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세일즈 외교' 부풀리기…이번엔 다를까
입력: 2023.10.25 00:00 / 수정: 2023.10.25 15:51

尹 방문 기간 '총 156억불' 추가 투자 협약 체결 
MOU 구속력 없어…'제2 중동 붐' 신중론도 


윤석열 대통령 국빈 방문 기간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21조 원 규모의 투자 협약을 추가로 맺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윤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리야드 야마마궁에서 열린 한-사우디 협정 및 MOU 서명식을 마친 뒤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국빈 방문 기간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21조 원 규모의 투자 협약을 추가로 맺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윤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리야드 야마마궁에서 열린 한-사우디 협정 및 MOU 서명식을 마친 뒤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 기간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21조 원(156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추가로 유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체결한 약 290억 달러(40조 원)까지 합하면 정부 출범 2년 차에 총 61조 원가량의 '오일머니' 투자를 끌어낸 것이다. 윤 대통령의 중동 지역 맞춤형 '세일즈(경제) 외교'가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사업 실현에 어려움을 겪었던 역대 정부에 비춰볼 때 '성과 홍보'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이번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 기간 한국과 사우디 양국 기업 및 기관 등은 156억 달러 규모로 총 51건의 수출 수주 협약을 맺었다. 분야는 에너지·전력, 인프라·플랜트, 첨단산업·제조업, 신산업, 금융 협력 등으로 다양하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부터 주력해온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기 위한 '세일즈 외교'의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번 국빈 방문 기간에도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표방하며 연일 친기업적인 행보로 130명의 동행 사절단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우리 기업의 수출과 수주에 도움 되는 일이라면 뛰고 또 뛰겠다며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2일(현지시간) 리야드 야마마궁에서 윤 대통령과 확대회담을 마치고 오찬장으로 향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우리 기업의 수출과 수주에 도움 되는 일이라면 뛰고 또 뛰겠다"며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2일(현지시간) 리야드 야마마궁에서 윤 대통령과 확대회담을 마치고 오찬장으로 향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지난 22일(현지시간) 한-사우디 정상회담에서는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를 향해 "네옴시티 프로젝트 등에 있어 입찰에 참여 중인 우리 기업이 수주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같은 날 정상 간 공식오찬에는 이례적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동석했다. 사우디 측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통령실이 수용하지 않았다면 성사되지 않았을 이벤트다. 윤 대통령은 다음 날인 23일에는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이 회장과 함께 네옴 프로젝트 전시관을 둘러보기도 했다.

네옴 프로젝트는 사우디 국가전략인 '비전 2030'의 핵심 프로젝트로, 주거와 산업, 관광 등을 융복합한 첨단 도시를 건설한다는 사업이다. 이어진 '사우디 동행 경제인 만찬'에서 윤 대통령은 "정부와 기업은 원팀"이라며 "우리 기업의 수출과 수주에 도움 되는 일이라면 뛰고 또 뛰겠다"고 강조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지금 우리나라를 둘러싼 대외 경제 여건과 우리가 직면한 복합위기 역시 새로운 중동 붐을 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1호 영업사원'인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다만 '오일머니 잭팟'이라며 샴페인을 터트리기엔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통령실이 밝힌 51건 협약 중 MOU(양해각서)가 42건(전체의 82%)이다. 양해각서는 국가 간 외교 교섭으로 서로 양해된 내용을 확인·기록하기 위해 정식계약 체결에 앞서 작성하거나, 계약 체결 후 후속조치를 위해 문서로 작성하는 합의다. 사실상 계약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법적 구속력은 없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도 해외 순방에서 양해각서 체결 수로 홍보만 했다가 실질적인 성과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되풀이 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원외교'를 내세우며 임기 동안 이와 관련한 양해각서를 73건 체결했지만,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중 11건 만 실제 사업계약으로 이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오히려 무리한 MOU와 계약 체결로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공공기관의 부채 원인이 됐다는 비판도 제기됐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2016년 5월 이란 국빈 방문 당시 371억 달러(당시 42조 원) 규모로 66건의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역대 최대 경제외교 성과"라고 자평했지만, 권 의원에 따르면 2017년 11월 당시 산업부 소관 18건 중 3건은 취소되고 15건은 본계약 추진이 불명확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문재인 정부도 지난 2019년 6월 빈 살만 왕세자 방한 계기에 83억 달러 규모인 10건의 MOU를 체결했지만 다수의 건이 현재 논의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43년 만에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22일(현지시간) 리야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사우디 투자 포럼에 앞서 주요 참석자들과 환담을 하고 있는 윤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43년 만에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22일(현지시간) 리야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사우디 투자 포럼에 앞서 주요 참석자들과 환담을 하고 있는 윤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은 역대 정부의 '세일즈 외교'와는 다르다는 분위기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지난 22일 현지 브리핑에서 "불과 1년도 안 되는 기간 (지난해 약속한) 290억 달러 중 60% 이상이 구체적인 사업으로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43년 만에 채택된 양국 간 공동성명도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촉진하고 지원하는 제도적 기반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양국 간 분과위원회의 기능과 공동 협력 사업의 효과적인 조정 및 활성화를 위해 '전략파트너십 위원회'의 목적과 임무, 협력 범위 등을 명시했다. 공동성명에는 "'전략파트너십 위원회'와 '한-사우디 비전 2030 위원회'를 중심으로 양국 정상의 국빈 방문 계기에 달성한 계약, MOU 등 경제협력 성과 이행을 지원한다"는 문구도 담았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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