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XX 찍지 마!" 소환된 개각…또다시 'MB맨' 뒷말
입력: 2023.09.16 00:00 / 수정: 2023.09.16 00:00

신원식 과거 막말성 발언 논란…청문회 벼르는 野
與, '김건희법'(개 식용 금지법) 당론 채택 주목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3개 부처 개각을 단행했다. 각각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별보좌관(왼쪽부터),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인사 발표 브리핑을 듣는 모습.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3개 부처 개각을 단행했다. 각각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별보좌관(왼쪽부터),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인사 발표 브리핑을 듣는 모습. /뉴시스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MB맨이 '또' 왔다...국정운영 새바람 '글쎄'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주 국방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등 3곳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어. 취임 이후 세 번째야. 집권 2년 차 들어 지난 6월과 8월에는 장관이 1명씩만 바뀌었는데, 추석 연휴를 앞두고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싶었던 것 같아.

-하지만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면 국정 운영 동력을 얻고 전 부처에 쇄신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취지와는 거리가 좀 멀어 보여. 국방부에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문화체육관광부에 유인촌 대통령 문화체육특별보좌관, 여성가족부에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지명했는데, 특히 유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때인 15년 전 이미 문체부 장관을 지낸 인물이야. 올드보이의 귀환이지. 또 화를 참지 못하고 취재진에 비속어를 사용하던 과거 모습도 대중에게 각인돼 있어. 2008년 문화체육관광위 국정감사 때 야당 의원으로부터 '이명박 졸개'라는 말을 듣자 기자들에게 "사진 찍지 마! XX 찍지 마! 성질이 뻗쳐서 정말"이라고 했었지.

-진보 진영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검열했다는 이른바 'MB(이명박) 정부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도 있었어. 이에 대해 유 후보자는 첫 출근길에서 "그런 적이 없었다"고 부인하면서 "다신 그런 일이 없도록 잘 정리해 보겠다"고 했어. 그러면서도 문화예술계 지원을 '윤 정부에 맞게 잘 다듬어 보겠다'는 뜻을 내비쳤어.

유인촌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과거 발언이 재조명받고 있다. 유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장관 재직 당시인 2008년 10월24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국정감사 도중 기자들을 향해 욕설해 논란이 됐다. /YTN 유튜브 영상 갈무리
유인촌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과거 발언이 재조명받고 있다. 유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장관 재직 당시인 2008년 10월24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국정감사 도중 기자들을 향해 욕설해 논란이 됐다. /YTN 유튜브 영상 갈무리

-윤 정부에 MB맨은 더 있지?

-맞아. 유 후보자 외에도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이주호 교육부 장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등을 비롯해 17개 부처 중 13명의 장·차관이 MB 정부 출신이야. 더불어민주당은 "MB 정부 시즌2"라면서 인사청문회에서 세 명 후보자를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취재진 사이에선 "정치적 기반이 없는 윤 대통령의 인재풀이 빈약하다는 점이 다시 드러난 인사다" "이들의 활동이 전혀 기대가 안 된다"라며 아쉽다는 평가가 많이 나왔어.

-인사 발표 브리핑에서도 'MB계 인사 중용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어. 이때 유 후보자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살펴봤는데 질문을 예상했다는 듯이 표정에는 미동도 없더라고(웃음). 이에 대해 고위 관계자는 "인재를 등용함에 있어서 과거 정부에 한번 몸을 담았다, 안 담았다는 윤 정부에서 큰 기준은 아니다"라면서 "(이명박) 시즌2 그런 것하고는 관계없다"고 설명했어. 야권에선 "이번 개각이 오히려 잘 됐다(?)"는 말도 나와. 각종 설화와 논란의 중심에 있는 후보자 세 명이 장관이 되면 앞으로 정부 지지도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비꼰 거지.

민주당은 15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사진은 이 장관이 지난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민주당은 15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사진은 이 장관이 지난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현 3명의 장관에 대한 사표는 인사청문회 때까지 수리하지 않는다고 해. 야당이 '이 장관 탄핵'까지 거론했던 상황에서 '경질' 신호를 주고 싶지 않은 것 같아. 고위 관계자는 "(이 장관 취임 후)1년 4개월이 됐다"면서 이 장관이 그동안 잘해왔다고 평가하고 채 문책성 인사가 아니라고 반박했어. 하지만 이 장관에 대해선 문책성 인사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야. 지난해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인근 비행금지구역 침범부터 최근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 고(故)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논란까지 대응이 미흡했다는 목소리가 여권 내에서도 나왔었어.

-소폭 개각을 발표하고 대통령은 다음 주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으로 출국하지? 최소 30개 이상 국가와 양자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맞아. 오는 11월 하순에 2030 세계박람회 유치 도시를 선정하니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이번에 막판 총력전을 펼친다는 계획이야. 30개 회담이면 양자 간 깊이 있는 논의하지는 못할 것 같은데 이런 전략이 효과적으로 먹힐지 의문이야. "악수만 하고 끝나는 거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와.

-대통령실은 순방을 앞두고 한껏 고무된 분위기야.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나 "(순방을) 다녀와서 (회담) 숫자가 우리 스스로도 놀라게 되면 나중에 기네스북에 한 달 안에 가장 많은 정상회담을 연 현대 외교사의 대통령, 이렇게 신청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어. 이 얘기를 들은 기자들은 다들 웃었어. 농담으로 받아들이긴 했는데, 이번 인사든 순방 일정이든 전략적이고 효과적인 조치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된 신원식 후보자가 과거 쏟아낸 막말들이 논란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극우 유튜버로서도 자질과 함량이 떨어지는 자라며 강하게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새롬 기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된 신원식 후보자가 과거 쏟아낸 막말들이 논란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극우 유튜버로서도 자질과 함량이 떨어지는 자'라며 강하게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새롬 기

◆신원식 국방부 장관 내정자 인사청문회 앞두고 野 부글부글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 내정으로 정치권이 시끌시끌하네.

