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잼버리 책임론'…출구는 전북·여가부 때리기?
입력: 2023.08.14 00:01 / 수정: 2023.08.14 00:01

대통령실, 감사원 감사로 '책임 소재' 규명할 듯
여야 '공방' 격화…책임규명 동상이몽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에서 환영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잼버리 부실 운영 사태 관련 내부 감찰과 감사원 감사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에서 환영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잼버리 부실 운영 사태 관련 내부 감찰과 감사원 감사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부실 준비·운영 사태를 두고 정치권에서 '책임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여성가족부 장관 경질로 '정치적 책임'을 돌리는 동시에 야권 텃밭인 전라북도의 '행정 실정'을 부각하면서 '정부 책임론'에서 벗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새만금 잼버리 대회가 마무리되면서 '부실운영 사태' 관련 대통령실의 향후 대응에 이목이 쏠린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세계적인 국가 망신"이라며 들끓는 여론에도 "정부는 12일 잼버리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최선을 다해서 지원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행사 수습 여력이 분산될 수 있어 책임자 경질과 책임 규명은 아직 검토할 시점이 아니라는 판단에서였다.

정치권에 따르면 감사원은 이번 주 잼버리 조직위원회, 여성가족부, 전라북도 등 대회 준비를 주도해 온 관계 기관과 부처에 대한 감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 초반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감찰을 검토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조사 인력 등의 한계가 있어, 대규모 감사 인력이 있는 감사원이 먼저 진상 규명에 나선다는 것이다.

책임 규명과 별도로 정치권 안팎에선 김현숙 여가부 장관 경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여가부는 잼버리 대회 주무 부처 중 하나로, 행사를 지휘하는 조직위는 여가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설립되고, 잼버리 관련 주요 정책을 심의·조정하는 국무총리 산하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정부위원회' 간사도 맡고 있다. 김 장관은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아 행사를 지휘하는 위치에 있다. 특히 김 장관이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행사 부실 준비 우려에 "차질 없이 준비하게 될 것"이라고 답한 사실이 알려지며 부정 여론이 크게 일었다. 야당의 '정부 무능론' 공세에 대해 김 장관 경질로 여론을 잠재우고, 동시에 야권 인사들이 다수 배치된 전북도 행정을 때리면서 반격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대통령실은 모든 책임을 전라북도에 넘기면서 동시에 여가부 장관을 경질과 여가부 폐지 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대통령실 입장에선) 총선 전략으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면서 "(민주당 인사가 다수인) 전북을 때리면 때릴수록 대통령 지지율은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7월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김 장관 경질 가능성도 높게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7월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김 장관 경질 가능성도 높게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여당인 국민의힘도 '여가부·전북 책임론'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앞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가부의 부족함이 있었던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당은 대회가 마무리되면 지원부처로서 미흡했던 여가부의 문제점을 꼼꼼하게 살펴볼 예정"이라고 이례적으로 정부 부처를 비판했다.

동시에 만금 개최지 선정과 부지 매립 과정, 문재인 정부 시절 사업 예산 집행률 저조, 잼버리 예산을 활용한 외유성 출장 의혹 등 전북도를 향해 집중 공세를 펼치고 있다. 김 대표는 13일 페이스북 글에서 "애초에 배수 문제가 지적됐지만 매립도 되지 않은 새만금에 유치하자고 주장한 것은 전북도와 민주당 정치인들"이라며 "문재인 정권과 전북도는 매립과 기반 시설 확충, 편의 시설 등 대회 준비를 위해 제대로 한 게 없다"고 비판했다.

다만 당장 김 장관 경질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장관을 교체할 경우 여가부 폐지를 공약한 윤 정부가 신임 장관 후보자를 찾고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면서 여가부 유지 신호를 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김 장관 경질은 여가부 폐지 추진과 함께 향후에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있다.

여야는 모두 잼버리 사태 관련 책임소명을 철저히 하자는 데 공감하고 있지만, 조사 방법과 범위 등에서 견해차가 뚜렷해 합의점을 찾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통한 책임 규명을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15개월 기간이 있었지만 잼버리 대회를 부실운영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여가부 외에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았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박보균 문화체육부 장관으로까지 '중앙정부 책임론'을 키우는 동시에 사후 수습 과정에서의 실정을 집중 비판하고 있다.

김성주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는 야영지 매입 등 인프라를 닦았고, 대회 운영 준비는 윤석열 정부의 과제였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잼버리 사태 감찰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에 대해선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감사원이 제대로 감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국정조사를 통한 책임 소재 규명을 강조했다.

김 장관(왼쪽) 지난 8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프레스센터를 방문해 태풍 카눈에 의한 비상 대피 브리핑을 열고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여권은 여가부와 전북도에, 민주당은 사후 수습 조치와 행정안전부 책임론 등을 집중해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김 장관(왼쪽) 지난 8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프레스센터를 방문해 태풍 카눈에 의한 비상 대피 브리핑을 열고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여권은 여가부와 전북도에, 민주당은 사후 수습 조치와 행정안전부 책임론 등을 집중해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대통령실과 여당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전 정부 탓'으로 돌릴 경우 '정부 무능론'에 오히려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이번 잼버리 사태 책임이 현 정부에 더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11일 발표한 여론조사(뉴스토마토 의뢰, 지난 7~10일, 전국 만18세 1051명 대상,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0%p,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결과, 잼버리 부실 운영 사태 관련 윤석열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60.2%, 문재인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31.2%였다.

한편 오는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오는 25일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잼버리 사태'와 관련해 각각 이 장관과 김 장관을 상대로 현안질의가 예정돼 격렬한 책임 공방이 예상된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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