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상>] 이준석 "공산 전체주의가 아닌 용산 전체주의"
입력: 2023.10.03 00:00 / 수정: 2023.10.03 08:35

강서구청장 선거 여야 15% 득표율 차이나면 與 지도부 '빨간 불'
"與 정강정책 1조 '기본소득', 尹보다 더한 오른쪽 있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정부·여당이 현 상황에 위기 의식을 느껴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특히 다가올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에서 민심의 향방을 읽어야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가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더팩트>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정부·여당이 현 상황에 위기 의식을 느껴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특히 다가올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에서 민심의 향방을 읽어야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가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더팩트>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여의도=설상미 기자] "지도부가 6개월 동안 제대로 한 게 없는 느낌이다. 다만 당이 이렇게 된 이유가 김기현 지도부 때문인지, 다른 요인 때문인지 다들 생각이 다르다. 원내 인사들이 입이 없지, 머리가 없는 상태는 아니라고 말한다. 다들 체득화된 비겁함으로 조용히 하고 있다. 윤 정부에서 정책으로 점수를 딴 것보다는 당무 개입으로 점수를 잃은 게 더 많다. 국민들이 그 부분을 냉정하게 평가할 것이다."

2024년 4월, 윤석열 정부 출범 3년 차. 윤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띤 소리 없는 총성이 울린다. 총선까지 남은 시간은 200여 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25일 여의도 모처에서 한 시간가량 진행된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정부·여당이 현 상황에 위기 의식을 느껴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10·11 서울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가 민심의 풍향계가 될 전망이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으로 꼽히는 강서구는 지난 대선 민주당이 앞섰지만,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기를 잡은 곳이다. 여야 모두 총력 유세에 나서면서 '윤석열 vs 이재명'의 대리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해당 선거를 두고 "서울이 950만 명 중 5~6%(60만 명)가 참가하는 대형 여론 조사"라며 "15% 이상 차이가 나게 되면 당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김기현 대표의 리더십이 여전히 검증되지 않은 점을 리스크로 지적하면서도, 당이 현 상황에 이르게 된 데에는 정부 정책의 부족함을 원인으로 꼽았다. 용산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등으로 민심을 잃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아래는 이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10·11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를 두고 여야가 총력전에 나섰다.

서울 시민의 5~6%가 참가하는 대형 여론조사다. 내년 서울 지역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만약 (양당 후보가) 15% 이상이 차이가 나면 강남도 박빙이라는 얘기다. 21대 총선 당시 서울 서초을에서 박성중 의원이 한 자릿수 지지율 격차로 이겼다. 만약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15% 이상 차이가 난다면 강남도 뒤집힌다. 엄청난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패배 시 김기현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지도부가 6개월 동안 제대로 한 게 없는 느낌이다. 다만 당이 이렇게 된 이유가 김기현 지도부 때문인지, 다른 요인 때문인지 다들 생각이 다르다. 원내 인사들은 입이 없지, 머리가 없는 상태는 아니라고 말한다. 다들 체득화된 비겁함으로 조용히 하고 있다. 슬슬 얘기할 때가 됐다.

이 전 대표는 김기현 지도부가 내년 총선에서 속도감 있게 여러 변수에 대응할수 있는가에 대해 검증이 되지 않은 점을 당내 리스크로 꼽았다. /이새롬 기자
이 전 대표는 김기현 지도부가 내년 총선에서 속도감 있게 여러 변수에 대응할수 있는가에 대해 검증이 되지 않은 점을 당내 리스크로 꼽았다. /이새롬 기자

-다른 요인이 뭔가.

여당인 만큼 정부 정책에 국민들이 호응하면 큰 도움이 될 텐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윤 정부에서 정책으로 점수를 딴 것보다는 당무 개입으로 점수를 잃은 게 더 많다. 국민들이 그 부분을 냉정하게 평가할 것이다.

-22대 총선, 김기현 지도부 체제로 가도 괜찮을까.

선거 전략 수립과 수행은 완전히 대표 몫이다. 선거에 돌입하면 변수들이 발생한다. 김 대표가 속도감 있게 해당 변수를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검증이 안 됐다. 그러니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거다. 과거 김무성 대표의 옥새 파동만 봐도 그렇다. 박근혜 정부보다 지금 윤 정부의 선거 개입이 더 노골적일 거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김기현 대표가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용산 차출론'이 확산되면서 당내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당 지도부는 '공천 명단' 존재 여부를 두고 선을 그었지만, 대규모 차출이 현실화될 경우 공천 지역이나 방식에 따라 공천 갈등이 크게 터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적 쇄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이길 수 있는 인재 영입이 안 될 것"이라고 봤다.

