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칼부림'에 與 "가석방 없는 종신형·경찰 면책권 추진"
입력: 2023.08.08 00:00 / 수정: 2023.08.08 00:00

김기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신설 조속히 추진"
박광온 "처벌만으로 100% 예방하는 건 불가능"


최근 묻지마 흉기 난동으로 사상자가 발생하자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7일 강력범죄 대책 마련 점검차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를 방문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묻지마 흉기 난동'으로 사상자가 발생하자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7일 강력범죄 대책 마련 점검차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를 방문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국민의힘이 최근 서울 신림역과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 등에서 발생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의 후속 대책으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추진에 박차를 가한다. 흉기 난동 등에 대한 경찰의 물리력 집행에는 면책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엄벌주의는 범죄예방에 큰 효과가 없다며 사전 예방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7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에서 열린 '해결사! 김기현이 간다 : 강력범죄 대책 마련 현장 방문' 간담회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흉악 범죄와 살인 예고 등 모방범죄 차단 대책을 논의했다.

국민의힘은 먼저 지난달 21일 신림역 사건 직후 비공개 당정에서 추진하기로 한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경찰이 흉악범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폭력 범죄로 되레 고발당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면책권을 적용하는 방안도 적극 도입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당연한 공무집행 과정이기 때문에 과거와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이날(7일) 대검찰청에 "국민 생명·신체에 위해가 발생하거나 우려되는 긴박한 상황에서 이어지는 물리력 행사에 대해 정당방위를 적극 검토해 적용하라"는 내용의 '폭력 사범 검거 과정 등에서의 정당행위·정당방위 등 적극 적용' 지시를 내렸다.

그는 "최근 발생한 일련의 '묻지 마 식 강력범죄'로 무고한 시민이 목숨을 잃는 등 국민의 불안이 가중된 상황에서도 제압 과정에서 유형력을 행사했다가 폭력 범죄로 처벌된 일부 사례 때문에 경찰 등 법 집행 공직자들이 물리력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는 우려가 있다"며 "검찰은 물리력을 행사한 경찰과 일반시민에게 위법성 조각 사유와 양형 사유를 더욱 적극적으로 검토해 적용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주 흉악범죄에 대해 초강경 대응을 지시한 바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대국민 담화를 내고 지난 3일부터 다중밀집 지역 522곳에 대해 특별치안 활동에 임하는 등 총력 대응 중이다. 경찰은 기동대 형사를 포함해 가용인력을 총동원해 순찰을 강화하고 흉기 난동 시 경고 없이 사격을 가하기로 하는 등 물리력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예고했다.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이후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범행을 예고하는 글이 잇따르는 가운데 지난 5일 오전 범행 예고지 중 한 곳인 서울 강남역 사거리에 전술 장갑차가 배치돼 있다. /이새롬 기자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이후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범행을 예고하는 글이 잇따르는 가운데 지난 5일 오전 범행 예고지 중 한 곳인 서울 강남역 사거리에 전술 장갑차가 배치돼 있다. /이새롬 기자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이날(7일) 간담회에서 "특히 시민들이 불안해하는 다중밀집 지역 522곳에 대해 기동대뿐만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특공대까지 배치해 시민들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모방범죄 등 유사한 살인사건을 예고하는 소셜미디어상의 글에도 강력히 대처할 방침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까지 살인 예고 글은 187건으로 총 59명이 검거되고 이 가운데 3명이 살인예비 혐의로 구속됐다. 검거된 피의자 중 57.6%인 34명이 10대 청소년이었으며 이 중에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청장은 "소셜미디어상 협박 글이 국민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데 큰 원인이 되고 있다"며 "사이버수사대를 중심으로 현재 서울 관할에서 35건이 접수돼 있는데 이중 신속히 수사를 진행해 15건을 검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살인 예고 글을 경범죄가 아닌 새로운 범죄 개념으로 정의한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단기적으로는 '총력 치안 체제'를 통해 사회 불안을 잠재우고, 장기적으로는 과거와 다른 새로운 유형의 범죄 대응에 대한 총체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관련 부처 모두가 참여하는 컨트롤타워를 구축할 필요성에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폐쇄회로(CC)TV 관제센터를 통해 범죄 감시를 효율적으로 하고, AI 감시 시스템 체제 구축 필요성도 검토할 예정"이라며 "모방범죄의 차단을 위해 공공 협박, 살인 암시 글 등에 대해서 신상 공개하는 문제도 경찰 측에서 주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공에 대한 테러에 강화된 입법이 필요하다는 게 당의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국민의힘은 정신질환자들이 꾸준한 치료를 받을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지난 2016년 강남역 화장실 사건, 2019년 강인득 사건, 최근의 서현역 사건 등에서 피의자는 치료를 중단한 정신질환자였다. 보건복지부도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해 본인이 입원을 거부해도 사법기관의 판단에 따라 입원시킬 수 있는 '사법입원제' 도입을 추진할 예정이다.

경기도 성남시 서현역 일대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을 벌인 피의자 최원종이 지난 5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경기도 성남시 서현역 일대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을 벌인 피의자 최원종이 지난 5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에 대해서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일단 신중한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일각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는 "처벌만으로 (묻지마 범죄를) 100% 예방하는 건 불가능하다"면서 "강력한 처벌과 함께 양극화 해소 등 사회적 안전망을 더 보강하는 정책으로 (범죄 예방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를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다만 엄벌주의가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엄벌주의가 일반예방효과가 있다는 주장에 "우리의 희망적 사고"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겁을 주면 이와 같은 범죄 의지가 꺾이겠지 이러한 논리를 전제로 하고 있는데 실제로 이와 같은 격정 범죄는 그런 의식 자체가 통하지 않는다"며 "예를 들면 내가 가석방 없는 종신제, 사형제 때문에 흉기 공격 자체를 멈추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 측면에서 지금 당정에서도 얘기하고 있는 여러 가지 정책대안도 사실상 논리적 오류 속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정신질환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에도 "(서현역 사건은) 이른바 무차별 범죄의 유형 중에서 망상형 범죄에 속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그런데도 그런 것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 있다. 사전에 철저한 계획을 했을 것 같은 보도도 나오고 있다. 사건 이전에 일정한 게시글을 올리고 검색을 해봤다는 사실, 또 전날 흉기를 구입하고 마치 현장답사를 했다고 하는 모습 등 때문에 과연 망상형 피해 장애가 원인이었겠느냐는 좀 더 검사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 부분은 별도의 어떤 정신질환과 형사사법기관이 공조하고 하는 차원에서 논의할 바임은 분명하다"면서도 "이 사안의 근본적인 문제는 지금까지 잠복해 있던 우리 사회의 어떤 분노적인 모습 자체가 해결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이것에 대한 정책적 대안과 국가적 차원에서 고민 또 형사사법적 차원에서의 어떤 개선과 혁신에 대한 방향이 없는 이런 문제였기 때문에 이것은 별도로 논의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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