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發 쇄신'에 꿈틀대는 '수석급 험지 차출론'
입력: 2023.10.19 00:00 / 수정: 2023.10.19 08:49

"소통 기회 많이 갖도록"…구체적인 방안은 미정
공천 갈등 차단 위해 '대통령실 교통 정리' 목소리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연일 변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대통령실 전경. /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연일 '변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대통령실 전경. /박숙현 기자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완패 이후 내년 총선 '수도권 위기론'이 현실화하자, "대통령실 수석급이나 장·차관이 총대를 메고 험지에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권 내에서 나오고 있다. 공천 갈등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중량감 있는 대통령실 참모와 정부 인사들을 필두로 다수가 국회에 입성해 임기 후반부 국정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선 패배 이후 윤 대통령은 연일 '변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선거 직후 주말에 "차분하고 지혜롭게 내실 있는 변화"를 강조한 데 이어 지난 16일 참모진들에게 "국민 소통, 현장 소통, 당정 소통을 더 강화해 달라"며 쇄신 방향을 밝혔다. 선거 후 일주일이 경과한 18일에는 참모진 회의에서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을 해선 안 된다. 우리가 민생 현장에서 더 들어가서 챙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양한 방면에서 소통을 강화하면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보이고, 정책 등 민생에 집중하는 행보를 더 보이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지난 16일 야외인 용산어린이정원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것도 새로운 사고, 새로운 접근법으로 소통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대통령실은 소통 강화 등 메시지를 내고 있지만 체감할 만한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인근 용산어린이정원 내 분수정원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윤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은 '소통 강화' 등 메시지를 내고 있지만 체감할 만한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인근 용산어린이정원 내 분수정원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윤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 내부에선 '변화' 방안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당장 선거 패배에 따른 '쇄신용' 인선은 검토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윤 대통령이) 소통하는 기회를 많이 갖도록 할 계획"이라며 "인적쇄신 문제는 지금은 할 수 없다. 국정감사 기간이고 조금 있으면 예결위라 개각을 할 시점은 아니다. 좀 지나고 한번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 행정관급 인사들의 사직 행렬이 이어지면서 대통령실 개편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전망이다. 연말로 예상된 고위급 개편과 내각 교체 작업도 앞당겨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권에 따르면 22대 총선에 도전하는 대통령실의 수석·비서관·행정관급 인사 규모는 20여 명인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보선 이후 여당 내부가 좀처럼 봉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친윤계 핵심'을 비롯해 임명직 당직자 전원이 사퇴됐지만, '김기현 체제 2기'도 요직인 사무총장에 친윤계·영남 인사를 앉히면서 당 안팎에서 '쇄신 의지'를 둘러싼 논란이 여전하다. 조만간 출범할 혁신기구와 총선기획단에서 내부 압박용 '현역 물갈이'에 나설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인재 영입과 선거 전략을 도출할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당내 쇄신을 두고 친윤과 비윤 간 잡음이 첨예해질 경우 '책임론'의 화살이 대통령실까지 번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최근 '대통령실 수석급·장관급 인사가 험지에 도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권 내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하태경 의원을 첫 신호탄으로 당내 중진 의원의 험지 출마 압박이 거세진 가운데, 대통령실 고위 인사들도 민주당 깃발이 꽂힌 험지에 출마해 '수도권 위기론'을 몸소 타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 경선 과정에서 공천을 둘러싸고 '윤심(윤 대통령 의중) 논란'이 반복돼 내부 갈등이 깊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실이 적극적으로 교통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용산 사정에 밝은 한 여권 인사는 "이번 보궐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론이 대통령실까지 올 수 있는데, 수석급들이 험지 출마를 선언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 수석급과 장차관급이 수도권 험지에 나와 위기론을 타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권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이진복 정무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이새롬 기자·더팩트 DB·뉴시스
대통령실 수석급과 장차관급이 수도권 험지에 나와 위기론을 타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권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이진복 정무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이새롬 기자·더팩트 DB·뉴시스

실제로 내년 총선 출마 채비를 하는 인사들 중에는 주로 행정관급에서 민주당 현역 의원이 지키고 있는 수도권 험지에 도전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정호윤 공직기강비서실 선임행정관은 재선 최인호 의원이 버티고 있는 부산 사하갑에, 이승환 전 정무수석실 행정관은 3선 박홍근 의원이 있는 서울 중랑을에, 윤 대통령 정치 선언 당시부터 함께 한 KBS기자 출신의 김기흥 부대변인은 정일영 의원이 있는 인천 연수을에, 여명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은 4선의 안규백 의원 지역구인 서울 동대문갑에 출마의 뜻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서관급에서는 서승우 자치행정비서관이 5선 변재일 의원이 있는 청북 청주 청원구에, 강명구 국정기획비서관이 국회 부의장이자 4선 김영주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영등포갑에 출마하는 정도가 거론된다.

현재 수석급에서 출마가 전망되는 지역은 수도권 험지와 거리가 멀다. 우선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국정감사가 끝나고 다음 달 중순 충남 홍성·예산 출마를 위해 대통령실을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4선 중진인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의 지역구다.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도 고향인 경북 영주 출마 의지를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복 정무수석도 원래 지역구였던 부산 지역이 출마 예상지로 거론된다. 다만 당의 총선 전략과 윤 대통령의 의중 등에 따라 수도권 험지에 도전할 가능성도 있다. 김은혜 홍보수석도 본인의 지역구였던 분당갑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자리 잡고 있는 만큼 다른 지역구에 눈을 돌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도 분당을 도전도 거론된다. 국민의힘에선 이곳에서 활동해온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이 재출마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당 조강특위가 분당을 당협위원장 인선을 보류한 상태다. 이곳에는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출마설도 나온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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