-당 지도부가 '공천 명단' 존재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김기현 대표 역시 "잘 모르는 사실"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대표 대응으로 인해 신뢰도가 많이 깎였다. 현실적으로 대표가 30명 명단을 달라고 했을 리가 없다. 거꾸로 말하면, 지도부에 속한 누군가가 대표 허가 없이 그런 명단을 요청했다는 건데, 하극상이다. 대표를 넘어선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지도부에 있는 거다. 대표 입장에서도 놀랐을 것이고, 말이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의원들도 엄청 충격을 받은 상황이다.

-대통령실 참모진 전면 배치가 당협위원장 인적 쇄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에 대해서는.

인재영입이 안 될 거다. 경쟁도 없을 거다. 수도권에서 19대, 20대, 21대 거치면서 표가 계속 떨어졌다. 강서구만 봐도 지난 21대 총선에서 갑을병 평균 득표율이 37% 정도였다. 그때보다 안 좋다고 생각한다면,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도 37% 이상 나오기 어렵다. 서울시 전역으로 봤을 때 강서구와 서대문구의 표심이 통상적으로 통계가 같다. 누가 서대문에 나오려고 하겠나. 내 돈 들여 선거 한 번 치르고 나면 그래도 선거비용 보존은 될 테고, 나중에 공기업이 한 자리 챙겨주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나가는 사람들이 몰릴 거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이념 정치에 대해 용산 전체주의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사진은 2021년 12월 4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를 찾아 유세를 하고 있는 모습. /더팩트DB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이념 정치'에 대해 "용산 전체주의"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사진은 2021년 12월 4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를 찾아 유세를 하고 있는 모습. /더팩트DB

-당의 고질적인 공천권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만약 시스템 공천에 완전 경선이 보장되면 제가 영남에서 웬만한 사람들과 (선거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경선이 시행되고 그것이 공정하다는 확신만 있으면, 각자 지역에서 열심히 한다. 그런데 지금은 권력자가 나중에 불합리한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어서, 지역에서 열심히 하는 건 '바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난장판이 되는 거다.

"제일 중요한 게 이념이다. 분명한 철학과 방향성 없이는 실용도 없다."(7월 28일, 국민의힘 연찬회), "공산 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 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8·15 광복절 경축사) 윤 대통령의 이념 강조 발언이 점점 더 선명해지는 가운데, 홍범도 장군 등 5인의 육군사관학교 흉상 철거 등으로 이념 전쟁이 정치권 안팎에서 재점화되고 있다. 이 같은 노선에 이 전 대표는 "용산 전체주의"라고 비판하며 "현 경제 상황으로는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정계 개편을 염두한 윤 대통령의 '극우 포섭'이라는 해석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이념 정치'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

젊은 세대들이 보기에 삶에 위협을 주는 것은 공산 전체주의가 아닌 용산 전체주의이다. 대통령 취임 당시에는 자유를 얘기했다. 젊은 사람들은 세대를 속박하기 위해 있었던 것들, 하다못해 인터넷 검열 등 구체적인 자유를 다루길 원했다. 대통령은 아주 옛날 방식인 공산주의 반대말의 자유를 생각하고 있다. 대통령이 정치를 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자유의 더 넓은 개념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인데, 굉장히 안타깝다.

-이념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현 경제 상황으로는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다. 대통령 취임 당시부터 당이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22대 총선 앞두고 분위기가 안 좋으면 대통령이 정계 개편을 시도할 수도 있다. 그럴 때 아주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이 따라오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이 사람들에게 계속 인기를 끌기 위해서 하는 것 같다. 현재는 35% 정도 안에 갇혀 있는 거다. 총선에서는 51%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지형을 짜놔야 그 안에서 뭔가 해볼 수 있다. 이게 대체 무슨 전략인가.

21대 총선을 앞두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의 가치와 비전으로 기본소득 정책을 최우선으로 뒀다. 국민의힘 정강 1조 1항에 따르면 '국가는 국민 개인이 기본소득을 통해 안정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하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다'고 돼있다. 당시 진보적 어젠다를 정강정책에 담아 보수정당의 진정한 변화를 알렸다는 평가 속에 정치 개혁 부문에서 당이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 전 대표는 기본소득 정책을 추구하던 당이 '반공' 등 이념 전쟁 노선에 뛰어든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확장성이 떨어진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을 때 '나 말고 아무도 없으면 내가 극우'라고 하더라. 하다못해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시절만 해도 그렇다. 오른쪽을 보면 우리공화당이 있었다. 대통령이 이념 전쟁을 선포한 뒤로부터는 대통령 오른쪽에 사람이 안 보인다. 이게 가장 큰 문제다. 우리 당 정강 정책을 보면 1번이 여전히 기본소득이다. 우리 당은 그 정도 스펙트럼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념 전쟁을 하겠다고 한다. 할 거면 정강 정책을 뜯어고치든지. 당의 정강 정책과 이념적 스펙트럼이 전혀 맞지 않다."

☞<하>편에 이어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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