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청년 읽는' 김한규 "세련되지 못한 민주당, 다양한 청년 만나야"
입력: 2023.08.13 00:00 / 수정: 2023.08.13 00:00

"민주당, 멋인지도 쿨하지도 세련되지도 힙하지도 않다"
"이재명·박광온, 청년을 읽으며 계속 관심 보여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민주당에 대해 안 멋있다. 쿨하지도, 세련되지도, 힙하지도 않다. 당의 이미지가 역동적이지도, 밝지도, 미래지향적이지도 않다고 평가했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 의원. /남용희 기자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민주당에 대해 "안 멋있다. 쿨하지도, 세련되지도, 힙하지도 않다. 당의 이미지가 역동적이지도, 밝지도, 미래지향적이지도 않다"고 평가했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 의원.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정치권은 늘 '청년이 중요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하지만 정작 청년에 대해 잘 모른다. 관심이 없다고 보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어쩌다 한 번씩 어디서 섭외했는지 모를 청년 몇 명을 불러 마이크를 쥐여주고,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야심 차게 '청년 정책'이라는 걸 내놓고는 대중의 비웃음을 산다.

헛다리도 곧잘 짚는다. 청년이 원한다면서 주 69시간제를 들고나오질 않나, 애 셋을 낳으면 군대를 면제해 주겠단다. 근시안적인 정책으로 뒷맛 씁쓸하게 할 때도 있다. '천 원의 아침밥' 사업 예산을 늘리겠다는데, 과연 청년에게 필요한 게 천 원짜리 아침밥을 마음껏 먹는 것일까. 밥값 몇천 원을 아껴야 할 정도로 팍팍한 청년의 삶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가.

청년의 삶을 고민하기 위해 청년에 대해 공부하는 정치인이 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지난 6월부터 '김한규와 청년 읽기'라는 제목으로 여섯 명의 청년을 배웠다. 청년을 '읽는다'고 했다. '보기', '듣기', '말하기' 중에서 하필이면 '읽기'였을까.

만 49세, 스스로 '중년'이라 칭하는 김 의원은 기성세대로서 "청년세대를 공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2시간을 훌쩍 넘기는 강의를 매번 끝까지 경청했다. 청년 정치인부터 지방의 청년, 20대 여성, 현장 실습생 등 여러 곳에서 여러 일을 하는 여러 청년을 만나 배우는 시간이었다. 그러니 굳이 '읽기'라고 한 건, 마치 책을 읽듯 긴 맥락에서 오늘날 청년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일 테다.

"왜 하필 청년이냐"는 질문에 김 의원은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청년이 미래니까"라고 답했다. 그리고 민주당이 청년의 지지를 잃은 큰 이유로 미래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와 함께 청년을 읽다 보면 그 속에서 민주당의 미래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김 의원은 청년에 대해 말하기 전에 먼저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한규와 청년 읽기'는 지난 7일 끝났지만, 김 의원은 계속 청년을 읽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더팩트>는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김 의원을 만나 민주당이 청년의 지지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을 들었다. 한 시간 반에 걸친 인터뷰에서 김 의원은 청년을 시작으로 우리 사회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김한규와 청년 읽기 포스터. /김한규 의원실 제공
'김한규와 청년 읽기' 포스터. /김한규 의원실 제공

- '김한규와 청년 읽기'라는 연속 강의를 6월부터 시작해 얼마 전 끝냈다. 어떤 취지로 기획했나?

청년에게 관심을 두기 위해서다. 정치가 청년에게 관심이 없다. 한시적으로, 선거 때만 잠깐 관심을 가지고 평소에 관심이 없다. 청년 공약을 냈는데 여론이 안 좋은 경우도 많다. 이를테면 정부가 아이 셋 이상 낳으면 군대를 면제해 주겠다는 정책을 내고 비판받았다. 청년에 대한 이해가 낮은 상태에서 공약을, 정책을 만들다 보니 그런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역시 스스로 "청년을 잘 알고 있는가? 평소에 관심이 있나?"라고 물어보면 답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정치권의 청년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겠다, 그리고 정치권이 평소에도 청년에게 관심을 가지기 위한 목적이었다.

