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상>] '지구세탁실' 류호정·김용태·이동학 "RE100 안 하면 기업 다 죽어"
입력: 2023.09.30 00:00 / 수정: 2023.10.02 12:32

첫 활동은 '영종도 줍깅'…"뉴스에서만 보던 쓰레기 문제, 현실감 느껴"
해양 쓰레기 해결 위해 추석 연휴 '동남아 행'


여야 세 젊치인(젊은 정치인) 류호정 정의당 의원(31)·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33)·이동학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41)이 대한민국에 넘실대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 자리에 모였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 전 최고위원, 류 의원, 김 전 최고위원 순. /남용희 기자
여야 세 '젊치인'(젊은 정치인) 류호정 정의당 의원(31)·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33)·이동학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41)이 대한민국에 넘실대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 자리에 모였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 전 최고위원, 류 의원, 김 전 최고위원 순.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설상미·송다영 기자] 여야 세 '젊치인'(젊은 정치인) 류호정 정의당 의원(31)·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33)·이동학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41)이 대한민국에 넘실대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의 첫 활동은 '줍깅'(줍다+조깅, 쓰레기를 주우며 걷거나 뛰는 활동). 인천광역시 중구 영종도 바닷가 인근에서 약 20명의 시민과 함께 쓰레기를 주웠다. '줍깅' 후기를 묻자 "두 시간 이상 하면 허리도 아프고 중노동처럼 느껴진다(이 전 최고위원)"는 생생한 증언이 나왔다.

이들은 스스로를 '줍줍 지구세탁실'이라 이름 지었다. TV 인기 예능 프로그램 '뿅뿅 지구오락실' 이름에서 차용한 것이라고 했다. 모임을 어떻게 처음 생각한 것이냐 물으니 김 전 최고위원과 이 전 최고위원 두 사람의 식사 자리에서 시작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 전 최고위원은 '쓰레기 센터'를 운영 중이고, 김 전 최고위원은 '에너지환경정책'을 전공했다. 두 사람이 밥을 먹던 중 환경 보호 정책 선진국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생각은 유럽보다는 가까운 아시아를 방문하는 쪽으로 발전했다. 환경을 핵심 의제로 내세우는 정의당 소속의 류 의원을 떠올린 것은 김 전 최고위원이었다. '이런 걸 해 보자'는 김 전 최고위원에 말에 류 의원도 흔쾌히 승낙하며 '줍줍 지구세탁실'이라는 '환경 연대'가 탄생했다.

21대 국회는 하루가 멀다하고 여야가 강대강 대결 구도를 이어가고, 서로를 악마화하며 정쟁하는 '극단 정치'가 이어진 지도 오래다. 그 사이 환경 문제는 뒤로, 또 뒤로 밀려나고 있다. 올해도 수해·폭염·화재 등 수많은 재난의 원인이 기후 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전 세계에 퍼졌지만, 정치권이 환경을 다루는 속도는 느리기만 하다. 이들은 "기성 정치권은 트렌드를 못 읽는다. 'RE100'으로 안 가면 기업들은 다 죽는다(김 전 최고위원)"며 기성 정치권에 대한 답답함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환경과 관련한 해법 모색을 위해 '같은 결론'을 내기 위한 모임은 이들에게도 값져 보였다. 이들이 '청년 정치인 패널'로 출연해 매체에서 대립각을 세우며 토론할 일만 많았던 과거에 빗대면 더 그랬다. 인터뷰 1시간 전부터 미리 모여 '스터디'를 했다는 이들. 이날은 '폐플라스틱' 얘기를 열띠게 했다고 했다.

'기후 위기에 정책적으로 대비하자'는 그들의 바람에는 '여야'가 따로 없어서일까, 기성 정치를 넘어서 보겠다는 이들의 각오 때문일까. 이날 류 의원의 상의 색깔은 베이지색, 이 전 최고위원은 카키색. 각자 자신들의 정당을 상징하는 색을 안 입고 있었다. '파란색' 옷을 입은 김 전 최고위원을 보고 류 의원은 "빨간색을 입고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더팩트>는 지난 25일 국회 의원회관에 위치한 류호정 의원실을 찾아 세 사람으로부터 환경 문제와 현실 정치에 대한 가감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과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이동학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왼쪽부터)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류호정 정의당 의원과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이동학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왼쪽부터)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각자 환경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동학: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지구 유랑을 했다. 저출산 고령화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환경 문제를 포착하게 됐다. 전 세계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을 만나 인터뷰하며 '전 세계 도시가 지속가능성과의 싸움을 하고 있구나' 하는 걸 알게 됐다. 한국에 돌아와 문제 인식을 담은 '쓰레기 책'을 내게 됐고, 쓰레기 센터를 만들어 활동 중이다. 기후 정치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주도적 역할을 해 보자는 생각이다.

