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신원식·문체부 유인촌·여가부 김행 장관 지명
野 '이종섭 꼬리 자르기' 비판에 "전혀 고려 안 해"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3개 부처에 대한 소폭 개각을 단행했다. 지난 12일 올해 제38회 국무회의 주재 모습. /대통령실 제공 |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국방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등 3곳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소폭 개각을 단행했다. 故 채 상병 수사 은폐 의혹 등 야당 공세를 털어내고 집권 2년 차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려는 인사 조치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유인촌 대통령 문화체육특별보좌관,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각각 국방부, 문체부,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지난 6월(장관급 2명, 차관급 13명)과 8월(장관급 2명, 차관급 4명) 장관 1명씩만 교체해온 '살라미 개각'에 이은 소폭 개각이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신 후보자에 대해 "국방 정책과 풍부한 작전 경험을 갖추고 있어 고도화된 북한 핵 위협, 미사일에 맞서 견고하게 안보를 구축하고 국방혁신 4.0을 완성할 수 있는 최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신 후보자는 3사단장, 수도방위사령관, 합참 작전본부장 등 군 요직을 두루 거친 3성 장군 출신이다. 21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돼 현재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다.
유 후보자에 대해선 "중앙대 예술학과 교수, 서울문화재단 대표 등 문화 예술계에 오래 종사한 분으로 과거 문체부 장관도 역임했다. 문화예술 현장에 대한 이해와 식견 뿐 아니라 과거 장관직을 수행한 만큼 정책 역량을 갖춘 분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K-컬처의 한 단계 높은 도약과 글로벌 확산을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유 후보자는 배우 출신으로,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직 인수위원, 대통령직 인수위원을 거쳐 이명박 정부 초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문화특별보좌관을 역임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는 지난 7월 장관급인 문화체육특보에 임명되기도 했다.
이어 김 후보자에 대해선 "언론, 정당, 공공기관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뛰어난 소통 능력을 겸비해 전환기에 처한 부처의 업무를 원활하게 추진할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했다. 김 전 위원은 중앙일보 전문위원을 지낸 여론조사 전문가 출신이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초대 대변인, 여가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을 지냈다. 2002년 대선 정몽준 후보 캠프에 합류하면서 정치권에 입문했다.
전 정부 인사 재등용 등 참신한 인적 쇄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왼쪽부터 김행 여성가족부·신원식 국방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대통령실 제공 |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개각은 인적 쇄신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 후보자가 임명되면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이주호 교육부 장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함께 윤석열 정부 장관급 인사에 이명박 정부 출신이 4명으로 늘게 된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인재 등용에 있어서 과거 정부에 몸을 담았다는 건 우리 정부에서 큰 기준은 아니다"라면서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고 역사적 소임을 다할 수 있느냐를 집중적으로 봤다"고 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개각이 고(故)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윗선 개입 의혹에 대한 '꼬리 자르기'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인사 발표 전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이 국방부 장관에 대한 탄핵을 당론으로 정하려 하자 이종섭 장관이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다"면서 그간 장관을 해임하라는 국민과 야당의 요구를 묵살해온 대통령은 이제야 수용할 모양"이라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이 장관이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에서 개입해 군사원법을 위반했다면서 탄핵 소추안 발의를 예고했었다. 이에 대해 고위 관계자는 "그 문제는 이번 인사에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윗사람(이 장관이)이 한번 사인했다고 그게 영원히 가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충분히 (이 장관이 수사 이첩 보류를) 말할 수 있는 사안 아닌가 생각한다"고 옹호했다.
정치권에선 지난해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인근 비행금지구역 침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 등에 이어 고(故) 채 상병 사망 사건까지 터지면서 장관 리더십이 흔들려 사퇴가 불가피했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문책성 인사라고 말하지만 (이 장관 취임 후)1년 4개월이 됐다. 보통 이 정도면 과거에도 교체했다"며 선을 그었다.
신임 장관 지명은 윤 대통령의 '여가부 폐지' 대선 공약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여가부 폐지 방침을 재확인하고, 과반 의석을 가진 야당이 부처 폐지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로선 새 장관 후보를 지명해 가족 대책 등에 집중하도록 역할을 맡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여가부 폐지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야당 반대로 아직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여가부는 폐지 방침이다. 어가부 업무 중 가족, 문화, 청소년, 여성, 일자리 등 업무는 원래 소관 부처로 이관해 국민에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도 "(여가부가) 존속하는 기간 고유 업무가 있다. 생명의 존엄성, 가족의 가치,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유일한 부서이기도 하다"면서 "존속 기간 국민과 소통하고 대상자들을 상대로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른 후보자들도 소감을 밝혔다. 신 후보자는 "대내외 안보 환경과 도전이 심각하다"면서 "군인다운 군인, 군대다운 군대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유 후보자는 "모든 답이 현장에 있다"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현장에 맞출 수 있도록 지원 방식을 바꾸고, 문화 부문의 지역균형발전, 청년 예술 등 문화예술 종사자에 대한 기회 부여 등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인사청문회까지 현 장관들에 대한 사표 수리는 하지 않을 예정이다. 고위 관계자는 "(야당에서 탄핵을) 안 하겠다고 말도 하고 공백 우려도 있어서 후보 인사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다른 장관은 몰라도 국방 장관이 부재하는 건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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