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 안보 협의체' 성격…연간 계획에 따른 3자 군사훈련도
협력 제도화 위해 한미일 정상회의 연 1회 정례화·협의체 구성
한미일 3국 정상이 18일(현지시간) 공동 위협이 있을 경우 즉각 협의하기로 합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마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한미일 정상 18일(현지시간) 3국의 공동 위협에 대한 공조 방안을 담은 '3자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에 합의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비롯해 인도·태평양 지역에 위기가 발생할 경우 3국이 즉각 협의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3각 안보 협의체'가 구성된 것이다. 아울러 3국 협력의 장기적인 지침인 '캠프 데이비드 원칙'(Camp David Principles)과 3국 협력의 장기적인 비전과 이행 방안을 담은 '캠프 데이비드 정신'(The Spirit of Camp David:Joint Statement of Japan,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United States)을 채택해 3국 간 협력을 제도화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일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 25분께부터 1시간 5분 동안 미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3개 문건을 채택했다. 이어 오후 3시(한국시간 19일 오전 4시)께 공동 기자회견에서 정상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3자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은 "한미일 간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 도발, 그리고 위협에 대한 대응을 조율하기 위해 신속하게 협의하도록 공약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역내외 공동 위협에 대한 3국의 즉각적인 협의와 공조를 강조하기 위해 문서화한 것이다.
신속한 협의를 위해 3국 정상은 핫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에서 "우리 세 정상은 3국 공동의 이해를 위협하는 역내 긴급한 현안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협의하고 대응하기 위한 소통 채널을 수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도 '위협 시 3국 즉각 협의 공약'에 대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뒤 "핫라인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정보 공유하고 대책 조율함으로써 역내 위기 있을 때 적극 대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미일 정상은 '캠프 데이비드 원칙'을 통해 3국 간 협력 주요 원칙의 기반을 다지고, '캠프 데이비드 정신'에는 회의 정례화와 협의체 신설 등 3국 협력을 제도화하기 위한 자치와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담았다.
한미일 3국은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캠프 데이비드 정신'을 채택해 3국 협력 제도화를 명문화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오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이에 따르면 3국 정상은 한미일 정상회의를 최소 연 1회 이상 열기로 했다. 이번 캠프 데이비드에서 처음 별도 정상회의한 것을 시작으로 정례화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와 함께 외교장관, 국방장관, 상무·산업장관, 국가안보실장 간 협의도 최소 연 1회 이상 열기로 했다. 또 역내 3국 간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협력 분야 발굴을 위한 차관보급 '한미일 인도·태평양 대화'를 창설하고, 3국 '경제안보 대화'에 이어 '개발정책 공조를 위한 협의체'도 창설하기로 했다.
이같은 제도화된 협력을 기반으로 안보 협력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 11월 프놈펜 정상회의에서 3국이 합의한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의 실시간 공유' 시스템이 올해 안에 본격 가동될 것임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이는 3국의 북한 미사일 탐지와 추적 역량을 강화하는 중요한 진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한미일 훈련을 연 단위로 실시하고 불법 가상자산 탈취 등을 차단하기 위한 '3국 간 북한 사이버 활동 대응 실무그룹'도 신설하기로 했다. 역내 평화와 관련해 3국 정상은 "일방적인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하고 주권존중, 영토보전, 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같은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며 중국을 겨냥하기도 했다.
경제안보 분야에서의 전략적 파트너십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광물, 배터리 등 핵심 물자가 부족한 경우 정보를 신속히 교환하고 공급망 교란이 발생할 경우 공동 대응할 수 있는 '3국 조기 경보 시스템’을 신설하기로 했다. 또 첨단 기술 탈취를 막기 위해 미국의 '혁신기술타격대'와 공조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미래 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첨단 혁신 분야 협력도 강화한다. 우주산업, AI, 양자역학 등 신흥 기술 관련 3국 공동연구기관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아울러 그동안 양자 간 진행해온 금융 협력을 3각 협력 차원으로 확대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에도 3국이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공동 언론발표에서 "오늘 우리 세 정상은 '새 시대를 향한 3국 간 협력'의 의지와 가능성을 확인했다"면서 "자유, 인권, 법치라는 핵심 가치에 기반한 한미일의 강력한 가치 연대는 더 평화롭고 번영하는 세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한미일 정상회의 전후로 약 20분간씩 한미 정상회담, 한일 정상회담도 가졌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한미 간 핵협의그룹(NCG)의 성공적인 출범과 미 전략핵잠수함의 한반도 전개 등을 통해 지난 4월 합의한 '워싱턴 선언'이 충실하게 이행되고 있음을 평가하고,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해 계속해서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하반기 고위경제협의회 재개 등을 포함해 협의 채널을 더욱 활발히 가동하고 경제, 금융, 에너지, 인적교류, 교육 등 폭넓은 분야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 나가자고 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다만 공동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한 질의에 윤 대통령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과정에서) 3국 국민과 모든 인류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면서 "오염수 처리에 대해선 과학에 기반한 투명한 과정을 통해 처리돼야 하고 한국은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IAEA에 점검 결과를 신뢰하고 있다. 다만 IAEA 점검과 계획대로 처리되는지에 대해선 일본과 한국을 포함해서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투명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