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권, 점점 세지는 '극우 목소리'…통일부 장관 발언 논란
국무위원들의 '한동훈식' 야당 질의 대응…대통령 주문 때문?
2021년 12월 4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를 찾아 유세를 하고 있는 모습. 윤 대통령 취임 후 약 3개월 만에 국민의힘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더팩트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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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尹대통령-강승규-김만배, 녹취록 파문 확산
-윤석열 대통령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계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인데, 대통령의 과거 녹취록이 공개돼 정치권이 술렁였어.
-인터넷 매체 '시민언론 더탐사'가 지난 5일 윤 대통령이 2021년 보수 진영 유력 대선 후보로 급부상하던 시절 국민의힘 관계자와 통화한 내용을 공개한 거야. 보도된 녹취록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제3지대 신당 창당이 아닌 국민의힘 입당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지자에게 설명하는 내용이 나와. 윤 대통령은 "저는 선생님보다 국힘 더 싫어요. 제가요 민주당보다 국힘 더 싫어한다"면서 "(정권교체를 하려고 하면) 국힘이 아무리 미워도 국힘을 갖다가 플랫폼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을 하셔야 된다"고 했어. 또 "저는 정권 교체하러 나온 사람이지 대통령 하러 나온 사람이 아니다"라며 "저는 대통령 그런 자리 자체가 귀찮다"라고 한 대목도 눈길을 끌었어.
-이준석 전 대표를 언급한 내용도 논란이 있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입당 전부터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었고, 처음부터 당을 재편할 계획이 있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화 내용이 공개됐기 때문이야. 윤 대통령은 녹취에서 "이준석이 아무리 까불어봤자 3개월짜리"라면서 "일단 당원을 왕창 늘려가지고 국힘 내부를 갖다 뒤엎은 다음에 3개월 안에 '쇼부(결론)' 난다"라고 했어.
-'내부 총질' 문자 사태가 떠오르네. 지난해 7월 26일 윤 대통령이 권성동 당시 당대표 직무대행에게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면서 이 전 대표를 겨냥한 메시지를 보낸 게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이 됐었지. 실제로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 취임 직후 당 윤리위원회 중징계를 받아 지도부에서 강제로 물러났고, 여당은 8월 9일 '주호영 비대위' 체제로 전환됐어.
-당사자 반응이 궁금하네.
지난해 7월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으로 저장된 인물이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보낸 메시지가 포착돼 파장이 일었다. /더팩트 DB |
-이 전 대표는 보도 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게 조작이면 더탐사는 문을 닫고, 사실이면 그냥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앞으로 윤핵관 성님(형님)들, 욕 안 하겠다"는 메시지를 냈어. 그동안 이 전 대표는 이른바 '윤핵관'들의 작업으로 윤 대통령과 자신 사이에 오해가 빚어졌고, 멀어지게 됐다는 입장을 밝혀 왔는데 윤핵관이 아닌 윤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했다는 게 이번 녹취록에서 드러났다고 본 것 같아. 이 전 대표는 지난 6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입당도 하기 전에 제가 뭘 까불었다는 건지"라며 "인식 자체가 처음부터 아예 들이받으려고 나온 게 아니었나"라고 유감을 표했어.
-대통령실에선 아직 입장이 나온 게 없어. 여당에선 '물타기'라고 주장했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런 시기에 대통령이 입당 전 사적으로 했던 말을 보도한 것은 김만배·신학림 씨의 대선 공작 물타기 정도로밖에 안 보인다"면서 대통령실과 여당을 분열시키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며 유감을 표했어. 대통령실 입장도 다르지 않을 거 같아.
-'김만배 허위 인터뷰 의혹'은 왜 나온 거야?
-대장동 사업 핵심 인물인 김만배 씨(화천대유 대주주)가 2021년 9월 15일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어. 자신이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부실 대출 사건의 브로커로 알려진 조모 씨를 당시 박영수 변호사에게 소개해 줬고,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2과장이 박모 주임검사를 통해 수사를 무마했다는 내용이야. 이때 당시 녹취록을 '뉴스타파'가 대선 사흘 전인 3월 6일 보도했어. 민주당은 이를 내세워 '윤석열이 대장동 몸통'이라고 선거 막판 총공세를 펼쳤었지. 그런데 최근 검찰이 해당 인터뷰가 '조작'됐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 혐의를 수사 중이라는 게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어. 특히 김 씨가 "윤석열이 커피를 타 줬다고 인터뷰를 할테니 양해해달라"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는 조 씨 진술도 확보했다는 검찰발 보도가 나왔어.
-대통령실 반응이 예상 밖이었어. 주요 현안에 대해 그동안 최대한 침묵해 온 대통령실이 이번만큼은 번개처럼 빨랐어. 대통령 순방 동행을 위해 출국하기 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실 1층 라운지에 급하게 뛰어와 '성명'을 읽고는 곧바로 자리를 떴어. 성명을 통해 대통령실은 허위 인터뷰 의혹에 대해 "희대의 대선 정치 공작 사건"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어.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지난 7월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집회·시위 제도 개선 관련 국민참여토론 결과 브리핑을 하는 모습. /뉴시스 |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데 대통령실이 이렇게 강하게 나오는 건 적절치 않아 보여. 야당은 대장동 수사의 핵심은 윤석열 검사가 당시 커피를 타 줬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박영수 전 특검이 김만배 씨와의 친분으로 대출 브로커 조모 씨를 무혐의로 풀려나게 했는지 여부라면서 '물타기' 해선 안 된다고 반격하고 있어.
-또 다른 녹취록도 논란이야. 지난해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 당시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특정 매체를 '매국 언론'으로 지칭하면서 우파 시위를 벌이겠다는 지지자를 독려하는 발언을 한 거야.