-정치적 중립성이 필요한 국방부 장관직에 극우 보수 성향의 신 후보자가 적절한지 논쟁이 계속되고 있어. 신 후보자는 21대 국회 입성 전 전광훈 목사와 여러 차례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어. 스스로를 '태극기'라고 칭하면서 "촛불은 반역이고 태극기는 헌법"이라고 발언하기도 했지. "문재인 모가지 따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과격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어.

-신 후보자 장관직 내정을 다들 이미 알고 있었다며.

-맞아. 정가에선 신 의원의 장관직 내정론이 돌았어. 과거 중대장 시절 부대원 사망 사고 원인을 왜곡·조작했다는 보도 관련해 지난주에 신 후보자가 직접 야당 국방위 소속 의원실을 돌면서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하고 다녔다는 거야. 이례적인 일이라 다들 '이 정도면 대통령실과 이미 얘기가 끝난 것'이라고 예상했더라고. 몇몇 국방위 의원실은 신 후보자 내정 전부터 과거 이력 조사에 미리 나선 상태였어.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본인 유튜브 채널 영상을 다 삭제해서 민주당이 과거 영상 자료를 전혀 확보하지 못했거든. 신 의원이 참석했던 과거 태극기집회 영상이 내려갈까 봐 다들 미리 준비했더라고.

-내정에 따른 여야 분위기는 어때.

-여당은 신 후보자를 두고 '최고 국방 전문가'라며 엄호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불안하다는 목소리도 커. 극우 성향의 신 후보자 내정이 내년 총선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야. 반면 민주당 내부에서는 신 후보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초대 악마"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선을 넘었다"는 분노도 나와. 14일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반성은커녕 '극우 친위내각'으로 철옹성을 세우려 하는 정부에 멈춰 달라"고 경고했어. 신 후보자는 관련된 발언에 대한 입장을 인사청문회에서 밝히겠다고 했어. 민주당이 단단히 벼르고 있어.

김건희법이라 불리는 개 식용 금지법에 여야가 이견을 보이지 않으며 이번 정기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김건희법이라 불리는 데 대해 충성경쟁이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반려동물 7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김건희법'이라 불리는 '개 식용 금지법'에 여야가 이견을 보이지 않으며 이번 정기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김건희법'이라 불리는 데 대해 '충성경쟁'이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반려동물 7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與, '김건희법'(개 식용 금지법) 당론으로 추진?

-이번에 '김건희법'이라고 불리는 '개 식용 금지법'이 주목받고 있어. 그런데 왜 김건희법이야?

-개 식용 금지법을 대표발의한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에 대해 "과거부터 사람 이름을 딴 법안들이 많았다"며 "그게 국민에게 쉽게 홍보된다"고 설명했어. 그러면서 "여야 정치권에서 많은 분이 초당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고, 행정부와 대통령실에서 많은 관심을 보인다"며 "이번에 법안 통과에 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부연했지.

-개 식용 종식 논의는 동물보호단체 등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있는 이야기인 걸.

-그렇지. 하지만 진척이 없었어. 그러다 지난 4월 김건희 여사의 발언으로 탄력을 받은 게 사실이야. 김 여사는 당시 동물보호단체와의 오찬에서 '임기 내 개 식용 종식을 노력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해져. 8월엔 동물보호단체의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해 개 식용 종식을 촉구했지.

-이름이 '김건희법'이고, 이를 당론으로 추진한다고 하니 충성경쟁처럼 보이네. 유승민 전 의원이 이를 '천재적인 아부', '공산전체주의'라는 표현을 쓰며 강하게 비판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야.

-아직 당론으로 정해진 건 아니야. 이 법은 대표발의한 이 의원은 이에 대해 "당론으로 추진하려면 사실 의원총회를 열어서 의원들의 총의를 물어야 한다"면서 "아직 그런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어. 다만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개 식용 금지법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서 추진하겠다고 했으니 저희 당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했지.

지난달 30일 김건희 여사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개 식용 종식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했을 당시. /대통령실 제공
지난달 30일 김건희 여사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개 식용 종식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했을 당시. /대통령실 제공

-당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야.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4일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추진한다는 게 당의 입장"이라며 당론 추진 가능성을 시사했어. 민주당은 어때?

-김성주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도 같은 날 정부·여당에 "정기국회에서 농해수위 법안 심사를 통해 특별법을 반드시 제정하자"고 제안했지. 개 식용을 금지하는 데는 여야 이견이 없어. 국회에는 여야 의원 44명이 참여하는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초당적 의원 모임'도 있거든. 이번 이 의원의 법안에는 정우택·서병수·김학용·김성원·박성민·유상범 등 국민의힘 의원 18명과 박홍근 민주당 의원, 하영제 무소속 의원 등 20명의 의원이 이름을 올렸어. 이 의원 법안 외에도 개 식용 종식에 대한 법안은 총 8개가 있어. 한정애·박홍근·이용빈 민주당 의원안, 안병길·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안, 윤미향 무소속 의원안도 있거든.

-그럼, 그동안 왜 안 됐던 거야?

-개 식용 산업계의 반발 때문에. 특히 이를 다루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방 의원들이 대다수인데, 개 식용 산업은 이들의 지역구인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에 집중돼 있거든. 육견협회 등 관련 단체는 개 식용 금지법을 발의한 의원들을 상대로 내년 총선 낙선 운동을 하겠다고 밝힌 상태야. 그래서 농해수위에서 충분한 심사가 이뤄질지는 모르겠어. 끝까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지.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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