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계파초월 인재영입" 선언 직후 이준석계 천하람과 회동
권영세·나경원·원희룡 역할론 대두...효과는 '글쎄'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와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당협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전남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에서 노관규 순천시장으로부터 정원박람회 설명을 들으며 웃고있다. /뉴시스 |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수도권 위기론으로 고심 중인 국민의힘 내에서 중진 역할론이 떠오르고 있다. 당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나경원 전 의원 등이 총선에서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한편 수도권에서는 중진보다는 중도층의 지지를 받는 이준석 전 대표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김기현 대표는 이준석계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을 만나며 '비윤 끌어안기'에 나섰다.
김 대표는 비윤 끌어안기에 시동을 걸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달 31일 전남 순천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천 위원장과 한 국밥집에서 비공개 조찬 회동을 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3월 전당대회 이후 처음이다. 김 대표와 천 위원장은 최근 새만금 잼버리 대회 이후 호남 민심과 수도권 위기론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만남은 김 대표가 지난달 28일 인천 영종도에서 열린 의원 연찬회에서 '계파 초월' 인재 영입 기조를 밝힌 직후 이뤄지며 눈길을 끌었다. 김 대표는 연찬회에서 "계파를 초월할 것이다. 개인적 호불호도 아무 상관 없다"며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좋은 인재라면 삼고초려가 아니라 십고초려를 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모셔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김 대표가 비윤계를 모두 포용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유 전 의원에 대해서는 당내에서 '이미 선을 넘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이 전 대표는 모르겠지만 유 전 의원은 힘들지 않겠냐"고 말했다. 당 관계자도 통화에서 "이 전 대표 정도는 끌어안고 가야 한다"면서도 "유 전 의원은 가도 너무 갔다"고 말했다.
당내 시선은 중진에게 쏠리고 있다. 먼저 최근 윤석열 정부 첫 통일부 장관을 마치고 여의도로 복귀한 권영세 의원에 관심이 집중된다. 4선인 권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수도권 121석 중 106석을 싹쓸이하던 가운데 서울 용산에서 승리한 바 있다.
권 의원은 지난달 31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최근 김 대표가 '인재 영입'을 꺼내 든 것과 관련해 "(인재 영입이)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 김 대표를 따로 만나서 제가 역할을 따로 할 수 있으면 무슨 역할이든 하겠다고 얘기했다"면서 의지를 보였다.
권 의원은 현 장관들의 공천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원 장관이라든지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든지 요즘 스타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라든지, 이런 분들은 아마 본인도 나설 생각이 있을 것"이라며 "정치를 하던 분들이니까. 지금 퍼포먼스도 괜찮고 그래서 선거에 나가면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총선 투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유보적인 것 같은데 궁극적으론 본인이 판단할 일"이라면서도 "한 장관도 좋은 분이고 국민의 지지를 많이 받는 분이니 도움이 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창립 포럼에서 웃는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뉴시스 |
서울 출신의 4선 중진인 나 전 의원은 이미 몸풀기에 나섰다. 나 전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이 이사장인 사단법인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 창립 포럼에 모습을 드러낸 후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이날 포럼에는 김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나 전 의원에게 힘을 실었다. 김 대표는 이날 축사에서 나 전 대표를 두고 "보수당의 아이콘이자 최고의 리더"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나 전 의원은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이끌 중요한 주제를 중심으로 포럼을 발족해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그런) 역할을 하려면 뱃지가 필요하지 않겠나. 계급장이 있어야 일을 한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도 취재진과 만나 '당에서 요청이 오면 내년 총선에서 역할 할 것이냐'는 질문에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모두 합심하는 게 중요하고 또 각자 자기 영역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당인으로서 늘 책임을 다하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원 장관은 총선 출마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원 장관은 같은 날 보수성향 단체의 세미나에서 "국토부 장관을 하는 마지막 1시간까지 국민들의 민생, 지역 현안, 교통과 인프라 발전을 위해 여당의 간판을 들고 국민 심판을 받아야 하는 분들이 밑바탕 작업을 하는 데 정무적 역할, 모든 힘을 다 바쳐 제 시간을 쪼개 여러분과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발언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원 장관은 앞서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제기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에 대해 깜짝 백지화 선언으로 "장관이 정치 행위를 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다만 중진 역할론에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당 지도부도 중진 역할론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한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9일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서 원 장관과 나 전 의원을 겨냥한 듯 "이미 다 지나간 얼굴들인데 그 얼굴 가지고서 무슨 국민에게 새로운 지지를 받겠다는 것이냐"며 "그건 착각도 보통 착각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참신한 인물을 내세워서 국민들에게 심판을 받는 것이 낫다"고 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중진보다 비윤계 포용에 나서야 한다며 이 전 대표를 언급했다. 그는 "이 전 대표는 원래 국민의힘 당원이고 과거에 국민의힘 대표를 지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제대로 포용할 수 있는 아량이 있어야 한다"며 "그 사람들을 다 포용해 내년 총선 전략으로 사용할 건지 안 사용할 건지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