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 이유로 변경 신청 가능
"추석 일정 고려한 계산"..."어차피 연기 못해"
백현동 개발 특혜와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 대표가 심사일을 연기하지 않은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영장실질심사는 통상 영장 청구 후 2~3일 이내 이뤄지지만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연기가 가능하다. 또 본인의 의사에 따라 직접 출석하지 않고 서면으로 대체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지팡이를 짚고 출석하면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단식에 들어간 이 대표는 지난 23일 단식을 종료한 뒤 병원에서 회복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맑은 미음을 간신히 삼킬 수 있고 혼자서는 거동이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24일간 단식을 이어온 이 대표의 건강 상태를 이유로 영장심사 기일이 연기되거나 이 대표가 직접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 등이 점쳐졌다. 앞서 법원은 지난 22일 예정돼 있던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을 이 대표 측 요청을 받아들여 다음 달 13일로 연기한 바 있다. 지난 15일 예정됐던 이 대표의 대장동·위례신도시 특혜 재판도 다음 달 6일로 연기됐다.
이 대표가 무리하면서까지 직접 출석한 데 친명계에서는 "기각될 것이기 때문에 피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영장에 기재된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 해도 이 대표의 비리가 아니라 이 대표 측근들의 비리"라며 "이걸로 제1야당 대표를 구속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도부 차원에서 (출석을) 만류하지는 못했다. 이 대표 본인의 의지가 워낙 강해 만류할 수도 없었다"면서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25일)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오늘 오후 의료진의 판단을 듣고 (출석 여부를) 확정할 것"이라며 "대표는 출석하겠다는 의지를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출석하지 않거나 연기하면 불리해서'라는 해석엔 "유불리는 따지는 건 아니다"라며 "건강 상태가 나가서 영장 심사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되면 출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지팡이 짚고 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어차피 심사는 받아야 하는데 연기하면서 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그냥 받는 게 추석을 앞두고 유리하다 판단했을 수 있다"며 "또 그 판사가 본인에게 유리하다 판단했을 수 있다. 심사일이 바뀌면 영장 판사도 바뀐다"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영장 심사를 미룬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구속된다 해도 추석 전에 구속되는 편이 낫다. 단식까지 한 제1야당 대표를 구속한 검찰의 무도함을 보여 국민의 동정과 분노를 끌어내고, 지지층이 결집하게 된다. 추석 밥상에 이 이슈를 올리는 편이 낫다"고 분석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통화에서 "수사에 성실히 임하는 모습을 보이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단식부터 체포동의안 표결 등 일련의 타임라인이 추석에 맞춰져 있다"며 "만약 이 대표가 구속된다면 동정론이, 구속되지 않는다면 역풍이 불 것이다. 어떤 방향이든 추석 밥상을 장악하는 것"이라고 봤다.
심문일 연기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이 대표의 몸 상태는 이 대표 본인의 선택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서면조사로 대체할 수 있지만 그 경우에는 판사들이 검찰 기록에 의존해 판단하게 된다"며 이 대표가 직접 출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날 오전부터 이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 중이다. 심문은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았다. 구속여부는 다음날(27일) 새벽 2시께 나올 전망이다. 영장이 발부되면 이 대표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 최장 20일 구속되고, 이 기간에 재판에 넘겨지면 최장 6개월간 구속이 유지된다. 기각되면 즉시 풀려난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야당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만큼 검찰은 총력을 다하고 있다. 검찰은 범죄의 중대성과 거대 야당 대표로서 증거인멸 가능성 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구속영장에서 "이 대표가 자신의 전 비서실장을 시켜 증인으로 나설 성남시 공무원에게 진술을 압박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불구속수사는 면죄부"라며 "용기를 낸 사람들을 비난과 보복의 사지로 내모는 것"이라면서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1야당 대표 구속이 이뤄지면 남은 이 대표 관련 수사와 재판도 탄력받게 된다. 반면 영장이 기각되면 검찰 수사의 정당성에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 대표 측은 "이번 수사는 정치 검찰의 공작"이라며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불구속수사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분당구 백현동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몰아줘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약 200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경기지사 시절엔 쌍방울 그룹 김성태 회장이 북한에 이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대납하도록 한 혐의 등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