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쉬는 북한 추석…'명절 스트레스' 있다, 없다?
입력: 2023.09.30 00:00 / 수정: 2023.09.30 00:00

탈북민 4명이 말하는 북한 추석 이모저모 소개
'조상님 만나는 날'…음식 만들어 산으로 성묘행


북한의 추석은 우리가 연휴를 보내는 것과 달리 단 하루만 쉬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는 추석보다는 사회주의 명절인 김일성 탄생일이 최대 명절이다. 2020년 추석이었던 10월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서 탈북민 가족이 북녘을 향해 차례를 지내는 모습. /뉴시스
북한의 추석은 우리가 연휴를 보내는 것과 달리 단 하루만 쉬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는 추석보다는 사회주의 명절인 김일성 탄생일이 최대 명절이다. 2020년 추석이었던 10월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서 탈북민 가족이 북녘을 향해 차례를 지내는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추석은 설과 함께 한민족의 가장 큰 명절이다. 요즘에는 친척 간 만남이 뜸해지고 해외여행길에 오르는 이들도 많아졌지만, 평소 자주 보지 못했던 가족·친지들을 만나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보내는 게 일반적이다. 전국적인 대이동으로 매년 교통편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설은 연결되는 휴일이 주말밖에 없지만 추석은 개천절·한글날과 이어지기도 해 설보다 더 큰 명절로 여겨지는 분위기도 있다.

우리와 비슷한 전통 문화를 공유하는 북한은 어떨까. 가장 큰 차이점은 북한 추석은 하루만 쉰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추석은 1980년대 중반까지 '봉건주의의 잔재'로 취급됐다가 1988년부터 '민속명절'로 지정됐다. 민속명절엔 24절기 중 특별히 의미있는 날로 음력 설, 추석, 한식, 단오가 꼽히는데, 북한에선 민속명절보다 '사회주의 명절'에 더 큰 비중을 둔다. 대표적인 사회주의 명절인 김일성(4월15일, 태양절)과 김정일(2월16일, 광명성절) 탄생일이 바로 북한의 '최대 명절'이다.

그렇다면 북한 사람들은 추석을 어떻게 보낼까. 탈북민 4명의 경험담을 모아 북한 추석 이모저모를 정리해봤다.

-북한에선 추석을 어떻게 보내나?

-음식 싸들고 조상님들 만나러 가는 날이다. 산에 있는 묘소를 가거나 유골보관소(납골당)에 간다. 수산물, 과일, 고기 등 음식 차리는 건 한국이랑 비슷하다. 식구 수에 따라 나라에서 술이나 고기가 배급되기도 하는데 한 끼 먹기 딱 좋은 양이다. 성묘 끝나고는 평소처럼 친구들을 만나 놀기도 한다.

-북한 주민들은 보통 조상의 묘를 사는 곳과 가까운 데 쓰는 편이다. 남자들은 추석날 벌초하러 새벽에 출발하고 여자들은 음식을 만들어 산으로 올라간다. 산과 연결된 동네는 새벽부터 길이 꽉 막힌 풍경을 볼 수 있다. 인파가 넘치고 음식 냄새가 온 산에 가득한, 사람 냄새 나는 날이다. 산에 올라가 성묘를 드리고 산에서 음식을 되도록이면 다 먹고 온다. 여건에 따라 다 먹지 못해도 조금씩은 먹고 내려오는 걸 예의로 여긴다.

<더팩트>취재에 응한 탈북민 A씨는 10여년 전 아들과 함께 한국에 왔다. 그는 한국에 갓 왔을 당시엔 추석 때 파주 임진각을 찾아 고향을 바라보곤 했다고 전했다. 사진은 2021년 10월 12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서 실향민과 새터민 등이 북녘을 바라보는 모습. / 뉴시스
<더팩트>취재에 응한 탈북민 A씨는 10여년 전 아들과 함께 한국에 왔다. 그는 한국에 갓 왔을 당시엔 추석 때 파주 임진각을 찾아 고향을 바라보곤 했다고 전했다. 사진은 2021년 10월 12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서 실향민과 새터민 등이 북녘을 바라보는 모습. / 뉴시스

-2020년, 2021년까지도 정부에서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산에 성묘하는 걸 가는 걸 통제했다. 그땐 북한 주민들이 집에 모여 제사를 지냈다. 작년 추석부터는 명절 분위기가 좀 살아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음식들을 먹나. 추석 때 꼭 먹는 음식이 있다면?

