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두 자릿수 격차로 참패하면서 지도부 책임론이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왼쪽에서 첫 번째)가 지난 5일 강서구 화곡역사거리에서 구민들에게 김 후보자 지지를 호소하던 모습.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총선의 전초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가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두 자릿수 격차로 완패했다. 국민의힘은 '수도권 위기론'이 현실화한 만큼 지도부 책임론이 불가피하다는 내홍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은 12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수습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도부는 패배 후유증을 수습하고 인재영입과 민생행보, 특위활동 등 대책들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치러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김 후보는 39.37%(9만5492표)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56.52%(13만7065표)의 진 후보에 17.15%포인트 차이로 패했다. 강서구는 민주당이 지난해 대선에서 2.2%포인트, 같은 해 구청장 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2.61%포인트 앞섰던 지역이다.

총선을 6개월여 앞두고 치러진 이번 보궐선거는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렸다. 국민의힘은 수도권 중진들을 전면에 세워 '매머드급'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소속 의원들에 총동원령을 내리는 등 당력을 집중해 왔다.

그러면서도 서울 강서구가 갑·을·병 지역구 국회의원 모두 민주당 소속일 정도로 야당 세가 강한 만큼 내부적으로는 한 자릿수 차이의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를 목표로 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국민의힘은 보궐선거의 의미를 축소하며 민주당의 '정권심판론'에 '지역발전론'으로 맞섰다.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는 11일 저녁 서울 강서구에 마련된 선거사무실에서 패배를 인정했다. /박헌우 기자

수도권 민심이 '정권심판론'의 손을 들어주며 국민의힘은 혼란에 빠졌다. 국민의힘은 잠잠해졌던 '수도권 위기론'이 현실화하면서 총선 전략의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해졌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두 자리 이상 큰 차이로 지면 수도권 지역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게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김기현 대표와 지도부를 향한 책임론이 불거지며 친윤계 위주의 당내 질서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국민의힘 지도부는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할 경우 공천하지 않는다는 당헌·당규에 따라 무공천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돌연 "김 후보에 대한 대법원판결이 편향적이다"라는 이유를 들며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다. 배경에는 김 후보를 사면한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김 대표가 물러난 뒤 당을 이끌 적절한 인물이 없다는 점에서 이같은 가능성은 작다. 김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출마한 만큼 김 대표에게 책임을 묻기 애매하다는 의견도 있다.

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고문인 권영세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선거에서 패배해도) 특별한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 당 전체를 흔드는 요소가 될 만한 그런 선거는 아니다"라면서 보궐선거의 의미를 축소했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비대위 체제설에 대해서도 "우리 지도 체제가 흔들리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얘기일 수도 있다"며 "지도 체제가 자주 바뀌는 정당을 놓고 제대로 되는 정당이 없다. 그렇게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그렇게 되면 옳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비대위 체제 전환을 내다봤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두 자릿수 패배는 지금 김기현 대표 체제로는 내년 총선이 수도권에서 어렵다는 뜻"이라며 "김기현 체제로 내년 총선을 못 치른다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그는 "김 대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서 당이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현 대표와 지도부를 향한 책임론이 불거지며 친윤계 위주의 당내 질서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남용희 기자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두 자릿수 패배로 당내에서는 비대위 구성 목소리가 많이 나올 것이다. 특히 수도권의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위기감을 많이 느낄 것"이라며 "이 사람들을 중심으로 비대위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도부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통화에서 "김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세운 당대표다. 독자적인 리더십이나 주도권을 가진 당대표가 아니다"라며 "결국 용산 대통령실이 국정 기조 등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인데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 구도 자체가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잘못 잡으면서 벌어진 일"이라며 "그걸 김 대표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건 이상하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민심이 총선 때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 평론가는 "총선까지 6개월이 남았기 때문에 변수가 많다"며 "이번 보궐선거는 특수한 경우다. 김 후보의 귀책 사유에 따라 치르게 된 선거에 김 후보가 출마하면서 강서구민들이 분노한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여론이 내년 총선까지 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개표가 끝난 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2020년 4월, 총선에서 보수대결집으로 패배한 이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거쳐 대선과 지선을 걸쳐 쌓아올린 자산이 오늘로서 완벽하게 리셋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오늘의 결과는 17.87%라는 21대 총선 강서구 합산 득표율 격차에서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그 중간에 이기는 길을 경험해 봤음에도 그저 사리사욕에 눈이 먼 자들이 그걸 부정해왔던 것"이라며 "더 안타까운건 이제부터 실패한 체제를 계속 끌고 나가려는 더 크고 더 비루한 사리사욕이 등장할 것이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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