제가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정무비서관으로 근무할 때 옆에 청년비서관이 있었다. 그에게 많이 혼났다. "청년의 입장에서 그건 부적절하다, 반대다", "청년이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내용들. 평소에 청년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살았어도 실제 청년이 느끼는 것과 괴리가 있었던 경험이 있기에, 섣불리 "청년에 대해 잘 안다", "특정 사안에 대한 청년의 생각을 알고 있다"고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물어보고 확인해야 한다.

청년은 기성세대가 계속 공부하고 연구해야 하는 대상이다. 사람은 자기 세대를 넘어 타인의 세대를 완벽히 이해하는 게 불가능하다. 끊임없이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배우고, 노력해야 공감 능력이 생긴다. 그래서 '청년 읽기'다. 읽는 것. 청년의 생각을 배우고 공부하겠다는 취지다. 정치인들은 청년들과 행사를 하면, 뭔가 가르침이나 교훈을 주고 청년들에게 멋있게 보이려 한다. 저는 그런 게 아니라 완전하게 청년들에게 자신의 삶을 보여달라는 취지에서 '청년 읽기'를 시작했다.

- 청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뭔가?

미래이기 때문이다. 청년은 현실이자 미래다. 제가 앞으로 살아갈 많은 시간은 청년들과 함께하게 될 것이다. 미래에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사람들도 청년들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대한민국의 주역으로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게 우리가 같이 노력해야 한다. 한편으론 미안한 마음도 있다. 저희 때보다 분명히 세상이 살기 좋아졌다. 그런데 저희 때보다 힘들다.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것 자체도 버거운 세대가 됐다. 이건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새로 사회에 진입하는 청년들은 기성세대만큼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풍요로움을 갖기 어렵다.

지금의 30대 후반~40대만 해도 윗세대보다 못살 거란 생각은 안 한 것 같다. 노력하면 된다는 믿음이 있었다. 사회적 제약이나 구조적 한계라는 걸 인식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청년들은 그렇지 않다. 기성세대로서 그런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 무언가 개선할 수 있다면 바꿔내야겠다는 부채 의식이 있다.

두 번째로는 민주당이 지금 어려움을 겪는 게 청년의 지지를 받지 못해서인 것 같다. 예전처럼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아야 민주당이 다시 집권할 수 있고 가까이 있는 총선에서 승리할 수도 있다. 그런 절박한 마음이 있다.

- 민주당의 20~30대 지지율이 낮게 나온다. 왜 그렇다고 보나?

'청년 읽기' 마지막 강의를 했던 책 'K를 생각한다'의 임명묵 작가는 "민주당이 가진 의제와 현실과의 괴리"를 문제로 지적했다. 예를 들어 민주당은 복지국가 건설을 얘기한다. 유럽식 복지국가가 민주당의 지향점인데 전 세계적으로 이제 스웨덴식의 복지국가보다는 미국식의 자유주의에 기반한 복지 정책들이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컨센서스가 생겼다. 그리고 민주당은 남북 화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남북 대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런데 그게 실제로는 우리만의 노력으로 되지 않는다는 게 확인됐다. 지난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미국이 틀어버리고, 북미 간의 대화가 안 되고 나니 민주당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다시 말해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갖고 있는 의제들은 세계 흐름의 변화에 맞지 않거나 지정학적 상황 때문에 유효하지 않다. 그러니 청년들이 공감을 못 하게 된 것이다.

'추월의 시대'를 쓴 하헌기 작가(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도 "민주당이 청년의 마음을 읽지 못한다", "청년들이 원하는 것이 뭔지를 모른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정부에서는 정부·여당으로서 기득권을 옹호하는 세력처럼 보이게 됐다"고 짚었다. 저는 결과적으로 두 작가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한마디로 말해 민주당이 안 멋있다. 쿨하지도, 세련되지도, 힙하지도 않다. 디테일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당의 이미지가 역동적이지도, 밝지도, 미래지향적이지도 않다. 과거 민주당은 권위주의 정권에 저항하며 변화를 갈구하는 혁신의 상징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제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비해 물리적인 나이로도 어리지 않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등 돋보이는 젊은 정치인도 없다. 민주당은 세련되지 못하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김한규 민주당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민주당은 청년에게 다가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최근에 당내 청년 정책을 총괄하는 '랩 2030'을 꾸려, 체계적이고 유기적인 청년 정책들을 개발하고 있다. 홍정민 의원이 위원장이다. 당내에서도 관심도가 높다.

