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투쟁에 검찰 재출석…이 대표 향한 '동정론'
추석 전 체포동의안 표결 시나리오 당내 계파 갈등 재점화되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으로 당 결집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청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당 결집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이 대표의 뒷모습. /남용희 기자 |
[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단식으로 모처럼 당 결집 효과를 누리는 가운데, 추석 전 체포동의안 청구설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만큼 체포동의안을 당론으로 가결시켜야 한다는 입장과 검찰 탄압에 맞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다. 체포동의안 표결 정국에서 잠잠했던 계파 갈등이 다시 수면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이 대표 검찰 재출석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검찰을 향한 총공세에 나섰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1년 반을 끌고 있다. 결과 여부에 관계없이 검찰의 행태에 대해 진실로 문제가 있다고 분노하는 의원들도 많다"고 밝혔다.
'검찰 탄압', '야당 탄압'이라는 성토 속에서 13일 째 단식 투쟁을 이어가는 이 대표를 향한 당내 동정론이 자연스레 확산되고 있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 대표가 단식 투쟁을 발표할 당시에는 뜬금없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이 대표) 단식 투쟁 의지가 강해 동정론이 생기는 분위기고, 두 차례나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검찰에 대한) 반감도 커졌다"며 "단식 투쟁으로 인한 내부 결집 효과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이 대표 단식 투쟁으로 민주당 지지율 역시 급격하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일 한국갤럽이 9월 1주(5∼7일,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도는 34%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조사 대비 7%P 상승한 수치(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로, 이 대표 단식에 따른 지지층 결집으로 풀이된다. 비명계·NY계 인사들이 이 대표 단식장을 직접 찾아 힘을 실어주면서 당내 계파 갈등이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습이다.
12일 경기도 수원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민주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남용희 기자 |
다만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계파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여야는 안건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오는 21일 열기로 하고, 이밖에 '필요한 경우'에는 25일에도 본회의를 추가하기로 했다. 현재로서는 18일 본회의 체포동의안 보고, 21일 표결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실제 이 대표 역시 최근 '18일 본회의에 체포동의안이 보고될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체포동의안이 보고, 25일 본회의 표결 시나리오도 나온다.
해당 시나리오대로라면, 오는 체포동의안 정국에서 당이 불가피하게 다시 한번 갈라질 전망이다. 당내 친명계(친이재명계)는 '부결'을 주장하고 있지만, 비명계(비이재명계)는 이 대표가 공언한 만큼, 체포동의안 가결 입장에 대해 확고하다. 부결되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역풍을 피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비명계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12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서 "저렇게 지금 단식하고 힘드신 분한테 약속 지켜라라고 얘기하는 게 참 야박하지만 여기서 만약에 저희가 부결을 시켰다고 하면 저희는 얼마 남지 않은 총선에서 국민들께 뭐라고 얘기를 하고 표를 달라고 해야 되나"며 "방탄지옥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건 아마 또 국민의힘에서 굉장히 바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형석 민주당 의원은 "대장동에서 출발, 성남FC, 쌍방울, 백현동, 최근엔 김만배 녹취록까지 아무런 증거도 없이 구속된 이들 이야기와 진술만 가지고 검찰권이 남용되고 있다. 검찰공화국에서는 체포동의안이 반드시 필요하고 의원 불체포특권을 부여되는 게 맞다"라며 "의원총회에서 부결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6월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저를 향한 정치적 수사에 대한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 지도부 역시 지난 7월 18일 의원총회에서 ‘검찰의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전제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의결했다. 이와 관련 한 초선의원은 "이대로 이 대표 체제로 가면 내년 총선에서 다 같이 죽는다는 의견도 많다. 의원들이 이 대표를 향한 동정론으로 가결 찍을 걸 부결 찍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