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들, 기업의 사원이라는 마음자세로 임해야"
외국인 숙련 인력 3만 5000명 확대키로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구로디지털산업단지 G밸리산업박물관에서 열린 킬러규제 혁파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속도감 있게 규제 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 발언하는 윤 대통령. /뉴시스 |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공정하고 효율적인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규제혁신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킬러규제는 우리 민생경제를 위해서 빠른 속도로 제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구로디지털산업단지 G밸리산업박물관에서 제4차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산업단지·환경·고용 등 3개 분야 규제 개선 방안을 논의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규제라고 하는 것은 선의에 의해서 만들어지지만 이것이 시장을 왜곡하거나 독과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규제가 공정한 경쟁을 훼손시키는 경우도 많이 있다"면서 "정부는 이러한 확고한 인식을 가지고 민간의 자유로운 투자와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제도를 걷어내는 데 더욱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속도감 있는 규제 완화 추진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총성없는 경제전쟁에서 한시가 급한 기업들이 뛸 수 있도록 속도를 내야한다"며 "규제를 푸는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는 것을 늘 유념해달라"고 했다.
공직자들을 향해선 "공직자들의 마인드 역시 확 바꿔나가야 한다. 쉽게 풀 수 있는 규제를 넘어서서 우리가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는, 꼭 풀어야하는 킬러규제 혁파에 우리 모두 집중해야 한다"며 "공직자들이 기업의 사원이라는 마음자세로 임하게 됐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규제비용 감축 등 '규제시스템 혁신을 통한 경제활력 제고'는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지난해 8월 '1차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주재하는 등 과감한 규제 혁파 의지를 밝혀왔다. 이후 정부는 경제단체 등과 함께 '킬러규제 혁신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지난 7월 킬러규제 'Top-15'을 발굴·선정하고, 개선방안을 논의·검토해 왔다. 이날 회의에서는 방안이 확정된 6개 안을 우선 다뤘다.
고용과 관련해, 비자 규제를 완화해 인력난을 겪고 있는 기업에 외국인 숙련인력 공급을 원활히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구체적으로 기업·지자체에 추천권을 부여해 검증된 숙련기능인력 쿼터(E-7-4)를 지난해 2000명에서 올해 3만5000명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또 기업이 원하는 만큼 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기업별 외국인 고용 한도를 각 업종별로 2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행 9~40명(제조업), 2~10명(서비스업)이었던 외국인 고용 한도는 각각 18명~80명, 4~20명으로 확대된다. 이와 함께 외국인 유학생의 졸업 후 3년간 취업을 전면 허용하고, 첨단분야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우수 이공개 유학생의 동반가족에 대해서도 별도 허가 없이 자유로운 취업 활동을 허용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일 할 사람이 있고, 또 이를 원하고 필요로하는 기업이 있는데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가 이를 가로 막는다면 신속하게 고쳐나가야 한다. 당면한 인구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노동 수요에 부합하는 탄력적인 노동 공급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업단지 관련 규제도 대폭 완화한다. 우선 첨단·신산업 업종 기업들도 기존 산단에 입주할 수 있도록 입주업종 제한을 완화한다. 그동안 신산업의 경우 업종 구분이 불명확해 산단 입주가 지연되는 경우가 발생했는데, 앞으로 업종판단 심의기구를 설치‧운영하기로 했다. 또 개별기업이 개발한 실수요산단은 공장 설립 후 5년 이내 매매‧임대가 원칙적으로 금지됐는데, 향후 첨단기술·녹색기술 기업 등은 실수요산단 내 산업시설용지 임대를 허용해 토지 활용도를 높이고 기업의 첨단산업 투자확대를 촉진하기로 했다. 또 개발계획 변경 없이 토지 용도 변경이 가능한 면적 규모를 대폭 확대(3만→330만㎡ 이상, 대규모산단은 최대 10만㎡)하는 등 관련 절차를 간소화해 노후 산업단지가 복합문화공간 등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윤대통령은 "정부가 모든 것을 관리하고 주도하는 과거의 방식을 고수한다면 산업단지가 혁신의 공간으로 시너지를 내기가 어렵다"면서 민간 요구를 반영한 산업단지 규제 추진을 강조했다.
환경 규제 완화 방안도 집중 논의했다. 현재 화학물질 사전 등록 기준은 '연간 0.1톤 이상'인데,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법을 개정해 이를 EU(유럽연합) 수준인 연간 1톤 이상으로 조정하고, 등록에 필요한 시험자료 제출도 간소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30년까지 1만6000여 개 기업에서 3000억 원(등록기준 조정으로 2000억, 자료 간소화로 1000억 비용 절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대통령실은 기대했다. 아울러 시설기준 등 규제를 획일적 적용해 부담이라는 업계 목소리를 반영해, 올해 연말까지 화학물질관리법 개정을 추진해 고위험에 비례한 자율·차등적 관리체계로 개편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그간 획일적이고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화학물질규제와 산업안전규제 역시 과학적 기준에 맞게 개선돼야 한다"며 "그래야 국민의 안전과 환경을 지키면서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 민간에서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주요 경제단체장과 김종석 규제개혁 위원회 민간위원장, 김기원 한국산단경영자연합회 회장 등 다양한 기업 대표가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 한동훈 법무부 장관, 한화진 환경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등이, 국회에서는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 홍석준 규제개혁추진단장, 대통령실에서는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최상목 경제수석 등이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