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 혁신안 주목...'영남 중진 험지 출마' 압박할까
'대사면'에 부정적인 기류도...안철수 "신중하게 결정하길"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1일 2호 혁신안 키워드로 '희생'을 꺼내 들었다. 사실상 영남 중진 의원들의 험지 출마 압박으로 해석되면서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사진은 인요한 혁신위원장. /남용희 기자 |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2호 혁신안으로 '희생'을 꺼내 들었다. '3선 이상 동일 지역구 출마 금지' 등이 언급되면서 현역 의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1호 혁신안인 '대사면'에 대해서도 당내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온 바 있다. 당 안팎에선 "핵심을 건드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혁신위가 진퇴양난에 빠지는 모양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우리가 처음에는 통합, 그다음엔 희생. 정치인들이 어떻게 뭘 내려놔야 국민이 신뢰할 것인가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혁신위 내에서) 앞으로 지역구에 얼마나 오래 있어도 되냐, 그런 내용도 오갔고 국회의원 숫자도 줄이자는 말도 나왔다"며 "구청장도 세 번 이상 못한다. 세 번 하고 지역구를 옮기는 등 굉장히 많은 신선한 아이디어가 오갔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 중 3선 이상은 29명으로, 절반 이상인 15명이 영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어 사실상 영남 중진 의원들의 험지 출마 압박으로 해석된다.
당사자인 영남 중진 의원들은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한 영남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선거 앞두고 항상 나오던 얘기"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중진 의원들은 꾸준한 지역구 관리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선택을 받은 지역의 일꾼"이라며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지역을 잘 아는 지역의 일꾼에게 '지역구를 옮기라'고 하는 건 지역주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험지 주민에게도 마찬가지다. 지역에 연고도 없는 사람들 그냥 좀 유명하다는 이유로 보내면 반기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혁신위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때문에 출범한 것"이라며 "보궐선거 패배 원인을 분석하는 게 중요한 임무"라며 "보궐선거 패배와 영남 중진 의원이 무슨 상관 있나"라고 덧붙였다.
3선 이상 동일 지역구 출마 금지에 대해서도 당내 반응은 차갑다. 한 초선 의원은 "그래서 지금 21대 국회 초선 의원들이 잘했느냐"면서 "중진은 다 나쁘고 초선이 좋다는 건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다. 안일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이 뭐가 문제인지는 이미 다 잘 알지 않느냐"며 "혁신위가 핵심은 건드리지 못하고 엉뚱한 곳을 건드린다"고 꼬집었다.
혁신위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오신환 혁신위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수도권이 험지라고 하는데 영남 중진 의원들이 온다고 해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또 수도권 유권자들에게 소구하는 측면이 부족하다"고 짚었다.
그는 "혁신의 과정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희생을 전제로 해서 혁신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당에서 영남이 차지하는 상징성과 다선 의원들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내려놓는 게) 늘 총선 전에 당에서 표출돼 왔다. 대원칙 측면에서 인 위원장이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 출범 직후부터 영남 중진 의원들의 험지 출마를 주장해 왔다. 인 위원장은 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국민의힘 영남권 의원들이 당을 위해 '떨어져도 좋다, 해보자'하는 희생할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인 위원장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인사들에 대한 질문에는 "윤핵관은 없다. 언론이 만든 말"이라고 선을 그었다. 당정관계에 있어 윤 대통령에게 변화를 주문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도 "대통령과 만나거나 지시받은 건 없다"며 "앞으로도 불필요한 오해를 사기는 싫다. 내가 누군가의 오더(명령) 받고 사는 사람 같나"라고 말을 돌렸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통합'을 내세우며 비윤계 끌어안기에 나섰다. 앞서 첫 일성으로는 광주 5·18 민주화 묘역을 찾았다. 지난달 30일 5⋅18공법단체들이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건의문을 건네고 있다. /나윤상 기자 |
혁신위는 1호 혁신안으로 '당내 통합과 화합을 위한 대사면'을 꺼낸 뒤 통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비윤계 끌어안기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앞서 인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난 바 있다. 27일에는 취재진에게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났다고 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유승민 전 의원과 전날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고 밝히며 "유 전 의원이 한마디로 '당과 국가가 걱정된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유 전 의원과 굉장히 잘 통했고, 함께 나눈 의견을 당이나 대통령실에 전할 생각도 있다"면서 '유 전 의원이 당에서 역할을 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굉장히 긍정적인 신호를 받았다"고 답했다.
이어 인 위원장은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나서 듣고 싶다. 제가 주장하고 싶은 게 아니라 조언을 듣고 싶다"며 "저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 '대사면'에 대한 반발에 대해서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몸을 낮췄다.
다만 실제로 만남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이날 이 전 대표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뒤 취재진에게 인 위원장과 만남에 대해 "실천 의지가 중요한 것이고 제가 이미 방송에서 사실상 제언을 다 했다. 그중에서 실천하신 게 하나도 없다"며 거절했다.
1호 혁신안인 '대사면'에 대해서도 당사자인 이 전 대표와 홍 시장이 반발하는 데 이어 당 안팎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당 관계자는 "윤리위원회에서 징계한 걸 지도부가 취소하면 윤리위는 왜 있냐"며 "당 지도부와 윤리위 모두 난처한 입장"이라고 했다. 그는 "당사자들이 거부하고 반성하지도 않는데 해주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다"며 "혁신위에서 넘어왔기 때문에 이걸 받아들이지 않으면 '혁신하지 않겠다는 거냐'는 비판이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대사면'과 어긋나는 주장도 당내에서 나온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30일)까지 이준석 제명을 위한 서명운동에 4만1348명이 직접 참여해 주셨다. 지금까지 받은 명단을 당에 제출하고 당의 결정을 지켜보겠다"며 이 전 대표의 제명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가 포함된 '대사면'에 대해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책임도 지게 된다"며 "그걸 생각하고 신중하게 잘 결정하기 바란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