, 보스 정치와 가신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윤석 기자

[더팩트ㅣ상암동=이철영·김정수 기자]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새로운 시대정신이란 이념이 아닌 '정답'을 찾는 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으로 정해지는 답이 아닌 '상식'에 기반한 답을 찾는 길이다. 또한 민주화의 산물인 '보스 정치'와 '가신 정치'를 이제는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권 안팎에서 언급되고 있는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다.

이 전 의원은 지역구 재선 출신이다. 집권 여당부터 야당, 그리고 제3정당까지 두루 경험했다. 철새 정치인이라는 비판이 따르지만 반대로 양당 체제 고착화에 따른 부작용을 몸소 체험한 몇 안 되는 정치인 중 하나다.

이 전 의원은 "여러 정당을 경험한 뒤 깨달은 것은 '특정인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정치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고 털어놨다. 누군가를 추종하는 정치는 집권 이후 복종하는 정치로 전락한다는 이유에서다. 소통의 부재와 대화와 타협의 단절이 뒤따르면서 '권위주의적 민주주의'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전 의원은 '정치의 관료화' 역시 이에 따른 결과라고 비판했다. 국회의원 개인의 소신과 철학은 사라지고, 다음 배지를 달기 위한 편 가르기와 줄서기만 남았다는 것이다. 이 전 의원은 "너는 누구 편인지 묻지 말고 무엇이 옳고 그른가, 무엇이 진실인가를 추구해야 한다"며 "역동은 사라지고 직업 정치인이 늘어나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다음은 이 전 의원과 일문일답이다.

이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국민은 새로운 시대를 꿈꿨지만 진영 대립은 심해졌고 양당 모두 권력 독점에 매몰됐다고 비판했다. /더팩트 DB
이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국민은 새로운 시대를 꿈꿨지만 진영 대립은 심해졌고 양당 모두 권력 독점에 매몰됐다"고 비판했다. /더팩트 DB

-12월 신당 창당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떤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나.

새로운 정치 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다. 10년째 하는 고민이다. 지금은 국민의힘 소속이지만 이전에는 더불어민주당에도 있었고, 국민의당에 몸담으며 안철수 현상도 경험했다. 그 결과 특정인에 의지하는 정치, 누군가를 추종하는 정치, 대통령을 만들기 위한 정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보스 정치'인데 이로 인해 민주화가 됐음에도 '권위주의적 민주주의'로 귀결된 것이다. 이를 먼저 극복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 정치에도 기회는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많은 국민이 민주당에 상당히 많은 지지를 보내줬다. 국민은 새로운 시대를 꿈꿨다. 권력이 수평화하면서 제대로 견제를 받는 패러다임의 등장을 기대했다. 하지만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권력 독점을 누리기 바빴다. 오히려 진영 대립은 심해졌고 서로를 적으로 규정했다. 여야는 자기 권력을 오랫동안 독점하고자 하는 데 매몰돼 있다. 새로운 시대정신을 대변할 수 있는 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시대정신이란 무엇인가.

'이념'이 아닌 '정답'을 찾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북정책을 봤을 때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써야된다는 걸 모르는 국민은 없다. 하지만 한쪽 진영은 당근만 쓰고, 한쪽 진영은 채찍만 사용한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답이 없는 거다. 경제 정책도 마찬가지다. 팬데믹 시대에 돈이 풀린 것을 거둬야 하므로 재정을 확대해서는 안 된다. 다만 정말 취약한 계층을 위해서는 제한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이것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을 뛰어넘는 문제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정치 세력이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 국민의힘이 변화한다면 당내에 (머무르고),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신당을 창당하거나, 이마저도 아니라면 무소속 출마나 불출마가 될 수 있다. 다만 제3지대에서 규모가 어떻게 되든 양당 사이에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또 세력화하길 바라고 다수가 되길 바란다.

이 전 의원은 4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부산에서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이 전 의원은 한두 달 전 이 전 대표와 현실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새롬 기자
이 전 의원은 4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부산에서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이 전 의원은 한두 달 전 이 전 대표와 현실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새롬 기자

-제3지대 세력 확대는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는지.

이념적 전선은 지양하고 대화와 합의가 가능한 '패러다임 전선'이 구축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당마다 계파로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총선 체제에 접어들고 공천 국면에 돌입할수록 상당한 파열음이 발생할 것이다. 기존의 정치 문법이 아닌 큰 틀에서 새로운 시대정신에 공감한다면 보수와 진보, 중도가 합쳐지는 '신개념 정치 집합체'가 탄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 본다.

-4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부산에서 토크콘서트를 했다. 어떻게 하게 됐나?

한두 달 전 이 전 대표와 현실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공통된 인식은 '결국 기득권 정치세력은 새로운 세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비겁하고 치졸한 방법을 쓰는구나'하는 것이었다.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싸우고 각을 세울 문제가 아니다. 합의를 볼 수 없다면 서로의 생각만 공유하는 형태로 남겨두는 것이다. 이것이 민주주의 사회이고 다원화 사회다. 다양한 생각을 어떻게 한 방향으로 결정하고자 하는지 모르겠다. 불가능한 문제고 그런 생각을 해서도 안 된다.

이 전 의원은 신당 창당에 이어 무소속 출마 가능성까지 내놨다. 현재 이 전 의원은 국민의힘 부산 남구을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장윤석 기자
이 전 의원은 신당 창당에 이어 무소속 출마 가능성까지 내놨다. 현재 이 전 의원은 국민의힘 부산 남구을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장윤석 기자

국민 대부분은 기득권 양당에 대한 피로감이 상당하다. 이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새로운 세력이 과연 어떤 식으로 등장해서 양당 체제의 부작용을 해소하고, 동시에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지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기존의 정치 문법이 아닌 이념과 진영을 넘나들 수 있는 큰 틀에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시대의 흐름과 내일을 읽을 수 있는, 시대에 맞는 정치가 들어서야 한다.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은 누구?

1972년 부산 태생으로,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다. 사법연수원 29기로 법무법인 충정, 지평지선을 거쳐 르노삼성자동차 법무팀장, 에쓰오일 상무 등 기업 로펌팀에서 변호사 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2012년 19대 총선 민주통합당 후보로 경기 광명시(을)에 출마해 당선됐고,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재선에 성공했다. 이 전 의원은 2017년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에 이어 바른미래당에 입당했지만 2019년 탈당해 미래통합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이 전 의원은 2020년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부산광역시 남구을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당선되지 못했다. 현재는 국민의힘 부산 남구을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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