용태: 우선 저는 에너지환경정책을 전공했다. 에너지 관련해 RE100(재생에너지 전환)같은 환경 문제는 안보 그리고 산업화와도 연결되어 있어 중요한 문제다. 앞으로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RE100을 하지 않으면 협력업체와 계약을 취소할 거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애플', '폭스바겐' 같은 세계 기업들의 협력업체가 많다. 그런데 RE100을 하지 않으면 협력 관계가 깨질 수도 있는 거다. 지정학적으로 어렵다고 하지만, 수출 중심 국가에서 RE100을 안 하면 먹고 살 수가 없다.

환경도 마찬가지다. 폐플라스틱 문제를 예로 들자면, 2030년까지 반도체를 만들 때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재생 원료를 의무적으로 30%까지 사용하도록 하는 협약이 전 세계적으로 체결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폐플라스틱 수거조차 잘 안된다. 산업과 굉장히 밀접한 문제인데 정치권은 관심이 별로 없다.

호정: 저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상임위 활동을 할 때 노동 의제를 다루다가 본격적으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산업 전환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화력발전소를 폐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발전소가 폐쇄되면) 먹고 살길이 없다'고 찾아온 거다. 특히나 1, 2차 하청업체로 넘어가면 인력 규모 파악도 제대로 안 됐는데, 당시만 해도 이에 대한 대책은 전무했다. 기후위기 극복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이 없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됐다.

지구세탁실의 첫 활동은 9월 초 인천 영종도에서 했던 줍깅이었다. 활동 소감을 물었다. 바닷가 인근에서 나온 쓰레기는 과자 봉투부터 이불, 심지어는 주사기까지 종류가 다양했다고 했다. 사진은 영종도 줍깅 당시 사진. /지구세탁소 제공
'지구세탁실'의 첫 활동은 9월 초 인천 영종도에서 했던 '줍깅'이었다. 활동 소감을 물었다. 바닷가 인근에서 나온 쓰레기는 과자 봉투부터 이불, 심지어는 주사기까지 종류가 다양했다고 했다. 사진은 영종도 줍깅 당시 사진. /지구세탁소 제공

-'지구세탁실'의 첫 활동은 9월 초 인천 영종도에서 했던 '줍깅'이었다. 활동 소감이 궁금하다.

동학: 저는 영종도 줍깅을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간다. 주사기도 나오고 갈 떄마다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온다. 육지에서 잘못 관리된 쓰레기들이 해류를 타고 쓸려오고, 여름에 수해가 생기면 온갖 쓰레기들이 다 바다로 빨려 들어가지 않나. 결국 해양생태계 자체가 인간이 만든 인공물질로 파괴되는 거다. 줍깅은 피상적으로 뉴스에서 보던 해양 쓰레기 문제를 직접 느낄 수 있는 현실감 있는 현장이다.

호정: 줍깅은 처음 해봤다. 국회 산자위에 있으면서 환경 문제는 산업 단위의 큰 전환, 정부 정책 등 거시적인 관점에서 변화가 중요하다 느꼈다. 개인 차원의 문제들은 쓰레기 총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별로 크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줍깅에서 '재활용 가능' 마크가 붙은 과자봉지를 보니, 결국 정책적으로 재활용이 가능한 시스템이어도 개인 단위 실천이 있어야 바닷가에서 재활용 쓰레기가 발견되는 일이 없겠구나 생각했다.

용태: 저는 이번 줍깅이 굉장히 의미 있다고 본다. 아마 여야가 21대 들어서 처음 합동으로 현장 조사를 나간 활동이 아닐까 싶다. 정치권은 비생산적인 얘기로 서로를 악마화하고 많이 싸운다. 하지만 현장에 나가면 폐기물,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걸 볼 수 있다. (줍깅에서) 주워도 주워도 너무 많이 나오는 쓰레기, 폐플라스틱이 바다에 들어가 물고기가 먹는 일 등... 이런 걸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정치권이 논의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다.

