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분쟁' 확전 조짐…尹 '중동 외교' 시험대
입력: 2023.10.12 00:00 / 수정: 2023.10.12 00:00

긴급 경제·안보 점검 회의 개최
"하마스 민간인 무차별 살상, 테러행위" 규탄
사우디 등 중동국가 경제협력 영향 주목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높은 긴장감을 갖고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참석자들은 또 하마스의 무차별 민간인 살상에 대해 테러 행위라고 규탄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높은 긴장감을 갖고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참석자들은 또 하마스의 무차별 민간인 살상에 대해 "테러 행위"라고 규탄했다.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 충돌이 중동 지역의 급격한 정세 변화를 가져오면서 대통령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제2의 건설 붐'을 일으킨다며 주력해온 '중동 외교'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치외교'를 우선 순위로 두고 '실용외교'와 균형을 잡으려는 현 정부의 외교 전략 기조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 무력충돌이 발생한 지 닷새째인 11일 오후 긴급 경제·안보 점검 회의를 열었다.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등 무력충돌이 확전할 조짐을 보이자 국내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일각에선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이란이 배후로 드러날 경우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현대의 복합적인 상호의존 환경에서는 작은 외부의 충격에도 안보와 경제가 한꺼번에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면서 "높은 긴장감을 가지고 국내외 안보‧경제 동향과 이에 따른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지시하고, 이상 징후 발생 시 필요한 조치가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당부했다. 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 내 재외국민의 안전 상황 등을 점검하고 교민과 여행객의 안전 대책 마련도 지시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 무력 충돌에 대해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17일 서울 모처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공식 오찬하는 윤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 무력 충돌에 대해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17일 서울 모처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공식 오찬하는 윤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특히 윤 대통령을 비롯해 박진 외교부 장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등 참석자들은 하마스의 민간인 무차별 살상과 인질 사태에 대해 "국제인도법을 명백히 위반한 테러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했다. 전날(10일)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팔 사태의 전황을 설명하는 데 그쳤던 것에 비해 강한 메시지를 낸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방 주요 국가들이 공개적으로 이스라엘 지지 흐름에 발맞춘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가치 외교'를 핵심 외교전략 기조로 표방해 왔다. 윤 정부 '가치 외교'란 자유와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외교 정책에 반영해 국제사회에서 이를 대변하고 증진하며 실천하는 외교를 뜻한다. 역대 정부의 '균형적 실용외교'(노무현), '포괄적 실리외교'(이명박), '신뢰외교'(박근혜), '균형 있는 협력외교'(문재인)와 차별화된다.

다만 이번 사태로 윤 정부의 '중동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제2의 중동 붐으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면서 중동 지역 맞춤형 '실용 외교'를 펼쳐왔다. 중국시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시장을 공략해 경제협력을 강화해왔다.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Muhammad bin Salman) 사우디 왕세자의 공식 방한을 계기로 40조 원 규모 투자 약속을 얻어냈고 후속 논의를 앞둔 상황이다. 사우디의 국영 기업 아람코(Aramco)가 추진하는 50억 달러(6조4000억 원) 규모의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사업인 '아미랄 프로젝트'도 국내 기업이 수주했다. 최소 5000억 달러(약 664조 원)규모로 추정되는 사우디의 '네옴시티 프로젝트'도 기대되는 먹거리다.

윤 대통령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 가치 외교와 실용 외교 간 균형을 잘 잡을지 주목된다. 10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칸 유니스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를 살피고 있다. /AP=뉴시스
윤 대통령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 '가치 외교'와 '실용 외교' 간 균형을 잘 잡을지 주목된다. 10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칸 유니스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를 살피고 있다. /AP=뉴시스

이런 가운데, 이번 무력 충돌에 대해 빈 살만 왕세자가 팔레스타인 편에 섰고, 바이든 행정부가 공들여온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는 원점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윤 대통령으로선 중동 국가와 투자 유치 등 경제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자유 민주주의 진영과 가치 외교를 실현해야 하는 전략을 구사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이·팔 사태는 한반도 안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대외 정책이 다시 중동 지역에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북한 핵 위협 대응 등 동북아 안보 정책은 밀려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때처럼 동맹국에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외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순전한 악"으로 규정하면서 이스라엘 지원을 위해 필요에 따라 추가 군사자산을 투입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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