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내부도 "어지러워"…전문가 "전국 행정구역 개편 논의 필요"
윤석열 대통령이 2일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지방시대 엑스포 및 지방자치·균형발전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역이 발전하면 국가의 경쟁력"이라며 지방균형발전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제공 |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일 "지역이 발전하고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 그 합이 바로 국가의 발전과 경쟁력"이라며 지방균형발전을 강조했다. 그러나 여당은 경기도 내 시 일부를 서울로 편입하는 '메가서울' 구상 구체화 작업에 돌입했다. 정부·여당 정책 기조가 상충되는 모습으로 해석될 수 있어, '행정 구역 개편'에 보다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지방시대 엑스포 및 지방자치 균형발전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국가 균형발전은 지역도 수도권 못지않게 따라잡자는 것"이라고 했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라는 정부 국정목표 달성을 위해 지방정책 마스터플랜인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도 발표했다. 지역 교육과 의료 혁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게 골자다. 중앙정부의 권한 이전을 통한 지역 교육 혁신, 지역 필수의료 체계 정립, 수도권 기업의 지방 이전 시 파격적 세제 지원 등을 하면 지역 내 기업 유치가 원활해지고, 지방이 발전하게 된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부산에서도 "지역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고 하는 등 지방균형발전 추진 의지를 밝혀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시도별 원외당협위원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여당은 서울 인근 경기도 내 시를 서울시로 편입하는 '메가서울' 구상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의 '지방발전론'과 상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시스 |
같은 날 여당인 국민의힘은 당대표 직속 기구인 '수도권 주민 편익 개선 특별위원회'(가칭)를 발족했다. 의견 수렴을 통해 '메가서울' 구상 구체화 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 인근 김포 유사 도시에서도 주민 뜻을 모아오면 당이 적극 검토하겠다"라고도 했다. 오후에는 국회에서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수도권 내 발전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를 다독였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이번 주 의원 입법으로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추진하기 위한 특별법을 발의한다는 방침을 세우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정부·여당 정책이 엇박자를 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각 지방이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 균형발전을 꾀하는 윤 정부의 '지방시대' 국정목표와, 인근 시 편입으로 서울을 확장한다는 여당의 '메가서울' 구상이 언뜻 상충되게 보인다는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께서도 지방화 시대 국토균형발전을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삼고 연일 회의를 열고 있는 마당에 수도권 집중 심화만 초래하는 서울 확대 정책이 맞느냐"며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 아닌가. 뭐가 뭔지 어지럽다"고 했다.
이에 대해 여당은 비수도권 지역은 특화 지역을 거점별로 해서 중점도시육성전략으로 발전해 나가면 된다고 반박했다. 김 대표는 "(지방균형발전에 대해선) 대통령 의지도 확고하고 우리 당 의지도 확고하다"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여당의 '메가서울' 구상에 대해 입장 표명을 삼가는 기류다.
전문가는 정치권 현안으로 떠오른 '서울확대론'은 지방균형발전 전략과는 별개이며, 행정구역과 교통과 통근 등 생활구역을 일치시키는 게 핵심이라고 봤다. 마강래 중앙대학교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외곽 개발을 계속하면서 서울 생활권을 공유하게 된 상황"이라며 "도시계획적으로 생활권과 행정권역의 불일치가 발생해 교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도권이 메가시티가 돼 지방을 다 잡아먹는다는 개념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행정권역과 생활권역 불일치 문제 해소를 위해 전 국토의 행정구역 개편에 대한 논의를 진지하게 시작해야 할 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