이들은 올 추석 연휴, 귀성 행이 아닌 3박 4일 동남아시아행(태국·베트남)을 택했다. 해양 쓰레기가 심각한 동남아 지역을 방문해 그 나라 정치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관련 시설들을 둘러볼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이 방문 일정을 취재진에게 '시간 단위'로 세세히 설명하자 김 전 최고위원은 "사비로 가는데 더 당당하게 말해도 된다"며 웃었다.

동학: 전 세계에서 해양 쓰레기가 제일 많은 게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같은 동남아 국가들이다. 선진국들의 쓰레기가 불법으로 수입되기도 한다. 항만에서 안 걸리고 그대로 가면 그게 '쓰레기 산'이 되고, 수해가 나면 그 쓰레기들이 전 세계 바다로 퍼진다. 관련해 그 나라 사람들과 동반으로 고민과 대응책을 나누고 싶어서 탐방 차 간다.

호정: 태국과 베트남을 방문해 그 나라 젊은 정치인들과 간담회를 하고, 쓰레기 처리 관련 시설 현장을 둘러볼 것이다. 또 강변과 해양 쓰레기를 줍는 줍깅도 거기서 해볼 것이다. 환경 단체와의 간담회도 예정돼 있다.

용태: 아직 협의가 안 된 내용이지만 해외 일정 이후에 (셋 다 다음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있으니) 폐기물 수거 문제나 폐플라스틱 처리 문제 등과 관련한 '공통 공약'을 내 보면 어떨까 싶다.

호정: 저희가 스터디 했을 때 폐플라스틱은 수거 단계에서 비용이 많이 들고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런 내용들을 세 당 정치인들이 합의할 수 있는 내용으로 공약을 구성하면 괜찮을 것 같다.

정치권에서 환경 문제를 우선순위에서 밀어두는 것을 두고 세 사람은 경고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이들은 현재의 정치를 다른 점들만 찾아 악마화 K-정치는 그들만의 리그 겉모습만 그럴싸하다 등으로 평가했다. /남용희 기자
정치권에서 환경 문제를 우선순위에서 밀어두는 것을 두고 세 사람은 경고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이들은 현재의 정치를 "다른 점들만 찾아 악마화" "'K-정치'는 '그들만의 리그'" "겉모습만 그럴싸하다" 등으로 평가했다. /남용희 기자

-정치권에서 환경 문제는 후순위로 밀리는 경향이 있다.

동학: 여야가 서로 다른 점들만을 찾아서 악마화하는 것은 정치만 실종되는 게 아니다. 미래도, 민생도 실종되고 싸움만 남은 것이다. 서로 공통점을 찾아 해결해야 하는 문제부터 논의하고 행동해야 한다. 쓰레기 문제도 결국 산업화 산물의 피해가 지구 전체, 국민들에게 오게 되는 것이기에 정치가 신경써야 할 문제다. 정치권이 서로 싸우더라도, 이런 문제로 싸우면 좋겠다.

용태: 기성 정치권은 지금 '트렌드'를 못 읽는 것 같다. 'K-정치'는 '그들만의 리그'이다 보니, 권력에 기생해 자신들이 유리한 지역에서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구조다. 국민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RE100 같은 경우, 안 하면 우리 기업들은 다 죽는다. 그런데도 국회의원들은 관심이 없다. 트렌드에 동떨어져 있고, 자기 밥그릇만 생각하는 태도다. 상대를 비난하고 그 안에서 반사이익으로 자기들 수명을 연장해왔던 게 우리 정치의 모습이 아니었나 싶다.

호정: 우선 전 정치권 안에 있어서 죄송스러운 마음이다(웃음). (의원들이)국회 안에 있으면서 '결과물을 하나라도 내겠다'는 생각으로 싸우더라도 싸웠으면 좋겠다. 기후위기 의제도 국회에 '기후위기 특위'가 있지만, 위원회가 입법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겉모습만 그럴싸하게 '국회가 기후위기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포장해 유명무실한 모습을 보이는 건 반성을 했으면 좋겠다.

☞<하>편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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