-상은 집안 형편껏 차린다. 아무리 없어도 밥·술·생선·과일 전 5가지 음식은 꼭 올려놓으려 하는 편이다. 떡 같은 경우 송편을 많이 하는데 북한 송편은 남한 것보다 크기가 더 크다. 홍동백서(紅東白西), 조율이시(棗栗梨枾) 같은 차례상 규칙은 딱히 없지만 집안마다 지키는 나름의 전통은 있는 것 같다. 전통과 상관 없이 고인이 생전에 좋아했던 음식을 올리기도 한다는 건 남한 요새 문화와 비슷하다.

-사실 먹는 음식은 지역마다 다 달라 보편적으로 이렇다 특정짓긴 어렵다. 감자가 주식인 양강도·자강도에서는 감자떡을, 쌀이 주식인 개성시·황해남북도·강원도에선 쌀로 만든 음식들을 올린다. 콩이나 밤을 넣는 송편을 먹는 지역도 있다. 김치, 두부, 돼지고기 소를 넣은 만두 같은 음식을 함경도에선 '밴세'라 하는데 이걸 송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불려놓은 찹쌀을 갈아 반죽해 찰떡을 해 먹는 경우도 많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오른쪽)이 25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하나센터에서 추석을 맞아 통일부 소속 북한이탈주민 출신 직원, 하나센터 소속 북한이탈주민 자원봉사자 등과 함께 반찬을 만드는 모습. 김 장관은 양천구 지역 독거 어르신과 북한이탈주민 독거 어르신의 거주지를 차례로 찾아 조리된 반찬을 전달했다. / 통일부 제공
김영호 통일부 장관(오른쪽)이 25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하나센터에서 추석을 맞아 통일부 소속 북한이탈주민 출신 직원, 하나센터 소속 북한이탈주민 자원봉사자 등과 함께 반찬을 만드는 모습. 김 장관은 양천구 지역 독거 어르신과 북한이탈주민 독거 어르신의 거주지를 차례로 찾아 조리된 반찬을 전달했다. / 통일부 제공

-남한과 북한의 추석, 어떤 차이가 있나.

-여기서는 '추석 연휴'라고 해서 며칠 놀지 않나. 해외나 국내 여행을 가기도 하는데 북한은 하루만 논다는 게 가장 큰 차이다.

-기간이 짧아 그런지 부부 간 '명절 스트레스'라고 할 만한 갈등요소는 거의 없는 거 같다. 조상들을 잘 모시면 복이 오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거지 다른 복잡한 생각들이 별로 없어 보인다. 시댁이 먼 남자들은 처갓댁 제사에 가고, 처갓댁이 먼 여자들은 시댁에 가서 밥 먹고 오는 그런 식이다.

-물론 형제가 많은 집에는 어느 집에서 명절 때 더 역할을 하느냐, 부부 간 음식은 누가 하느냐 하는 갈등들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런 갈등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편이다. 북한은 아직 한국에 비해선 가부장적 분위기가 많이 남아있어 집안일은 여성 몫이란 인식이 강하다. 물론 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북한 여성들도 사경제(시장경제) 활동으로 수입 창출에 일정 역할을 하면서 남성들의 가사 참여도가 높아졌다. '장마당 세대'라고 불리는 북한의 신세대들도 생각이 바뀌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추석이나 설날 때 아는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남한 드라마를 보는 게 낙이다. 북한은 거의 20년 전에도 한국 드라마를 단속해왔는데, 단속하는 사람도 추석날에는 거의 술을 마시니 감시가 절로 느슨해진다. 최근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란 게 생겨 남한 드라마를 보다 걸리면 강도높은 처벌을 받는다고 알려져있지만 몰래 망 봐가면서 다 본다. 명절 즐김의 '최절정'은 남한드라마 시청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거다.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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