-이것도 '물타기'로 봐야 할까. 이슈가 불거지면 사과하기도 전에 '물타기', '분열 시도' '정치 선동'이라고 반발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어. '녹취록 정치'가 최근 들어 늘어난 듯한데 '정치 불신 시대'에 유권자들도 녹취록에 의존하지 않고 사안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아.
◆달라진 한덕수 총리, 야당 의원들 질의에 '전투적' 대응
-5일부터 8일까지 나흘간 이어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의 답변 태도가 눈에 띄었다면서?
-'전투력'(?)이 충만한 모습을 보였거든.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한미일 협력 강화로 북한 도발이 억제됐냐'는 질문에 한 총리는 "북한이 공격할 의지를 꺾었다"고 답했어. 김 의원이 "착각하신 거 아니냐"고 하니까, 한 총리는 바로 "의원님이 착각하신 것"이라고 받아쳤지. 민주당 쪽 자리에서 고성과 항의가 이어질 땐 "제발 공부 좀 하시라"고 언성을 높이기까지 했지. 김 의원이 "종전선언으로 유엔사가 해체되지 않는다"고 하자 한 총리는 "정말 궤변"이라고 일축했어.
5일부터 나흘간 이뤄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의 달라진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 총리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5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
-다른 질의에서는 어땠어?
-야당 의원들의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질의에는 "대한민국 5200만 명 중 누가 들어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이라고, 경제 정책을 두고는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지난 5년 동안 무책임하게 운영했다"고,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에 대한 질의에는 "의원님 말씀은 다 틀렸다"며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짜증을 냈어.
-갑자기 왜 그렇게 변한 걸까?
-갑자기는 아니야. 지난달 30일 야당 의원이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정부 대응을 비판하자 "기본적인 예의가 없다"고 했지. 이유는 글쎄, 한가지 짚이는 건,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을 향해 "여러분은 정무적 정치인이기 때문에 말로 싸우라고 그 자리에 계신 것"이라며 "여야 스펙트럼의 간극이 너무 넓으면 점잖게 이야기한다고 되지 않는다. 전사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전해져.
-다른 국무위원들은 어땠어?
-야당의 질의나 비판에 문재인 정부를 소환해 받아치는 이른바 '한동훈식 화법'이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백선엽 장군의 친일 행적을 지적하는 야당 의원 질의에 "문재인 전 대통령 부친인 문용형 그분도 당시 흥남시 농업계장을 했다"고 응수했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정치적 중립 논란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꺼내 들었지.
-정부여당과 야당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모양새야. 정기국회가 열렸는데도 협치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야.
최근 국무위원들 사이에서는 야당의 비판에 문재인 정부 사례를 꺼내 받아치는 이른바 '한동훈식 화법'이 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
◆김영호 "국민이 모두 주권자 권력 직접 행사하면 '무정부 상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의 발언이 물의를 빚었다고?
-문제의 발언은 지난 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나왔어. 김 장관은 "국민주권론은 주권의 소재와 행사를 구분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국민 5000만이 모두 주권자로서 권력을 직접 행사한다고 하면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로 갈 수밖에 없다고 하는 이야기"라고 말했어. 국무위원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 정신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거야. 김 장관은 "국민이 주권을 소유하고 있지만, 직접 행사하지 않고 투표를 통해 전국구 대표 대통령, 지역구 대표 국회의원을 뽑아 대표를 통해 권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어.
-갑자기 '국민주권론' 발언이 나온 이유는 뭐야.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김 장관의 2019년 발언을 확인하는 질문을 하면서야. 성신여대 교수 시절 김 장관은 '한국자유회의'라는 단체를 창립했어. 김 장관은 이 단체 행사에서 '모두가 주권자로서 권력을 다 행사하겠다고 하면 우리는 공화국에 사는 게 아니라 무정부 상태로 되돌아간다는 얘기'라는 취지의 주장을 한 적이 있거든. 윤 의원은 "이 단체의 주장이 너무 극우보수적으로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라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전형적인 전체주의 사고라고 주장한다"고 지적했어. 또 문제는 이 단체에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 김광동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장, 차기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등 현 정부 주요 인사들의 이름이 올라 있다는 거야. 최근 '홍범도 흉상 논란' 등 윤석열 정권의 모습을 보면 극우 보수적 목소리가 너무 세지는 것 같은데. 이러한 주변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거지.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5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
-통일부는 어떤 입장이야?
-통일부에 김 장관 발언 취지를 설명해달라고 요청했어. 통일부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헌법 제1조 2항에 따라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어. 헌법 정신을 부정하는 게 절대 아니라는 거야. 이 관계자는 "헌법은 국민 주권의 행사를 대통령제·국회 등 대의 민주주의 제도를 통해 하도록 하고 있고, 보완적으로 직접 민주주의적인 국민투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며 "국민주권 의사의 실현을 대의제 등 헌법상 제도를 통해서가 아니라 국민 개개인이 개별적으로 추구할 경우 헌법에 반하고, 무정부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 것"이라고도 했어. 제도를 통한 주권 행사를 강조한 표현인 것으로 들려. 그렇다면 '무정부 상태를 초래할 수 있는 주권 행사의 예를 들어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장관이 말한 부분이 아니라 설명하기 어렵다"고 답했어.
-김 장관은 과거 발언에 계속 발목이 잡히는 듯 해. 인사청문회 때부터 과거 유튜브 방송에서의 발언 등이 문제가 됐으니까. 차라리 청문회 때 하나하나 충분히 소명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어. 더 이상의 논란을 차단하겠다고 유튜브를 폐쇄한 조치가 역효과를 불러오는 것 같거든. 안 그래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때야. 국민들은 통일부가 일을 잘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장관의 오해 소지가 있는 발언과 그 해명에 얼마나 관심이 있으려나.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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