'청년 읽기'에 대해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오늘(10일) 오전에 만난 한 60대 의원이 저에게 "청년 기획 너무 좋다.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역시 "청년이 중요하다"면서도 "청년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게 민주당의 일반적인 태도인 것 같다. 중요한 건 알지만 잘 모르겠고, 누군가는 책임지고 해야 하는데 누구도 잘 못한다. 더 근본적으로는 아무도 청년에 대해 모른다.

- 강연자 섭외는 어떤 기준으로 했나? 임명묵 작가의 경우 성향이 국민의힘에 더 맞지 않나?

청년 당사자이자 관찰자로서 청년 문제에 대해서 깊이 천착하고 고민하고 연구한 걸 책으로 낸 저자들을 섭외했다. 저는 최대한 다양한 경험과 시각을 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임 작가는 보수적인 성향에 민주당 지지자가 아니다. 제가 예전에 임 작가를 초청해 얘기를 들었는데 "민주당 지지자였지만 더 이상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충격이었다. 임 작가처럼 민주당을 이탈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민주당에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청년들이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를 하는 게 마음이 불편하더라도 들어야 한다. 듣고 그냥 '가슴 아프다'로 끝내는 게 아니라 바꾸려고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청년 읽기' 같은 프로그램을 계속하는 거다. 김한규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이재명 대표도, 박광온 원내대표도 청년을 읽으며 계속 관심을 보여야 한다. 그런 노력을 하며 의제를 끊임없이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청년들이 '민주당도 뭔가 바뀌고 있구나'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시대 인식과 그에 걸맞는 아젠다를 던져야 한다. 그게 제대로 된 정치다. 그냥 순간순간 듣기 좋은 포퓰리즘 같은 공약을 낼 게 아니다. 청년에게 관심을 가지고 청년의 시각에서 사회를 분석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 주로 어떤 사람들이 강의를 들으러 왔나? 정치인도 있었나?

주로 대학생이었다. 고등학생도 있었고 20대 자녀를 둔 부모도 있었다. 국회의원 보좌진, 언론인도 있었다. 정치인은 글쎄다. 강의를 저녁 7시에 했는데 정치인들은 그 시간이 지역 일정 등으로 매우 바쁘다. 국회에서 하는 세미나들은 거의 낮에 한다. 그런데 오후 2시에 하는 세미나에 청년들이 어떻게 올 수 있겠나? 학교에 가거나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이다. '청년 읽기'도 정치인들이 와서 들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낮에 했다면 정치인들이 많이 왔을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 인사하고 사진 찍고 가지 않겠나. 2시간 내내 앉아서 듣지도 못할 것이다. 저는 그런 식으로는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청년 읽기'는 청년에 대해 알아가고 공부하는 자리다. 기회가 된다면 강의 내용, 제가 알게 된 내용 등을 정리해 공유하고 싶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10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도, 박광온 원내대표도 청년을 읽으며 계속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남용희 기자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10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도, 박광온 원내대표도 청년을 읽으며 계속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남용희 기자

- 아쉬운 점은 없었나?

많이 안 온 것. 앞서 '경제 읽기'를 했었는데 첫 시간에 100명이 넘게 왔다. 이후 '청년 읽기'에서는 확 줄어들었다. 청년들은 자기 얘기고 다 아는 얘기니, 관심도가 떨어졌을 것 같다. 사실 '청년 읽기'는 청년이 아닌 세대가 많이 들어야 하는데. 나이 많은 보좌진이나 국회의원들이 들었으면 좋았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 '청년 읽기'를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게 있나?

저는 40대 끝자락에 있다. 'X세대'라고 묶이긴 하는데 'X세대' 안에서도 너무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청년도 마찬가지였다. 그게 너무 당연한 건데, 실제로 다양한 사람을 불러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더 다양한 거다.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었다'의 허태준 작가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장 실습생으로,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했다. 임명묵 작가는 수재로 서울대학교를 나오고 석사과정을 마쳤다. 전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사회에 대해 연구하고 글로벌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 하헌기 작가는 청년 정치인으로, 밑바닥부터 정치를 시작하는 청년이다. 그래서 청년 문제가 더 어려운 것이다. 우리가 읽어야 할, 알아야 할 청년의 삶도 매우 다양하고, 해결 방안 역시 좀 더 구체적이고 섬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청년 세대를 관통하는 공통적인 특징은 없었나?

