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조연설서 북러 회담 등 북한 위협 비판 메시지 담을 듯
부산엑스포 유치 총력전…"기네스북 신청해볼 것" 농담도
윤석열 대통령이 제78차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오는 18일부터 23일 4박 6일간 미국을 방문한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제77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개최되는 UN(국제연합) 총회 참석을 위해 오는 18일부터 23일까지 4박 6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한다. 방미 기간 최소 30개 이상 국가와 양자회담을 갖고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총력전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기조연설을 통해 긴박해진 국제정세와 관련해 북한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 연대를 강조하고 새로운 디지털 규범 질서 확립 등에 대한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번 유엔총회 기간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전방위 외교전을 펼칠 계획"이라며 "현재 일시가 확정된 양자회담 일정은 30개 정도이며 다수 국가와도 회담 일정을 조율하고 있어서 앞으로 훨씬 더 늘어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과거 해외순방 중 역대 어느 대통령도 시도해 보지 않은 총력외교"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먼저 18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뉴욕에 도착한 직후 산마리노, 체코, 투르크메니스탄, 세인트루시아 등과 연쇄 양자회담을 갖는다.
19일에는 가나 대통령 내외와 오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을 연달아 가질 예정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과의 면담에서는 한국과 유엔 간 협력방안, 우크라이나 문제를 포함한 글로벌 현안, 북핵문제 공조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김 1차장은 전했다. 이날도 콜롬비아, 모나코, 레소토 등 나라와 양자 회담을 갖는다. 같은 날 저녁에는 지난해에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내외가 주재하는 리셉션에 부부 동반으로 참석해 각국 정상들과 교류한다.
방미 셋째 날인 20일에는 제78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기조연설에 나선다. 전체 회원국 중 18번째로 연단에 오르며, 현지시간으로 오후 2시경 예정(한국시간 21일 오전 3시경)이라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신뢰 회복과 글로벌 연대 재촉진(Rebuilding trust and reigniting global solidarity)'이라는 이번 유엔총회 주제에 맞춰, 윤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글로벌 격차 해소를 위한 한국 정부의 기여 방안을 밝히고 2024~2025년 임기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 활동계획과 의지도 설명할 예정이다. 아울러 같은 날 기조연설 전후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모리타니, 태국, 불가리아, 그리스 등과 양자 회담 일정을 이어간다.
21일 오전에는 지난해에 이어 뉴욕대에서 열리는 디지털비전포럼에 또 참석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새로운 디지털 규범질서의 기본 방향인 '디지털 권리장전' 발표 계획을 알리고 디지털 공동 번영 사회 구현을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을 당부할 계획이라고 김 1차장은 전했다. 같은 날 세인트키츠네비스, 에콰도르, 시에라리온, 북마케도니아, 네팔, 슬로베니아 등 다수 국가와 양자 정상회담을 갖는다. 아울러 윤 대통령 내외는 이날 파라과이 정상 내외와 오찬을 가질 예정이다. 11년 만에 성사된 양자회담을 통해 한국의 발전 경험을 공유하고 경제협력 심화 방안 등을 모색할 예정이다. 같은 날 저녁에는 카리브공동시장 국가들과 만찬을 갖고 지속가능한 발전 달성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김 1차장은 전했다.
방미 기간 마지막 날인 22일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태평양 도서국 정상 내외 및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사무총장과 오찬을 갖는다. 지난 5월 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에 이어 정상 간 소통과 신뢰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협력 모멘텀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김 1차장은 전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윤 대통령 내외는 22일 오후 뉴욕을 출발해 오는 23일(한국시간)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러 정상 회담 등 긴박한 국제정세와 관련해 대북 제재 준수 등 국제사회 공조를 당부하는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제77차 유엔총회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과 대화 나누는 윤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
김 1차장은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엔총회에 참석해 국제사회가 직면한 여러 과제에 대해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은 책임과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힐 예정"이라면서 글로벌 개발 격차를 줄이기 위한 공적개발원조(ODA)를 확대하고 기후변화 취약국들의 청정에너지 전환을 지원하는 등 한국의 역할을 강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내년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적 연대가 필요한 안보 문제에 관한 글로벌 리더십도 발휘하겠다는 의지를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이번 유엔총회에서 지난 13일 열린 북러 정상회담 개최 등을 포함해 북한 위협에 대한 안보 우려와 함께 러시아 등을 향해 대북 제재 준수 등 국제사회 연대에 대한 메시지도 낼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유엔총회에서 북러 군사 교류에 대해 윤 대통령의 적절한 분석과 메시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꾸준히 강조해온 '신(新) AI 디지털 규범 질서 확립'도 이번 외교무대에서 다시 강조해 디지털 국제질서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유엔총회에서 '뉴욕 구상'을 통해 신 디지털 규범 질서 확립의 필요성을 밝혔고, 지난 6월에는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관련해 기본 가치와 원칙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디지털 규범질서 제정을 위한 유엔 산하 국제기구 설립을 제안한 바 있다. 김 1차장은 "윤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 계기에 이런 원칙들을 잘 가다듬어 디지털 권리장전을 준비 중임을 알리고, 유엔 사무총장과의 면담에서도 디지털 규범 국제기구 설립에 관한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2030 세계 박람회 개최지 선정 투표일이 두 달 앞으로 다가운 가온데, 부산 엑스포 유치 총력전도 이번 방미의 관전 포인트다. 김 1차장은 "윤 대통령은 상대국의 최고위급을 대면 접촉하는 가장 효과적인 외교 수단을 통해 비전을 공유하고, 부산 박람회가 인류가 직면한 공동문제 해결에 있어 국제사회의 지혜를 모으는 플랫폼이 될 것임을 강조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이런 전방위 양자외교는 세계 곳곳을 누비며 우리 기업의 시장과 일자리를 확대하는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의 의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순방 기간 30개 이상 빠듯한 양자 회담 일정을 잡은 것도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 매진하겠다는 대통령실 의지가 담겼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총 58개국과 99차례의 양자회담을 실시했는데 이번 유엔 총회 참석을 계기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순방 기간 북마케도니아, 산마리노, 세인트루시아, 모리타니 등 수교 이래 처음으로 양자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나라도 10여개 이상 된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순방을 다녀와서 (양자회담) 숫자에 우리 스스로도 놀라게 되면 '한 달에 가장 많은 정상회담을 연 현대 외교사 대통령'으로 기네스북에 신쳥해볼 생각"이라면서 이번 방미 기간 빠듯한 양자회담 일정을 소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연내 개최가 전망되는 동아시아 3국 회의 명칭을 '한·일·중 정상회의'로 통일해 부르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