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악 선관위원장 출석·질의 의원 제한 등 놓고 고성 오가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소방청 등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13일 이뤄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부정선거 가능성과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격돌했다. 헌법기관으로서 이례적으로 국감에 출석한 노태악 선거관리위원장은 제기된 의혹에 거듭 사과하면서도 국민의힘의 사퇴 요구는 일축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보안 문제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일 국가정보원이 '투·개표 시스템에 해킹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보안 컨설팅 결과를 언급하며 "사전투표는 물론이고 개표결과까지 바꿀 수 있다. 선거인명부시스템을 해킹해 사전투표한 사람을 안한 것처럼 바꿀 수 있고, 유령 유권자를 명부에 올릴 수 있다. 심지어 개표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하고 투표지 분류 결과를 변경할 수도 있다"며 "이거 완전히 부정선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노 위원장께서 작년 5월에 위원장 임명 받으신 이후에 가족 경력채용 의혹 문제, 북한해킹에 대한 부실 또 늑장대응 문제, 허술한 보안시스템, 사전투표 관리도 물론이고 투·개표시스템 전반에 대한 관리문제 등이 다 터지고 있다"며 "선관위가 공정한 선거관리와 고소·고발의 주체였는데 이제 수사 대상이 됐다"고 힐난했다.
이만희 의원은 "선관위는 우리 국민의 개인정보를 가장 많이 보관하고 있는 기관"이라며 "그러나 정보보안 업무 담당자는 3명에 불과하다. 그중 의미 있는 자격증을 가진 속칭 전문가는 한 명"이라고 짚었다. 그는 "중요한 선거관리 시스템에 접근하는 비밀번호가 '12345'"라며 선관위 직원들의 보안의식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가 제기되기 전인 지난 5월까지 선관위 직원들은 업무망에서 쿠팡을 통한 쇼핑, 네이버를 통한 뉴스검색을 다 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의원은 "선관위는 사이버 보안에 관련해서는 사실 통째로 손을 놓고 외부업체에 맡겨버렸다. 그러면서 '내부 조력자가 없이 해킹이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그러면 지난 2년 동안 북한으로부터 해킹 나왔던 일곱 번의 차례 내부 조력자가 있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사이버 해킹능력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마음껏 자기 마당처럼, 자기 집처럼 드나들 수 있는 것이 현 상태"라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보안 문제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도 국정원의 발표 시점을 두고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국정원이 제기한 온갖 가능성 중 하나라도 실현되어 부정선거로 드러나거나 문제 제기 되는 건이 있냐"면서 "국정원이 수많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마치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 대한민국 민주주의 선거 체제가 완벽하게 후진국 수준으로 간 것처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원은 2012년 18대 대선 전면에서 댓글조작을 했다.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원세훈 전 원장이 대법원에서 4년을 선고받았다"며 "선거 때마다 선거 개입을 해왔던 권력기관이 국정원이었고 국민들은 국정원을 관권선거, 정부 조작으로 국민의 참정권, 민주주의를 무너뜨렸던 조직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국정원이 또다시 선거 개입 전면에 등장하는 것이 우려스럽다"며 "선거를 하루앞둔 10일 국정원에서 선관위 보안시스템이 취약해 해킹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런 것들이 다시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하고 선거에 개입하기 위한 밑자락을 까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형석 민주당 의원은 "최근에 일련의 사태를 보게 되면 문제가 많다. 소쿠리 투표도 문제가 있었고, 특히 선관위 내부적으로 직원들을 경력직원을 채용을 하면서 자녀들을 채용했다"면서도 "이런 문제점을 빌미로 해서 선관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하려는 입장에 대해서 단호하게 선관위가 대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원의 발표에 대해서도 "선관위는 선거시스템에 대한 해킹 가능성이 실제 부정선거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를 했다. 또 기술적 가능성이 실제 부정선거로 이어지려면 다수의 내부 조력자가 조직적으로 가담해야 된다고 이야기했다"고 확인했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소방청 등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인사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노태악 "진심으로 송구하다...뼈를 깎는 노력으로 국민 신뢰 회복할 것"
노 위원장은 제기된 문제들에 거듭 사과했다. 노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우리 위원회는 최근 위법한 정보보안 관리와 고위직 자녀들의 특혜채용 의혹 등으로 국민들께 큰 실망을 드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거듭 드린다"고 했다.
