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장기화에 국민의힘내 우려...김기현 역할론 커지나
민주당 '총력투쟁' 결의...국민의힘 '격앙'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이 장기화하면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민주당이 16일 총력투쟁을 결의하며 국민의힘은 더욱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이 18일을 넘기면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야당 대표 단식에 김 대표가 여당 대표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단식을 '명분 없는 단식'이라 규정하며 김 대표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이 총력투쟁을 결의하면서 여야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김 대표는 이런 기조에 따라 이 대표의 단식에 '중단' 메시지를 내면서도 직접 찾는 것에는 선을 긋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처음으로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요청한 데 이어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건강이 악화해 회복에 큰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도록 이제 단식을 중단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복 즉시 대표 회담을 열자"고 민생토론을 제안했다. 지난 10일 단식 중인 이 대표를 향해 "사전에도 없는 출퇴근 단식 쇼, 당당한 꼼수, 망신스러운 혁신, 부정부패하는 민주화 등등 언어유희의 극치를 보는 느낌"이라고 비난하던 것에서 한발 물러선 태도다.
그러면서도 김 대표는 대야 강공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의 단식이 이어지던 지난 11일 김 대표는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논란을 두고 '1급 살인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극형', '사형', '쿠데타 기도' 등 수위 높은 발언도 나왔다.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주범', '바지 사장' 등의 표현으로 맹비난했다. 연예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비판에 대해서도 '개념 없는 개념 연예인'이라고 직격했다.
대통령실도 뚜렷한 반응을 내놓지 않는 상황에 야당 대표의 단식이 장기화함에 따라 당내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내에서 김 대표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얘기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야멸차다'는 이미지가 생기는 것도 부담"이라고 했다. 그는 "김 대표가 회담을 제안한 걸 보면 나름대로 고민이 있지 않겠냐"고 봤다.
한 초선 의원은 "이 대표의 단식에 공감하는 국민이 있겠냐"면서도 "야당 대표가 계속 저런다면 정기국회에도 차질이 생긴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에 좋을 게 없다"고 덧붙였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찾아가려면 줄 게 있어야 하는데 이 대표의 요구가 해줄 수 있는 요구가 아니다"라면서도 "그렇지만 가려면 그냥 가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단식의 명분도 없고,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는지도 의문"이라면서도 "계속 그런다면 여당 대표가 무언가 하긴 해야 한다"고 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 17일차인 지난 16일 오후 국회에서 박광온 원내대표가 비상의원총회 결의문을 낭독하는 모습. /뉴시스 |
다만 민주당이 총력투쟁을 결의하며 국민의힘 지도부는 더욱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진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지도부에서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은 없지만, 당내에서 우려가 나온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6일 민주당 의총 결과로 더욱 격앙된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김 대표가 이 대표를 찾아가거나 그럴 필요가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김 대표가 추가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은 더 없다고 봐야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만 지나친 조롱과 폄훼는 하지 말자는 것 정도"라고 덧붙였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6일 이 대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비상의원총회에서 총력투쟁을 결의했다. 결의문은 △윤석열 정권 전면적 국정쇄신 및 내각 총사퇴·한덕수 국무총리 해임 건의안 즉시 제출 △대통령실 등의 순직한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 방해 및 사건은폐 진상규명 특검법 관철을 위한 절차 즉각 돌입 △윤석열 정권의 부당한 정치수사·야당탄압·정적제거·전 정권 죽이기에 맞선 항쟁 △불법 저지른 검사 탄핵 추진 △윤석열 정권의 실정과 폭압에 맞서 시민사회 포함한 모든 세력과 함께 항쟁 등 5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국민의힘은 격앙된 반응이다. 국민의힘은 같은 날 강민국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민주당은 대한민국 공당이길 포기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비록 이 대표의 단식이 명분없는 쇼에 불과했지만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단식 17일째에 돌입한 이 대표의 건강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전했다"면서 "하지만 민주당의 대답은 생뚱맞게 윤석열 정부를 향했고, '내각 총사퇴'와 '총리 해임'을 포함한 도저히 대한민국 공당의 요구라고 볼 수 없는 것들"이라고 맞섰다.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을 내고 "화성인이 아니고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 단식에 대한 논의를 하자고 모인 의원총회 아니었냐"며 "체포동의안 부결을 사실상 당론으로 정해놓고 물타기용으로 국방부 장관 탄핵카드를 꺼냈다가 이도 저도 안되니 이제 내각 총사퇴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명분 없는 단식의 출구전략으로 내각 총사퇴를 들고나오는 것은 화성인이 아니고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