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직접 지목한 카카오와 은행권 '울상'
정부, 北 장기 억류자 국민 가족도 '납북 피해자' 인정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에는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등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국민 60여 명이 참석했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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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신촌 카페서 2시간 '국민 대화'...윤석열표 민생회의 성공적?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신촌역 근처의 한 카페를 찾았다고?
-맞아. 카페에서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한 거야. 회의는 소상공인, 택시기사, 청년, 장거리 통학자 등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시민들과 묻고 즉석에서 답하는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진행됐어. 이전까진 대통령실이나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로 열렸었지. 참석자들도 학계 전문가, 기업인 중심이었는데 이번엔 일반 시민이 주인공이었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완패 이후 '바뀌어야 한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여. 또 윤 대통령은 이날 캐주얼 정장 차림이었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느낌이 들어. 윤 대통령은 참석자들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사인펜으로 직접 메모하는 모습도 보였어.
-회의 내용도 이전과 많이 달라졌어?
-당초 예상 시간은 1시간 정도였는데, 훌쩍 넘겨서 2시간 가까이 진행됐어. 참석자들이 민생 고충이나 정부에 대한 건의사항을 얘기하면 윤 대통령이 즉석에서 입장을 밝히고 관계 부처 장관에 보완책이나 대책 마련을 주문하는 식으로 진행됐어. 플랫폼 대기업인 카카오의 택시 수수료에 대해 한 택시기사가 "횡포가 너무 심하다"면서 수수료 인하를 요청하자 윤 대통령은 "부도덕한 행태에 대해 정부가 반드시 제재 등 조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어. 또 소상공인과 청년이 은행권의 대출금리 상승 관련 어려움을 토로하니 "우리나라 은행은 너무 강한 기득권층이다. 갑질을 많이 한다"면서 대출금리와 정책 금융상품에 대한 당국의 철저한 관리를 주문했어.
-참석자들 평가는 어때?
-현장에는 총 60여 명의 시민들이 모였는데 이 중 2명의 소감을 직접 들어봤어. 이들 모두 최고 국정책임자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여서 좋았다고 평했어. 시간이 없어서 발언은 못 했다고 밝힌 한 참석자는 "대통령이 우리 얘기를 들어줘서 울컥했다"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어.
-'어차피 여권 지지자들만 모아놓은 쇼 아니냐'는 말도 나오던데. 윤 대통령에게 호소했던 택시기사는 부산개인택시조합 이사장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고.
위 사진은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경청하고 있는 최상목 경제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아래 사진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왼쪽)와 시중은행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참석자들의 건의를 듣고 카카오 택시 수수료 문제, 은행권 대출금리 관련 독과점을 지적했다. /대통령실·남용희 기자·더팩트 DB |
-참석자들 중 정부의 추천을 받거나 정부에서 자문단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시민이 참여한 경우가 많아 보이기는 했어. 다만 대통령실은 이례적으로 이번 타운홀 미팅 발언 전문을 보도자료 형식으로 출입기자단에 공개했는데, 이걸 보면 참석자들의 발언 수위는 조절하더라도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어.
-참석자들은 윤 대통령 발언이 "시원시원했다" "소탈했다"고 호평했지만, 윤 대통령이 직접 지목한 카카오와 은행권은 울상이라고?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 직후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수수료 체계 전면 개편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어. 또 시중은행들은 초과 이익을 세금으로 걷는 '횡재세'를 도입할까 봐 긴장하고 있다고 해. 실제로 윤 대통령이 대출금리 이자에 대한 소상공인 호소를 전하면서 '은행 종노릇'이라는 표현을 쓰자, 금융지주 주가가 일제히 떨어지기도 했어. 정부 정책이 확실히 수립된 게 아니라면 현장에서 정제되지 않은 언급을 하는 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와. 대통령 발언의 영향력이 워낙 크니 곧바로 시장에 왜곡 반영되거나 불필요한 압박 신호가 될 수 있다는 거야.
-윤 대통령이 이날 타운홀 미팅에서 본인에 대한 '탄핵 운동'도 직접 언급했다고?
-정부가 물가안정 관리를 위해 건전재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나온 얘기야. 윤 대통령은 "(정부 지원을) 못 받는 쪽은 그야말로 대통령 퇴진 운동한다. '내년 선거 때 보자', '아주 탄핵시킨다' 이런 얘기까지 막 나온다"면서 그래도 건전재정을 고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어. 일각에서 주장하는 '퇴진 운동'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싶었는데 이번에 궁금증이 풀렸어. 대통령실의 이번 민생회의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가감 없는 국민 목소리를 듣고 변화하는 모습을 앞으로도 꾸준히 보여주면 좋겠어.
