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의혹 이재명 "내일 가겠다" vs 검찰 "일정대로"
원희룡 장관 "여당 지원"…입만 열면 논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지난 22일 이른바 '코인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에 대한 징계 의결을 위한 표결을 30일로 미뤘다. /이새롬 기자 |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국회 윤리특위, '코인' 김남국 '불출마 선언'..."일주일 뒤에"
-국회 윤리특위가 지난 22일 '코인 논란'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에 대한 징계 의결을 위한 표결을 하려고 소위원회가 열렸어. 그런데 표결은 30일로 미뤄졌다고?
-당초 이날 오전 소위에서 앞서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김 의원에 대해서 권고한 최고 수위 징계인 '의원직 제명'을 표결하고 의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어. 변수가 생긴 건 소위가 열리기 30분 전 김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22대 총선에 불출마 하겠으며, 남은 임기를 마치고 싶다는 의지를 밝힌 내용을 올리면서야.
-민주당 윤리특위 의원들은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징계 결정에 있어 '큰 상황의 변화'이기 때문에 숙고가 필요하다며 표결을 미루자고 했다고 해. 결국 윤리특위는 한 차례 정회했다가 오후 2시 속개했고, 국민의힘도 표결 순연을 받아들이기로 했어.
-오전 정회 이후 현장에서 기자들은 표결을 미루는 게 다소 의아했는지 여러 질문을 하더라고. 한 기자는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에게 '김 의원이 윤리특위 회의 전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고 곧바로 민주당이 표결을 미루자고 하는 것이 서로 물밑 조율한 거라고 보나'라고 묻기도 했어. 이 의원은 "확실히 내용을 몰라 의견 피력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어.
-윤리특위에서 김 의원 징계 표결을 미룬 것을 두고 벌써부터 제명보다 낮은 수위의 징계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와. 한 민주당 관계자는 "사실 윤리특위에서 의원직을 제명하는 것은 다음 총선에 못 나오게 하기 위함이 큰데, 김 의원이 총선에 안 나온다고 했으니 의원직 제명은 과하다고 자연스럽게 의원들 간 의견이 모였을 것"이라고 말했어. 또 현역 의원이 의원직을 제명당한 것은 과거 YS 사례가 유일하고 이마저도 정치 탄압에 의한 것이었는데, 이에 비하면 윤리특위자문위의 김 의원 '제명 권고' 자체가 여론에 휩쓸려 한 '과한 결정'이라고 보는 정치권 시각도 있더라고.
지난 22일 김남국 의원에 대한 '제명안' 표결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는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이새롬 기 |
-사실 여당도 '코인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 권영세 의원도 가상자산 보유와 관련해 야당 의원들이 징계안을 제출한 상황이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아들이 코인 관련 블록체인 업체에 다니는 것을 두고 '이해 충돌' 논란이 있었어. 이를 염두에 두고 국민의힘이 김 의원 표결을 미루는 데 동의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 같네.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도 최강욱 민주당 의원처럼 시간을 끌어 실제 징계는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와. 최 의원은 지난해 4월 의원·보좌진과 온라인 회의 도중 상대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지. 최 의원이 "(성희롱 발언이 아니라)짤짤이였다"고 해명했어.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사건 발생 50여 일 만에 만장일치로 '당원 자격 정지 6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내렸어. 그러나 최 의원이 재심을 신청한 이후 지금까지 1년 3개월 되도록 결론이 나지 않아 사실상 아무런 징계도 안 받았지.
-윤리특위의 '김남국 징계 미루기' 결정을 두고 민주당 내에서는 '내로남불, 온정주의'를 버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어. 김 의원 코인 논란이 커졌을 때 당 도덕성이 훼손됐다면서 의원들도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였는데, 징계할 때가 되니 '제명은 좀...'이라며 머뭇거리는 모습이네. '국민 눈높이'와 의원들의 눈높이는 언제나 좀 다른 것 같아. 국민들을 위해 일한다는 게 의원들 선거 고정멘트였던 것 같은데, 시간 끌기로 민주당이 김 의원 코인 사태를 소강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검찰이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 관련 소환 조사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검찰은 지난 23일 출석해 조사를 받을 것을 통보했지만, 이 대표는 당무 등을 이유로 시간을 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백현동 특혜 개발 의혹을 받는 이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입장을 밝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
◆李 대표, 소환 조사 날짜 두고 검찰과 신경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검찰이 출석 시일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지?
-맞아.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지난 23일 이 대표에게 제 3자 뇌물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오는 30일 출석하라고 유선과 서면으로 통보했다고 해. 하지만 이 대표는 다음 주 일정상 어렵다며 24일 오전에 출석하겠다고 박성준 대변인이 23일 대신 밝혔어. 이에 대해 검찰은 수사와 재판 일정을 고려한 것이라며 난색을 보였고, 결국 이 대표는 계획을 접었어.
-대북송금 의혹은 뭐야?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은 지난 2019년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임할 당시 방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요청으로 이 대표의 방북 비용과 스마트팜 사업 비용 등으로 북측에 800만 달러를 대납했다는 내용이야. 수원지검은 지난 22일 제 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입건했어.
-이 대표는 왜 24일 검찰에 출석하겠다고 했을까?
-민주당은 검찰의 소환 조사가 정치적 판단이 깔렸다고 의심하고 있어. 박 대변인은 이 대표의 검찰 조사 거부 관련 브리핑에서 "검찰은 영장 청구 시점을 저울질하며 민주당에 정치적 타격을 주기 위한 구실 찾기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어. 이미 이 대표는 어떠한 소환 조사에도 임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황인데, 검찰 측이 민주당에 '방탄' 프레임을 씌우려는 한다는 주장이야.
