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독립전쟁 영웅 5인 '흉상 이전' 추진…편향적 이념 과잉 논란
입력: 2023.08.29 09:07 / 수정: 2023.08.29 09:07

與 내부서도 "오버해도 너무 오버…반역사" 비판 목소리
野 "반역사적·반민족적 폭거…진영 논리 매몰된 역사 전쟁"


윤석열 정부가 국방부와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등 독립전쟁 영웅의 흉상을 철거·이전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018년 3월 1일 서울 노원구 육사에서 독립전쟁 영웅 5인 흉상 제막식이 열리고 있는 모습. /뉴시스
윤석열 정부가 국방부와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군 등 독립전쟁 영웅의 흉상을 철거·이전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018년 3월 1일 서울 노원구 육사에서 독립전쟁 영웅 5인 흉상 제막식이 열리고 있는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육군사관학교가 육사 충무관 중앙현관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등 독립전쟁 영웅 5인의 흉상 철거·이전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국방부도 국방부 앞에 설치된 홍 장군 흉상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윤석열 정부의 편향적 이념 과잉이 편향적 역사 바꾸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육사는 "소련 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 등 여러 논란이 있는 분을 육사에서, 특히 생도교육의 상징적인 건물의 중앙현관에서 기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홍 장군 등 독립전쟁 영웅 5인의 흉상을 철거해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국방부는 28일 "국방부 앞에 설치된 홍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육사가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려는 독립전쟁 영웅 흉상은 홍 장군 외에 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 이회영 선생 흉상이다. 이 흉상들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3·1절 99주년을 맞아 육사 내부에 설치됐다. 5년 만에 윤석열 정부가 이를 철거·이전하는 것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여권 안팎에서도 나오고 있다.

독립전쟁 당시의 시대적 상황, 홍 장군 일대기, 역대 정권 모두에서 홍 장군의 공로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가 끝난 점 등을 고려해 여권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1868년생인 홍 장군은 일제강점기가 시작된 이후 만주로 건너가 독립군을 양성하면서, 항일 운동을 펼쳤다. 특히 1920년 6월에는 봉오통 전투에 독립군 최대 승전을 기록하기도 했다.

광복이 불투명하던 시기 홍 장군은 독립운동 과정에서 독립군 양성을 위해 소련 공산주의 세력과 손을 잡기도 했지만, 1937년 스탈린의 한인강제이주 정책에 따라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를 당한 뒤 한인 극장인 고려극장에서 경비원으로 쓸쓸히 말년을 보내다가 광복 2년 전인 1943년 숨을 거두었다. 광복 이후 남북 분단, 6·25 전쟁 등 공산주의 세력에 우리나라가 막대한 피해를 보았던 시기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이에 따라 홍 장군은 역대 보수·진보 정권을 막론하고 항일 무장독립투쟁의 최고 지도자로 꼽는 독립전쟁 영웅이었다. 그의 업적을 기려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62년 건군훈장 대통령장이 추서됐으며, 홍 장군의 유해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8월 봉환돼 대전현충현에 안장됐다.

2021년 8월 18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유해 안장식에 참석해 추념사를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2021년 8월 18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유해 안장식에 참석해 추념사를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이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럴 거면 박정희 대통령이 홍 장군에 추서한 건국훈장을 폐지하라"고 일침을 가했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6·25 전쟁을 일으킨 북한군 출신도, 그 전쟁에 가담한 중공군 출신도 아닌데 왜 이제 논란이 되느냐. 역사 논쟁, 이념 논쟁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항일 독립전쟁의 영웅까지 공산주의 망령을 뒤집어씌워 퇴출시키려는 것은 오버해도 너무 오버다. 그건 반역사다"라고 질타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윤석열 정권의 이념 과잉이 도를 넘고 있다"며 "보수든 진보든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체성에 충실한 정당이라면, 친일도 안 되고 종북도 안 된다. 친일매국에 대해선 지나치게 눈감고 종북좌익에 대해서는 일제시대의 이력까지 끄집어내어 매도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이념 편향이고 이념 과잉 아니겠나"라고 꼬집었다.

실제 현 정부는 광복 전 독립운동 영웅의 좌파 경력은 문제 삼으면서 광복을 전후해 친일 행위를 한 인사는 두둔하고 있다. 백선엽 장군은 6·25 당시 다부동 전투에서 북한군을 격멸한 전과가 크지만, 일제의 간도특설대 복무사실이 드러나 이명박 정부에서 친일행위자로 규정한 바 있다. 그러나 국가보훈부는 지난달 국립대전현충원 홈페이지에서 그의 '친일반민족행위자' 기록을 지웠다.

야당도 비판을 쏟아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군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참담한 일이 벌어졌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독립운동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우는 반역사적, 반민족적 폭거"라며 "국군의 근간이 되는 육사는 국군의 뿌리인 독립군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 정체성이다. 홍 장군은 박정희 정부가 1962년 훈장을 추서했고, 진보 정부와 보수 정부 가리지 않고 역대 모든 정부에서 대표적 독립유공자로 예우해 왔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원내대표는 "최근 보훈부가 일제 강점기 만주군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한 백선엽 장군의 친일 행적을 국립현충원 안장 기록에서 삭제한 사실에 주목한다"며 "만약 정권 차원의 자랑스러운 독립운동사 부정과 친일 행적 지우기 시도라면 민주당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이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인 국방부 장관에게는 반드시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예고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갈무리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갈무리

홍범도 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홍 장군이 북한 정권 수립에 관여했다거나 6·25 전쟁에 참전한 것도 아닌데, 독립운동에 좌우가 따로 있나. 그러면 좌익에 가담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 업적도 지워야 되는 것인가"라며 "냉전 시대인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 이미 정리된 논점이다. 그런데 그걸 다시 굳이 꺼내는 것에 대해서 정말 납득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이날 당 상무집행위원회에서 "진영 논리에 매몰되어 나라의 뿌리마저 현 정권 입맛대로 바꾸려는 '역사 전쟁'이 시작된 것"이라며 "이 정권의 진영 가르기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자신의 편, 자신의 기준 밖의 모든 세력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가는 그야말로 반역사적이고 반국가적인 책동"이라고 맹비난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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