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29일'...성과 없이 눈물 흘리며 중단
손학규-이정미, 10일 끝 연동형 비례제 합의
무기한 단식을 벌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건강 악화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 응급실에 긴급 이송, 치료를 위해 녹색병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의 국정 쇄신과 개각 등을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간 지 19일 만이다. |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무기한 단식 농성이 18일 19일 차에 접어들었다. 의학적으로는 이미 한계가 온 시점으로 이날 오전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이 대표는 주변의 거센 만류에도 단식 중단 의지를 밝히지 않아, 병원에서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직 원하는 바를 얻어내지 못했다는 의미다.
정치인들의 단식 기간이 길어질수록 실리를 거둘 확률도 높아지는 걸까. 정치인 '단식사(史)'를 살펴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29일 단식에도 성과를 내지 못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9일 만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11년 노회찬·심상정 당시 진보신당 상임고문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와 경찰의 강경 진압 사과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을 펼치는 모습. /뉴시스 |
◆최장 30일 '노회찬-심상정'...29일 강기갑, 성과 없이 종료
정치인 최장 단식 기록은 '노회찬-심상정' 의원의 30일이다. 2011년 노회찬·심상정 당시 진보신당 상임고문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경찰이 물리력을 동원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촉구 집회를 진압했다며 경찰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도 함께 요구했다.
하지만 이들은 장기간 단식으로 인한 건강 악화와 당 안팎의 우려 등에 따라 단식을 중단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7일 KBS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당시 상황에 대해 "(단식을) 더할 것 같았는데 중단하고 앰뷸런스를 타고 나서 정신을 놔버렸다"며 "그때 체력이 꺾이고 아직 회복이 안 된다. 그만큼 단식은 힘든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강기갑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은 쌀 협상 비준 동의안에 반대하며 29일간 단식 농성을 벌였지만 비준안 통과를 막지는 못했다. /이새롬 기자 |
2005년 강기갑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은 쌀 협상 비준 동의안에 반대하며 국회 본청에서 29일간 단식 농성을 벌였다. 강 의원은 단식 도중 체력 저하로 병원에 이송되기도 했지만, 재차 단식에 나섰다. 그는 단식 28일째엔 전화로 라디오 인터뷰를 갖기도 했다.
그러나 쌀 협상 비준안은 국회를 통과했고, 강 의원은 당내 의원들과 농민단체 등의 만류로 단식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강 의원은 비준안 통과 이튿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입법부에서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통해 농업정책을 입안하는 역할과 의무를 지고 있는 국회의원이 단식 농성이라는 극단적 방식을 취한 데 죄송함을 전한다"고 눈물을 흘렸다.
2018년 김성태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드루킹 특검' 단식 중 의료진의 진찰을 받는 모습. /문병희 기자 |
◆9일 김성태 '드루킹 특검'...10일 '손학규-이정미' 연동형 비례제
2018년 김성태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른바 '드루킹 사건'에 대한 정부 여당의 특검(특별검사) 수용을 촉구하며 노숙 단식에 돌입했다. 김 원내대표의 단식은 다사다난했다. 단식 중 한 남성에게 폭행을 당한 데다, 건강 악화로 응급실에 실려 가는 등 상황이 좋지 않았다. 결국 김 원내대표는 9일 만에 단식을 중단했지만, 이후 여야가 특검에 합의하며 '드루킹 특검'을 관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지난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그때 정치인 중 처음 노숙 단식을 했는데 9박 10일째 병원으로 옮겨졌다"며 "노숙 단식은 실내 단식보다 2~3배 힘들다. 처음 3일 동안은 낮에 밀짚모자를 쓰고, 밤에는 계단 밑에서 비닐 한 장 덮고 자다가 비가 와서 아주 작은 간이 천막 하나를 치고 했다"고 말했다.
2018년 손학규 당시 바른미래당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단식 중 의료진에게 건강 검진을 받고 있다. /이새롬 기자 |
2018년 당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열흘간의 단식 끝에 여야 5당과 문재인 대통령의 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대한 합의를 이끌었다.
여야는 기자회견을 통해 "연동형 비례제 도입의 구체적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관련 법안을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임종석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은 손학규·이정미 대표에게 "국회에서 합의하면 지지할 의사가 있다"는 문 대통령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