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강서 참패' 후폭풍…빗발치는 이정미 대표 사퇴론
입력: 2023.10.18 00:00 / 수정: 2023.10.18 00:00

'사퇴' 거부 이정미 "재창당 작업까지 당 체제 유지"
전문가 "정체성 상실된 집단의 최종 모습" 지적


정의당이 지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83%라는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해 이정미 대표의 사퇴론이 당내에서 빗발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정의당이 지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83%라는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해 이정미 대표의 사퇴론이 당내에서 빗발치고 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1.83%.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정의당이 받아 든 성적표다. 1%대라는 저조한 득표율에 정의당 내에서는 이정미 대표가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반면 이 대표는 자리에서 물러설 생각이 없다. 그는 다음 달 19일로 열릴 '혁신 재창당' 당 대회까지는 현 체제를 유지하겠다며 '자강론'을 고수하는 중이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정의당은 권수정 후보를 출마시킨 결과 1.83%(3위)의 지지율을 얻었다. 4위인 권혜인 진보당 후보에 단 0.45%p 앞선 수치였다.

내년 총선을 약 6개월 앞둔 상황에서 정의당이 미미한 득표수를 보이자, 당 내에서는 '진보 정당 존폐 위기'를 코앞에 두고 있다며 '이정미 체제'에 대한 반발 여론이 빗발쳤다.

김창인 청년정의당 대표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도부 전원 사퇴를 촉구하며 자신도 청년정의당 대표직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녹색과 노동을 중심으로 한 자강론'이라는 이정미 대표가 내세운 기조에 따라 보궐선거를 치르겠다는 것이 전략이었다"며 "'제3지대 공간을 열어야 한다', '진보통합으로 가야 한다'라는 다른 견해들이 존재했지만, 이정미 대표는 묵살했다"고 지적했다.

류호정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국민의힘의 경우) 임명직 당직자만 사퇴하는 상황을 보고 정말 책임없다, 웃기는 상황이라고 한다며 그런데 정의당도 (여당과 똑같이) 그런다면 우리가 과연 그들보다 더 나은 정당, 책임감 있는 정당이라 말할 수 있겠나라고 자당을 비판했다. /이새롬 기자
류호정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국민의힘의 경우) 임명직 당직자만 사퇴하는 상황을 보고 '정말 책임없다, 웃기는 상황'이라고 한다"며 "그런데 정의당도 (여당과 똑같이) 그런다면 우리가 과연 그들보다 더 나은 정당, 책임감 있는 정당이라 말할 수 있겠나"라고 자당을 비판했다. /이새롬 기자

류호정·장혜영 의원 등이 주도하는 당내 정치모임 '세번째 권력'도 마찬가지로 당 지도부 사퇴를 요구했다. 류호정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국민의힘의 경우) 임명직 당직자만 사퇴하는 상황을 보고 '정말 책임없다, 웃기는 상황'이라고 한다"며 "그런데 정의당도 (여당과 똑같이) 그런다면 우리가 과연 그들보다 더 나은 정당, 책임감 있는 정당이라 말할 수 있겠나"라고 자당을 비판했다.

김종대·박원석 전 의원과 배복주 전 부대표 등이 참여한 정의당 대안신당 모임 역시 같은 날 '이정미 지도부 총사퇴가 전면적 노선 전환의 출발'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대안신당 모임은 "전국위 권한까지 위임받는 전권 비상지도부를 구성해 '혁신·재편·확장'으로 나아가는 당의 노선 전환과 총선 지휘 책임을 맡겨야 한다"며 "양당 정치의 벽이 높았던 것이 아니라 관성에 갇힌 정의당의 벽이 더 높았던 결과가 아니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안신당 모임은 18일 '2024년 총선 전망과 정의당의 길'이라는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열어 현 지도부 교체 등에 관한 논의를 이어 나갈 계획이다.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지금의 노동·녹색 중심의 재창당 노선은 실패했다', '제3지대 확장으로 양당 중심 정치 지형과 진영을 재구성해야 한다', '반윤(尹) 전선 같은 진영 논리 전선 정치는 유효하지도 않고 신당의 길도 아니다' 등의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다음 달 19일로 예정된 재창당 작업을 마칠 때까지 당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선거에 대한 일차적 책임이 당 대표에게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재창당을 위해 현시점에서 지도부를 교체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자강론' 기조로 자신을 향한 책임론을 일축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17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제 사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당의 위기를 앞으로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당 차원에서의 어떤 고민도 필요하다"며 재창당 작업 전까지는 사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에둘러 말했다. 이 대표는 혁신재창당과 관련해 당이 충족해야 할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후 총선 국면에서는 '선거 연대'에 대한 폭을 열어두고 유연하게 대처하겠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강서구청장 선거가 정의당에 미친 후폭풍과 관련해 정의당이 진보정당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상실하게 되면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은 정의당 지도부 모습. /남용희 기자
전문가는 강서구청장 선거가 정의당에 미친 후폭풍과 관련해 '정의당이 진보정당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상실하게 되면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은 정의당 지도부 모습. /남용희 기자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강서구청장 선거가 정의당에 미친 후폭풍과 관련해 '정의당이 진보정당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상실하게 되면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진보적 대중정당은 대중의 의지를 기반으로 진보적 의제를 선도해야 하지만, 정의당은 몇몇 인지도를 가진 의원들의 개인적 활동에만 의존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문제는 자기 정체성을 잃은 정치 집단의 최종모습이라 생각된다. 현재 정의당 행보를 보면 진보적 대중정당이라기보다는 '여성주의적 정파'라고밖에 안 보인다. 다음 총선에서 정의당의 미래는 (현재라면) 불투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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