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도덕성 회복' 위해 들여온 혁신위, 오히려 구설수
"대선 패배 혹한기에 이재명 아니면 누가 대표하나" 대안 부재 평가도
이 대표의 1년간 행적 중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민생' 관련이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시절 당시 행정가였던 이력을 살려 민생 법안을 추진하고 현장 방문으로 민심을 챙기는 등의 행보를 보인 것에는 이견이 적었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임기 1년 동안 '김남국 코인 의혹',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등 당내 인사들의 논란들이 연이어 터졌다. 관련해 이 대표는 '늦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여기에 당 도덕성 회복을 위해 출범했던 혁신위원회도 각종 논란으로 활동을 조기 종료한 것도 이 대표에게 악영향으로 작용했다.
이 대표의 임기 1년 중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민생' 관련이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시절 당시 행정가였던 이력을 살려 민생 법안을 추진하고 현장 방문으로 민심을 챙기는 등의 행보를 보인 것에는 이견이 적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그간 민주당이 추진했던 민생 법안들에 연이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만큼, 향후에도 민생 법안 통과는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 당 도덕성 회복 외치며 들어온 김은경 혁신위…노인 폄하로 조기 종료 '역풍'
지난 4월 민주당에는 이른바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 터지며 송영길 전 대표 등 관계자들이 연이어 검찰 수사망에 올랐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은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시 송영길 후보의 당선을 목적으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이 돈봉투를 관계자들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이 대표는 의혹이 터진 지 닷새 만에 공식 사과 입장을 밝혔다.
다음 달인 5월엔 김남국 전 더불어민주당(무소속) 의원이 거액의 가상자산을 보유·거래했다는 의혹이 보도되며 물의를 일으켰다. 김 의원은 동료 의원 중 이 대표의 측근인 '7인회' 소속이다. 이 대표는 김 의원 코인 의혹 제기 9일 후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사과했다. 두 사건을 대하는 이 대표의 태도를 두고 당내에서는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적인 반응이 나왔다.
연이은 악재로 당 도덕성 훼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당 지도부는 '혁신위' 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처음 위원장으로 임명됐던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은 자신의 SNS에 올린 '천안함 자폭설' 등이 구설에 올라 임명 9시간 만에 자진해서 사퇴했다. 이후 김은경 혁신위원장을 필두로 한 '김은경 혁신위'가 막을 올렸으나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퇴장했다.
김은경 위원장의 '여명 비례 투표' 발언은 노인층을 비롯한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으며 혁신위 활동 조기 종료의 실마리가 됐다. '당 도덕성 회복'을 외치며 쇄신을 꿈꿨던 혁신위가 논란을 양성하며 역효과만 내자 당내 일부 의원들은 이 대표의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새롬 기자 |
비명계 의원들은 혁신위가 '이재명 체제 1년 평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혁신위는 1호 혁신안으로 의원들의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을 들고나왔다. 이후에도 '친명 혁신위' 꼬리표는 계속 붙어 다녔다. 혁신안 중 이 대표 지지자들의 요구사항이었던 '대의원제 폐지' '체포동의안 표결 기명' 등이 포함된 것이 논란이 되면서다.
여기에 김은경 위원장의 '여명 비례 투표' 발언은 노인층을 비롯한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으며 혁신위 활동 조기 종료의 실마리가 됐다. '당 도덕성 회복'을 외치며 쇄신을 꿈꿨던 혁신위가 논란을 양성하며 역효과만 내자 당내 일부 의원들은 이 대표의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 '민생 유능 정당' 외치며 민심 속으로…尹 '연속 거부권' 난관
이 대표는 대표 취임 이후 연일 민생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최근 수해 재난을 겪었던 청수 오송 지하차도 방문 등 민생 행보를 두고는 이 대표가 행정가 이력을 살려 정부 여당과의 차별화가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민생 법안 추진을 두고는 윤석열 대통령의 연이은 '거부권' 퇴짜를 맞을 예정이어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이 주도해 본회의를 통과시켰던 '간호법', '양곡관리법' 등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됐다. 특히 양곡관리법은 이 대표가 꼽은 '민생 1호 법안'이었다.
당대표실 관계자는 "대표 취임 이후 언론의 관심은 못 받았을지라도 꾸준히 민생 행보를 보여 왔다. 당내에 민생경제안전센터, 그 외에도 비상설 특별위원회 등을 꾸려가며 민생을 챙기려고 노력해 왔다"며 "이 대표 체제에서 가진 장기적 전략은 민생뿐"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1년 동안 당 문제에 관해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한 초선 의원은 "이 대표 1년 동안 위기나 논란 때마다 침묵했던 것밖에 기억이 안 난다"고 강조했다. /장윤석 인턴기자 |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1년 동안 당 문제에 관해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한 초선 의원은 "이 대표 1년 동안 위기나 논란 때마다 침묵했던 것밖에 기억이 안 난다"며 "(검찰 수사와 재판과는)별개로 제1야당을 이끌어가는 리더십을 1년간 구경도 못 한 것 같다. 대선 패배 직후의 '우상호 비대위' 때와 비교해 봐도 비교가 됐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다른 초선 의원도 "1년간 '사이다 이재명', '대표 이재명'의 모습이 별로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대선 패배 이후 여당에서 야당이 된 민주당을 이끌 사람이 이 대표뿐이었다는 '대안 부재론' 의견도 나왔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대선 패배 직후 정당은 혹한기다. 그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당을 이끌어가지 않았다면 당이 해체 수준으로 갔을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