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재발 방지책 등 관련 법안 여전히 계류 중
특별법, 패스트트랙 처리해도 尹 '거부권' 비관적 전망
지난해 15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10·29 이태원 핼러윈 참사' 1주기를 앞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진상 규명을 위해 '이태원 참사 특별법' 추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지난해 15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10·29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1주기를 앞둔 가운데 여야 인사들은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참사 이후 1년 동안 야권은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했지만, 여당의 비협조로 진상 규명을 위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은 지지부진하다.
참사 1주기 당일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가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10·29 참사 1주기 시민추모제에 참석할 예정이다. 국민의힘도 지도부 중 유의동 정책위의장이 먼저 참석 의사를 밝혔고, 김기현 대표·윤재옥 원내대표 등도 참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사 발생 이후 책임자 처벌과 진상 규명 등에 정쟁을 피하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던 여당이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도층 확장을 위해 사회적 참사에 공감하는 것이 외연 확장을 위해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참사 직후부터 지난 1년간 여야는 이태원 참사 책임 소재 등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국회에서 책임자 처벌과 진상 규명을 위한 움직임은 야당이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국회는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를 꾸리고 24일 국정조사 실시 법안을 본회의에 통과시켰다. 55일간의 활동을 마무리한 국조특위는 지난 1월 17일로 활동을 종료했다. 결과보고서는 여당의 반발 속 야 3당 단독(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으로 채택됐다. 국조특위 활동은 수사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수사에 강제성이 없는 점, 책임자 처벌에 초점을 두고 있어 참사 원인 규명에는 부실했다는 점 등이 한계로 꼽혔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이정민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왼쪽 두 번째부터) 등 참석자들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과 면담에서 이태원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 포스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민주당은 여당을 향해 참사 진상 규명 등을 위한 특별법 처리에 참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앞서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은 지난 6월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다. 계류 기간 최장 330일을 거쳐 21대 국회 임기 종료 전인 내년 5월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다. 이후 특별법은 행정안전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와 전체 회의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여당은 패스트트랙 지정 표결, 안건조정위 논의 등에 협조하지 않았다. 이외에 이태원 참사 관련 법안들(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 등) 수십 개도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참사의 책임자로 거론됐던 정부 인사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때문에 '책임진 윗선'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참사 핵심 책임자로 거론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우, 참사 대응 부실을 이유로 야당이 주도해 헌법재판소에 탄핵을 소추했으나 지난 7월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으로 업무에 복귀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현재 참사 책임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은 수사를 받고 있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지정 기한 이전에도 특별법 처리에 속도를 낼 수 있다며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5일 특별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대통령이 결심하고 여당이 협조하면 신속처리안건 기한을 채우지 않고 바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며 윤 대통령과 김 대표가 추모제에 참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어 "서울 한복판에서 있을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나 159명의 소중한 생명을 잃었지만 무엇하나 밝혀진 진실도, 누구 하나 책임진 사람도 없다"라며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 듣지 못하고, 제대로 된 진실을 알려달라는 요구가 묵살당하는 사이 진상규명도 책임자 처벌과 사과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특별법 처리를 두고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21대 국회 종료 이전에 특별법이 문턱을 넘더라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참사 유가족들은 '1년 전 그 날'의 진상과 책임을 밝히기 위해 국회가 힘써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법원을 나서자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하고 있는 모습. /박헌우 기자 |
참사 유가족들은 '1년 전 그 날'의 진상이 무엇인지를 밝히기 위해 국회가 힘써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이정민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24일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열린 민주당 원내지도부와 유족 대표들과의 만남에서 "정부 여당은 이런 문제점과 의혹을 외면하지말고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특별법도 반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그래서 우리 유가족이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국회가 도와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