-그러니까, 검찰이 이 대표의 '국회 비회기 때 영장 청구' 제안을 받지 않겠다는 것으로 민주당은 받아들였다는 얘기로 들리네. 검찰이 9월 중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등으로 이 대표에 대한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잖아.
-맞아. 민주당으로서는 체포동의안 표결을 거치지 않는 것이 좋지. 국회 비회기 기간과 달리 회기 중 영장이 청구되면, 국회는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을 거쳐야 하는데, 이게 부담이야. 표결이 부결된다면 '방탄'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클 뿐 아니라 계파 갈등으로 인한 후폭풍이 불가피하기 때문이야.
-실제 민주당은 8월 임시국회 회기를 25일 조기 종료하는 안건을 24일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어. 여당은 '이재명 지키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 당분간 이 문제로 여야가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여.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일은 조만간 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보수성향 단체의 세미나에서 내년 총선에 여당을 지원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선거개입 논란이 일었다. /장윤석 인턴기자 |
◆"여당 지원"...원희룡, 선거법 위반?
-정치권은 일찌감치 총선 모드에 돌입한 상태야. 그런데 이번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며?
-응. 원 장관은 지난 24일 서울 공군호텔에서 열린 보수 성향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새미준)' 포럼에 참석해 "(대선에서) 말만 정권 교체가 됐지 여의도 정치 상황을 보면 마음이 무겁다"면서 "야당의 터무니없는 공세에 맞서 내년 (총선에서) 좋은 여건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고 했어. 그러면서 "여당 간판으로 국민 심판을 받는데 저도 정무적 역할을 하고 힘을 바치겠다"면서 "국민의 중간 심판을 앞두고 있다"며 "장관은 곧 정무직이기도 하기 때문에 제가 할 사명이 있다"고도 말했지.
-내년 총선에서 장관으로서 여당 후보들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말이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이 예상돼. 그런데 '새미준'은 어떤 모임이야? 원 장관은 왜 거기서 그런 말을 한 걸까?
-새미준은 정통 보수우파를 내세우고 만들어진 시민단체야.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자문위원장인데, 실질적인 대표 역할이라고 봐도 무방해. 한마디로 당과 매우 긴밀한 시민단체라는 말이지. 원 장관은 또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선 이제 몇 달 앞으로 다가온 국가적 재편의 때에 다른 건 모두 제쳐놓고 모두가 힘을 합해서 정권교체를 위해 한 단계 전진, 정권교체의 한 단계 강화를 이뤄내야 한다"고도 덧붙였어. 총선 승리를 위해 단결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돼.
-현 장관이 노골적으로 여당 지원을 언급하다니. 공직선거법에는 '공무원은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기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어.
-원 장관도 이를 의식한 듯 말미에 "현직 장관이니까 더 이상의 표현은 자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들어달라"고 했어. 원 장관은 앞서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제기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전면 백지화 선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는데, 이번 발언 논란도 어떤 후폭풍을 일으킬지 지켜봐야겠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한국위에 10억 원을 기부하며 "한국위를 유엔 관련 기구 단체로 인지했다"고 밝혔다. 사실과 다른 '유엔'이라는 타이틀이 기부행위에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위 누리집 갈무리 |
◆UN 이름에 속았다? '10억' 기부한 두나무...다른 기업은?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한국위) 논란이 계속되고 있네. 이번엔 한 기업이 한국위를 국제기구 유엔(UN)과 관련 있다고 생각해 10억 원이라는 거액을 기부를 했다며?
-맞아.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지난 2022년 한국위에 10억 원을 기부했어. 한국위 출범 이후 가장 큰 기부금이었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두나무는 지난 2021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를 선포했고, 이후 한국위가 찾아와 사회 공헌 활동과 관련된 지원 사업을 제안했다고 해. 두나무는 자신들의 ESG 철학과 맞는다고 판단한 데다, 한국위를 '유엔 관련 기구'로 인지해 10억 원을 기부하기로 했어. 두나무는 "한국위는 당사에 '유엔해비타트 최초 국가위원회'로 국회사무처 내 비영리 사단법인 단체라고 소개했다"며 "당사는 한국위가 유엔 관련 기구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는 단체로 인지했다"고 했거든.
-사실상 한국위는 유엔이나 유엔해비타트 본부와 무관한 단체잖아?
-한국위는 지난 7월 <더팩트> 단독 보도로 유엔 또는 유엔해비타트로부터 공식 인가를 받지 않은 단체였다는 점이 밝혀진 바 있어. 또 한국위가 강조했던 '유엔해비타트 최초 국가위원회' 역시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지. 유엔해비타트는 따로 국가위원회를 두는 규정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거든. 여당에서도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했어.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있는 하태경 의원은 지난 16일 유엔 해비타트로부터 받은 공식 답변서를 공개하며 "한국위는 유엔 해비타트와 기본 협약 없이 유엔 해비타트 산하 기구로 행세해 44억 원을 기부받았다"고 주장했지.
-두나무 외에도 많은 기업이 기부했는데, 모두 속았다는 거야?
-애초 기업들은 기부 배경에 대해 '사회공헌 활동 차원' 또는 'ESG 경영 강화 차원'이라고 <더팩트>에 밝힌 바 있어. 한국위가 내걸었던 '유엔해비타트 최초 국가위원회'와 '유엔'이라는 타이틀이 이들의 기부행위에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지. 실제로 두나무도 "유엔 관련 기구로 인지했다"고 하기도 했고, 한국위와 협업 관계에 있었던 서울주택토지공사(SH)는 관련 보도 이후 한국위에 협약 종료를 통보했어. 또 다른 기부 기업은 올해에도 상당한 액수를 기부했다고 하더라고. 물론 한국위가 유엔 등과 관련 없다는 보도가 있기 전이었지만.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