분명 뭐가 있는데 하나의 키워드로 꼽자니 잘 모르겠다. 윗세대와 다른 게 있다. 제가 느낀 건 사회의 구조에 대해 고민한다는 것이다. 윗세대는 우리나라가 발전하는, 매우 역동적인 시기를 살았다. 기회가 많았다고도 할 수 있다. 지금은 발전보다 안정화되면서 굳어지는 과정에 있고 경제성장률도 많이 낮아졌다.

세대 갈등 문제를 보면 예전에는 윗세대가 '꼰대'라서 싫어했다. 지금은 그게 아니라 20~30대의 삶에 직접적인 제약을 주기 때문에 싫어한다. 지금의 기득권 세대, 기성세대를 위해 만든 시스템에 문제의식을 느낀다. 기성세대를 청년 세대와 이해가 충돌되는 반대되는 집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반면 저는 20대 때 그런 생각을 가져본 적 없다. 저나 제 주변 친구들은 그 당시는 군사독재나 민주주의에 관심을 가졌다. 지금은 거기에서 나아가 사회의 다양한 문제,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사회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세대 간의 차이를 분명하게 느끼는 지점이 있다. 훨씬 덜 행복한 세대라는 느낌. 사회 변화나 성장이 멈춰있는 시대를 살면서 사회가 우리 때보다 훨씬 풍요롭고,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위상도 높아졌는데 청년은 더 힘들고 별로 행복하지 않다. 개성도 강하다. 저는 이해 못 한다기보다는 '관심이 있다'고 하고 싶다. 청년 한 명 한 명이 다 다르다.

- 김한규 의원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 지금의 청년 세대가 말하는 어려움에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성공했다고 하는 건 제가 김앤장 변호사 출신이라 그런 것 같다. 그걸로 비판을 받기도 하는데 억울한 면이 있다(웃음). 그때는 론스타 사건 이전이었고, 공부 잘하면 판사 되거나 김앤장 가는 게 당연했을 때다. 물론 김앤장을 다니면서 여유 있는 삶을 산 것도 사실이다.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청년에 대해 이해를 못 하는 부분은 있지만, 제가 성공해서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공정한 경쟁'이라는 테마다. 저는 대부분의 경쟁을 다 이기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다. 그런데 제가 거친 경쟁이 공정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가 정치를 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세상은 공정하지 않고 저에게 대체로 유리했다.

학창 시절에 제 여동생이 시험이 끝나고 친구에게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었다. 그랬더니 그 친구가 "밭에 일하러 가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충격을 받았다. 어릴 때 살았던 곳이 도농 복합지역이었는데 주말에 밭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제 동생이 그 이야기를 하면서 친구에게 미안했다고 했다. 저도 비슷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나는 공부만 하는데 저렇게 밭에서 일하면서 공부해야 하는 친구와 경쟁하는 건 불공정한 것 아닌가? 내가 공부를 더 잘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일 아닌가?' 제가 노력해 공부를 잘한 거지만 세상에 노력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그런 면에서 부채의식을 가지게 됐다.

그래서 죄송한 말이지만 청년 세대, 특히 남성들이 보수 쪽에서 말하는 '공정한 경쟁'에 많이 공감하는 것 같은데 그 부분이 이해가 안 된다. 어떻게 이게 공정한가? 제가 남들보다 조금 더 공부 잘하게 태어났을 수 있다. 이건 공정한가? 이 시스템에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일부일 뿐이다. 저는 이 간극을 메꾸기 위해 정치가 필요하고 생각한다. 사실 민주당의 고민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어젠다가 '사회적 격차 해소', '불평등 완화', '복지사회 구현'이다. 그런데 청년 세대는 지금 공정한 경쟁을 위해 이게 필요 없다고 하는 것이다.

