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압박나선 野, 탄핵 카드 거론도
총선출마설에 "내각 지키는 게 총선에 더 나을 수도"
한동훈 법무부장관을 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 장관 총선 역할론을 두고 여야 모두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 장관 총선 역할론을 두고 여야 모두 셈법이 복잡해졌다. 한 장관 출마를 두고 여당에서는 선거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희망론이 나오는 반면, 야당에서는 탄핵 카드를 거론하며 압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 장관이 플레이어로 나서는 것보다, 내각에 남아 법무 정책을 완수하는 것이 총선에 더 나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 내부에서는 한 장관 총선 역할론에 대한 기대감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4월 총선 위기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국민적 인지도가 높은 한 장관이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것. 한 국민의힘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한 장관 정도 체급이면 스스로 정치적 운명을 선택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라며 "인지도가 높은 만큼 선거에 나서준다면 선거에서는 무조건 호재"라고 말했다.
여권에서 이러한 기대감이 지속되는 배경에는 한 장관의 스타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역대 장관들과 달리 높은 국민적 인지도를 자랑한다. 유튜브에서 취임식 영상의 누적 조회수만 100만회를 넘기는 이례적인 기록이 이를 방증한다. 앞서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이 지난달 5일부터 7일까지 전국 유권자 1000명에게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느냐"를 물은 결과 이재명 대표(19%)로 1위, 한 장관(12%)이 2위를 차지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때문에 야당에서도 한 장관 총선 출마설을 두고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소속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전직 법무부 장관으로서 제가 보는 객관"이라며 "제시카법 하나 마무리하고 가려고 하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반면 또다른 법사위 소속의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국감을 지켜본 법사위원들 사이에서 한 장관이 내년 총선에 나오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었다"며 "본인이 장관으로서 하고 싶은 일을 더 하고 싶어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대책위)는 '제15기 법무부 국민기자단'이 법무 정책 홍보와는 거리가 먼 편향된 영상이 게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 /이새롬 기자 |
한 장관은 계속되는 총선 출마설에 선을 긋고, 법무부에서 수행할 수 있는 정책들에 주력 중이다. 그가 취임 당시 약속했던 이민 업무 콘트롤타워 '출입국 이민관리청(가칭)'의 설립과 한국형 제시카법 등이 대표적이다. 한 장관과 가까운 한 여권 의원은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본인만의 업적을 만들려고 할 것"이라며 "내년 총선 출마보다 장관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에 더 관심이 있어 보인다"고 귀띔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한 장관의 행보를 지켜보며 공세에 나서고 있다. 26일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대책위)는 '제15기 법무부 국민기자단'이 법무 정책 홍보와는 거리가 먼 편향된 영상이 게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한동훈 장관이 총선 출마설이 거듭 제기되는 만큼, 법무부 예산과 인력을 통해 사실무슨 상의 사전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며 "법무부는 대체 기준으로, 얼마나 많은 혈세를 장관 '사생 유튜버' 육성에 낭비했는지 국민 앞에 낱낱이 밝히라"고 압박했다.
더 나아가 민주당 일각에선 한 장관 탄핵 방안도 거론된다.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면 한 장관에 대한 탄핵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탄핵소추안 의결은 민주당 의석(168석)만으로도 가능하다. 탄핵안이 통과되면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장관 직무가 정지된다. 이와 관련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지난 24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이 탄핵을 시도하기 전에 한동훈 장관은 출마 여부를 빨리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내에서는 한 장관을 향한 당 차원의 탄핵 등 여러 공세가 오히려 그의 몸값을 높여주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아울러 탄핵소추안 남발로 인해 역풍이 불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탄핵이 되려 직무상의 중대한 법률 위반이 있어야 하는데, 한 장관에게 딱히 그런 게 보이지 않는다"라며 "한 장관이 총선에 나온다고 해도 한 사람 때문에 선거판이 움직이지는 않으니 무관심하게 대하면 되는데, 또 탄핵한다고 하면 더불어민주당은 탄핵 소추안을 밀어붙이는 습관병이 걸렸냐는 비판 때문에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한 장관이 내각에 남아 법무 정책을 완수하는 것이 여당 선거에 더 유리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수민 평론가는 통화에서 "총선에 나온다는 건 우리나라 253개 지역구 중 한 군데로 나온다는 건데 그렇게 돋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한 장관 인기가 주로 국민의힘 지지층에 갇혀 있는 형태라서 중도, 무당층, 소위 말해 MZ 세대에서 특별히 감흥이 있을 거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김 평론가는 "한 장관이 선거를 뛰는 것보다 법무부에서 본인 일을 열심히 하는 게 국민의힘 총선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