그는 "국가정보원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실시한 컨설팅을 바탕으로 선거관리시스템에 대하여 최선의 보완대책을 마련하겠다. 국민들께서 염려하지 않으시도록 여건하에서 정부보안체계를 견고히 구축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뼈를 깎는 노력으로 끊임없는 조직혁신과 공정한 선거관리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또 하겠다"고 했다.
노 위원장은 해킹 가능성에 대한 질의에 "사전투표기 자체에 (해킹)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투표할 때 관여하고 개표할 때도 여러 사람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사전선서 투표만 용지를 따로 분류해 사람이 다시 한번 재검토하는 절차를 거친다"며 "지적하신 부분은 강화하겠지만 그렇게 또 부정선거로 바로 이어질 가능성은 생각보다 적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관련 질의에도 "기술적으로는 뭐 불가능하지 않으리라 보고 받았지만 실질적으로 그것이 부정선거로 이어질 가능성은 힘들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선거 전날 국정원이 보안 점검 결과를 발표한 데 대해서 "발표 시기 등의 부분이 서로 합의가 안 됐다"고 해명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노 위원장의 사퇴 의사를 거듭 확인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5월 노 위원장 취임 이후 사퇴를 압박해 왔다. 이날 이어진 사퇴 요구에 노 위원장은 "지난 5월 사태가 터지고 나서 사퇴 요구를 받아왔다. 제가 사퇴한다고 해서 선관위가 바로잡혀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일축했다.
그는 "이 사태를 극복하고 제대로 된 감사와 수사를 받아야 하고 내년 총선도 바로 눈앞에 있다"며 "자리 자체에 연연하지는 않지만 그런 부분들이 마무리되고 과거의 일이지만 현재 내가 책임져야 할 일이 있다면 바로 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선이 마무리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헌법기관의 국정감사 출석' 놓고 여야 신경전
이날 국감에는 초반부터 노 위원장의 출석과 노 위원장에 대한 질의 의원 수 제한을 두고 거친 공방이 오갔다. 이는 모두 여야 합의를 거쳐 행안위 의결로 결정됐다. 민주당은 "노골적인 선관위 흔들기"라고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무엇을 위해 노태악 지키기에 쩔쩔매는가"라고 맞서며 고성이 오갔다.
야당 간사인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에서 "87년 현행 헌법 이후 국회는 헌법기관인 선관위를 존중해 왔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선거관리가 힘들게 성취한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본 조건이기 때문"이라며 "선관위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할 때도 선관위원장은 인사말을 마치고 퇴장하고 대신 사무총장을 출석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 선관위원장의 국회 출석과 질의응답으로 30년 넘게 이어져 온 헌법기관에 대한 존중과 관행이 한순간에 무너져 버린 것에 대해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며 "채용비리와 해킹의혹은 진상을 밝히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를 빌미로 선관위를 길들여 선관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시켜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여당 간사인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의 선관위의 모습을 바라본다면 우리가 그 관행을 존중하는 것이 맞겠냐"며 "형편없이 무너진 체제에 대해 책임있는 기관장에 대한 답변을 듣고 거기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게 국민의 대표로서 국회의원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저는 국정감사를 통해 엄중하게, 예외 없이, 성역 없이 묻고 따지며 우리 선거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안 마련을 듣고자 한다"며 "대안을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면서 우리의 소중한 주권을 지키는 선거의 신뢰성을 만들어 낼 것인가. 거기에 대한 고민을 하고 질의를 하고 답변을 받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성이 거세지자 민주당 소속 김교흥 행안위원장은 여야 의원들을 향해 "여야가 조정해서 합의한 것"이라며 "속기록에 나와 있는데 왜 딴소리를 하느냐"고 질타하며 중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