분명히 아직 우리 사회가 사회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가야 할 길이 있다. 그런데 임명묵 작가는, 우리 청년들만 그런 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미국식 자본주의에 최소한의 사회복지 시스템을 추구하는 게 주류가 됐다고 했다.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론 민주당이 추구해야 할 가치가 정말 올드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민주당이 청년의 지지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읽어야 한다. 청년을 많이 듣고 이해하는 게 먼저다. 청년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공약을 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 갑자기 지지를 얻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일단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청년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여의도 주변의 청년 정치인들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다양한 곳의 다양한 청년을 만나야 한다.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 내년 총선에는 어떤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청년과 관련해서 앞서 제가 '세련되지 못하다'고 했다. 우선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 미래지향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 각종 행보에서, 하다못해 공약집 이런 것들이라도 트렌디해야 한다. 민주당은 무조건 미래와 승부를 봐야 한다. 지난 정부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이 많다. 지금 민주당이 다수당이지만, 대통령 거부권 등으로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다. 결국은 사람들에게 미래를 얘기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에 기대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민주당은 이런 대한민국의 미래를 꿈꾼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청년만이 아니라 모든 세대에 대해 동일한 건데 특히 미래를 살아가는 청년을 위해서 더 그래야 한다.

미래지향적이란 건 '상대적으로 잘 산다'는 것 이상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의 우리나라를 보면 선진국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지금의 청년들에게 우리나라를 유럽의 어느 국가와 비교한다고 하면 아마 불쾌해할 것이다. 우리가 그들보다 못한 게 뭐가 있냐고. 그렇다면 이젠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어떤 위상을 가졌는지가 중요하다. 상대적으로 살기 좋고 그런 걸 떠나서. 제가 대학교 시절 미국에 갔을 때, TV에서 현대자동차 광고가 나왔다. "The cheapest car in the world(세계에서 가장 싼 차)"라면서. 지금은, 최근에 제가 미국에 다녀왔는데 한인과 전혀 관계없는 지역에서 K팝이 몇 곡에 한 곡씩 나왔다. 위상이 달라진 것이다. 그걸 느낀다. 정치인이라면 국민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 '청년 읽기'를 앞으로 계속할 예정인가?

저는 계속하고 싶다. 정치인들이 읽지 않고 말하기를 너무 많이 한다. '청년 읽기' 외에 '경제 읽기'도 병행하고 있다. 민주당이 장기적으로 안정인 지지를 받으려면 경제하고 청년이라고 생각한다. 경제계와 청년층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그래서 '경제 읽기'와 '청년 읽기'를 한다.

민주당이 경제에 관심 없고 실력이 없다는 이미지가 있다. 분명히 지난 정부에서 실패가 있다. 부동산 정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든지. 이런 부분에 대한 반성적 고려가 있다. 김한규 혼자 '경제 읽기'를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냐마는 제가 관심을 받으면 민주당에도 변화가 생기지 않겠나. 언젠가 어떤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가 "민주당이 경제 얘기할 때 구리다"고 했다. 민주당에 애정이 있는 사람인데도 그랬다. 민주당도 바뀌어야 한다. 미국의 민주당은 캘리포니아와 뉴욕의 기업들에게 지지받는다. 불가능하지 않다. 세상은 바뀐다. 미국 민주당은 과거에 노예제에 찬성했지만, 지금은 흑인들의 지지를 받는 것처럼.

- 김한규 의원의 목표는 무엇인가?

저는 저출생·인구감소 문제에도 관심이 많고 특위 소속이기도 하다. 인구 문제는 청년 문제이기도 하다. 모든 문제와 연관된다. 청년들이 출산하지 않고 결혼하지 않고 연애도 안 한다.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사회적 격차가 커진 데다 남들과 비교도 심하다. 패배감을 느끼게 한다. 히키코모리 청년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건 일자리의 문제고 경제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방으로 가면 사람이 없어서 이주노동자를 구한다. 국가균형발전의 문제가 되고 이민 정책의 문제도 된다.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 사회가 경제적·사회적 지위가 대물림되고 고착화되는 사회로 가고 있다. 그걸 깨고 싶다. 패배감을 안 느끼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너무 교훈적인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가 주변 사람에 대한 측은지심을 느끼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민주당이 꿈꾸는 5년 후, 10년 후 미래는 무엇인가? 그에 대한 답, 미래에 대한 담론으로 싸워야 한다.

☞ 김한규 의원은 누구? 제주북초등학교, 제주중학교, 대기고등학교를 졸업해 서울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1999년 제41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31기를 수료하고 변호사가 됐으며 2005년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있었다. 이후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2021년부터 청와대 정무비서관으로 재임했으며 2022년 5월 제주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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