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람 "전권 주겠다는 말 공허해...혁신안 관철은 지도부의 의지에 달려"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25일 "김기현 대표의 시간벌기용 허수아비 혁신위원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혁신위원 제안 거절이유를 밝혔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와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당협위원장이 지난 8월 31일 오전 전남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에서 노관규 순천시장으로부터 정원박람회 설명을 들으며 웃고있다. /뉴시스 |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비윤계'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25일 "김기현 대표의 시간벌기용 허수아비 혁신위원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혁신위원 제안 거절 이유를 밝혔다.
천 위원장은 25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저는 김 대표가 사퇴하는 게 옳다고 얘기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이 혁신위는 어쨌든 김 대표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앞서 언론보도를 통해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천 위원장에게 혁신위원을 제안했으나 천 위원장이 거절한 사실이 알려졌다. 천 위원장은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과 같은 전남 순천 출신이면서 비윤계·청년·호남출신·원외위원장이다.
천 위원장은 "이번에 혁신위가 정말 의미가 있으려면 김 대표 체제를 끝내고 아예 원점에서 시작하겠다는 정도의 논의가 나와야 한다"며 "그런데 제가 혁신 위원직을 수락하면 어쨌든 김기현 대표 체제하에서 김기현 대표가 임명한 혁신위원장, 또 거기에서 부속되는 혁신위원을 맡는다는 것은 김기현 대표 체제의 임명 권한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는 그 자체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혁신위에서 다뤄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의제 중 하나가 건전한 당정관계다. 당과 대통령실의 관계는 물론 협력해야 되겠지만 건전한 긴장 관계도 필요한 것"이라며 "사실 김 대표 체제가 시작부터 전당대회 때부터 대통령실의 과도한 영향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저는 거기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상황에서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이후에도 김 대표가 책임지는 게 아니라 임명직만 몇 명 그냥 찔끔찔끔 바꾸고, 또 이번에 혁신위를 만들어서 가겠다 이거는 김 대표의 시간벌기 아니냐, 그렇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3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면담을 나누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
천 위원장은 김 대표가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한 데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김 대표가 혁신위에) 정말 전권을 줄 것이었다면 본인이 내려오고, 본인이 사퇴하시고 인요한 비대위원장이 됐어야 그게 실질적인 전권"이라며 "제가 최재형 혁신위에서 경험했지만 혁신위에서 안을 내도 최고위에서 그걸 받아들이느냐 마느냐에 대한 결정 권한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지고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열렸을 때 거기에서도 오픈프라이머리 같은 공천 혁신 방안을 당대표가 명시적으로 채택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분출됐다"며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김 대표도 제대로 된 답변을 못 하고 넘어갔다고 제가 알고 있다. 당대표 본인께서도 공천과 관련한 개혁을 세게 밀어붙일, 특히 권력자가 보기에 굉장히 불편한, 필요한 개혁을 할 만한 지금 정치적 자산이 과연 많이 있으실까"라고 반문했다.
천 위원장은 "총선을 앞두고 하는 혁신위에서 공천룰을 안 건드리면 그냥 맹탕"이라며 "지금까지 수많은 국민의힘 혁신위에서 정답들이 많이 나왔다. 그걸 관철할 만한 의지와 정치력이 있느냐의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공천개혁이라는 것은 결국 권력자가 자의적으로 전략공천이나 단수공천 이런 걸 못 하게 하고 기존에 있는 기득권을 가진 현역의원들의 부당한 기득권을 일부 제한하는 그런 부분들이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은 없다"며 "그런데 지금 제가 걱정하는 것은 결국 김 대표 체제라고 하는 것이 근원적인 그런 부분들을 풀어가는 데 있어서 근원적인 한계가 있지 않겠냐"고 했다.
그는 "또 최근에는 혁신위와 별개로 총선기획단, 인재영입위원회 이런 것을 다 따로 만들어서 총선기획단도 공천룰 얘기를 하겠다고 하던데 그런 식으로 간다면 혁신위의 운신의 폭은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그는 "총선기획단은 결국 사무총장이 중심이 돼서 지도부의 안을 만드는 것"이라며 "저는 혁신위가 꾸려졌고, 혁신위에 정말 말 그대로 전권을 주려는 의지가 있다면 총선기획단을 굳이 별개로 꾸릴 필요가 있었는가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두 가지는 충돌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렇게 되면 결국 결정하는 것은 최고위원회"라며 "그래서 결국 김 대표와 그 지도부가 이걸 결정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혁신위에 전권을 준다라는 얘기는 그만큼 더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