통일부는 북한에 장기 억류된 우리 국민의 가족도 납북 피해자로 인정해 피해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사진은 김영호(가운데) 통일부 장관이 지난 8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첫 대외일정으로 납북자, 북한 억류자, 국군포로 관련 단체 대표, 억류자 가족과 면담하는 모습. / 뉴시스 |
◆납북자·억류자 뭐길래…정부가 '피해위로금' 지급하는 이유는?
-정부가 북한에 장기간 억류된 김정욱 선교사 등 6명의 가족을 '납북피해자'로 인정해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했다며.
-맞아. 통일부는 지난 2일 '납북피해자 보상 및 지원심의위원회'를 열고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 등 북한 장기 억류자 6명을 '납북자'로 인정했어.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 체결 이후 납북피해자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전후납북자법)에 근거한 거야. 가족에게 지급될 위로금은 1500만 원~2000만 원 정도야. 피해위로금은 지급이 결정된 현시점 기준 월 최저임금의 36배 범위에서 납북 기간을 곱한 금액으로 책정돼.
-납북자와 억류자는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차이가 있는 거야?
-납북자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기 의사에 반하여 북한에 의해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으로 강제로 끌려간 사람이야. 납북자는 크게 6·25 전쟁 중에 납북된 사람과 군사정전협정 체결(1953. 7. 27.) 이후에 납북된 사람으로 구분하지. 납북자와 납북피해자, 가족과 유족의 범위는 국가법령센터 누리집에서 전후납북자법을 보면 상세히 나와 있으니 참고하고.
-억류자는 법에 규정돼 있진 않아. 차이를 설명하면 납북자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북한으로 끌려가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억류자는 북한에 들어갔다고 해도 나오지 못하는 사람을 의미해. 예를 들어 북중 접경 지역인 중국 단둥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 활동을 했던 김정욱 선교사는 2013년 10월 8일 평양에서 체포됐어. 이듬해 5월 30일 재판에서 국가전복음모죄와 반국가선전선동죄, 비법국경출입죄 등의 혐의로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지. 그런데 이 혐의들은 북한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야. 북한 당국은 어쩌다 김 선교사가 평양에서 체포됐는지, 생사 확인 등 최소한의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있어.
통일부는 지난 2일 납북피해자 보상 및 지원심의위원회를 열고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 등 북한 장기 억류자 6명을 납북자로 인정했다. 북한 당국은 생사 확인 등 최소한의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P·뉴시스 |
-북한에 당한 피해에 대해 우리 정부가 위로금을 지급하는 개념인 거야?
-통일부 관계자는 전후납북자법 제정 취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어. 예를 들어 북한이 30명을 납치한 뒤 일부만 남한으로 돌려보내는 경우가 있었대. 휴전 이후에도 미·소 냉전은 격화했고 우리나라는 엄혹했던 군사정권 시절이었잖아. 북한에 남은 사람들의 가족은 이제 남한에서 '풍비박산' 나는 거지. 간첩 취급 받고, 고문을 당하기도 하고, 생계를 이어가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지. 전후납북자법은 이런 납북피해자 가족들이 받았던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보상하기 위한 목적이었대.
-억류자 가족들이 받는 피해와는 결이 조금 다르지. 그렇지만 이들의 피해와 아픔을 위로하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가 미흡했던 데 따른 보상이라는 점은 공통적이라고 볼 수 있겠어. 이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억류자를 전후납북자로 인정하고 보상하는 데 대해 "많지 않은 돈이지만 재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억류자들에게도 피해 위로금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대외적으로는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어.
-어쨌든 정부가 과오를 인정하고 국민 보호에 더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건 잘한 일이겠지?
-통일부는 지난 9월 장관 직속으로 납북자대책팀을 설치하는 등 억류자·납북자·국군포로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보여. 사실 이들에 대한 정책 우선순위는 '생사 확인'과 '송환'이지만 남북대화가 완전히 단절된 현 상황에선 쉽지 않은 일이잖아. 정부가 납북자 송환 등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면서도 현시점에서 실현할 수 있는 조치를 했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고 봐. 10년째 가동하지 않았던 '납북자 대책위원회'도 통일부 차관 주재로 오는 13일 개최할 예정이라고 하니까, 앞으로의 정부의 노력을 지켜보자고.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