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진 건설 이권 카르텔"
민주당 "남 탓 그만...전 정권 탓 한심"
정부·여당은 연일 일명 '순살 아파트 사태'를 '건축 이권 카르텔'로 규정하며 문재인 정부를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 3일 국민의힘이 LH 사태의 책임을 전 정권으로 돌리고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이슈마다 전 정권이 원인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한국도시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의 철근 누락 사태도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진 '건설 이권 카르텔'"로 규정하면서다.
정부·여당은 연일 일명 '순살 아파트 사태'를 '건축 이권 카르텔'로 규정하며 문재인 정부를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 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고위당정협의회가 끝난 뒤 브리핑에서 "관련 아파트 단지 전수조사와 함께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위법 행위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근본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종합적인 안전대책 및 건설 이권 카르텔 혁파 방안도 발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이 부실시공 사태의 원인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의 '건설 산업 이권 카르텔'을 지목한 데 이은 조치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지금 (부실 시공된) 아파트의 무량판 공법 지하 주차장은 모두 우리 정부 출범 전에 설계 오류, 부실시공, 부실 감리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깨부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3일 "무량판 구조 부실시공 관련 야당에서는 15개 아파트 중 13개는 현 정부에서 준공됐다"는 민주당의 반박에 대해 "준공 이전에 감리 등이 훨씬 더 건축물 안전에 중요한 사안"이라며 "그래서 준공을 언제 한 지 그 시기를 가지고 책임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건 아마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전 정부의 원인이 드러난 게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 단계에서 단편적으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구체적인 답을 피했다.
그는 "우리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가 내일부터 활동하고 정부에서도 전수조사하고 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담합이나 입찰 관련 문제를 조사할 것"이라며 "감사원 감사도 지금 시민단체에 의해 청구되어 있기 때문에 진행될 걸로 예상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금 나타난 문제점들의 인과관계를 따져볼 것"이라고 했다.
최근 온열환자 발생 등으로 논란이 된 전북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 대해서도 비슷한 대처가 나왔다. 4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5년 동안 준비한 것"이라며 책임을 돌렸다. 그는 "책임 문제를 거론하기보다 지금은 행사를 잘 끝내야 한다"이라며 "나중에 조사가 필요하다. 실무 준비는 지자체(전북)가 중심이 되어 한 것으로 보고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의 이런 발언은 8개월여 앞둔 내년 총선에서 '전 정부 책임론'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동시에 야당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공세에 맞서 국면전환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사사건건 문재인정부로 책임을 전가하자 "국민 불안을 잠재울 대책 마련은 도외시한 채 전 정권 탓만 하고 있으니 한심하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최고위에서 발언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
민주당 또한 "남 탓 말라"면서 현 정부의 책임을 강조하며 사안은 정쟁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의힘이 전 정권 책임론을 제기하며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민주당은 "남 탓 말라"고 받아쳤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국정조사가 현 정부의 책임을 전 정부 책임으로 전가하는 카드냐"며 "국민 불안을 잠재울 대책 마련은 도외시한 채 전 정권 탓만 하고 있으니 한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실시공 문제는 국토부에서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면 될 문제고 비리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히면 될 것"이라며 "각종 재난이 일어날 때마다 수수방관하며 국민을 위태롭게 하고 각자도생 사회를 만든 것은 바로 윤석열 정부"라고 비판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도 지난 2일 브리핑에서 "부실 공사로 인해 불안과 공포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책임을 회피하려는 얄팍한 '남 탓 DNA'가 어김없이 발현된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사안마저 전 정부 탓을 들먹이며 정치적 갈라치기를 하려 드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라고 비판했다.
총선이 다가오며 여야가 물러설 곳이 없어지고 이같은 정쟁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국민의힘의 전 정부 책임론에 대해 "전 정부 책임이 없는 건 아니다"면서도 "국정운영의 성과가 없기 때문에 전 정권 탓을 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그는 이런 전략이 "지지층 결집에 효과가 있다"며 "내년 총선을 위한 포석"이라고 말했다.
박 정치평론가는 "이렇게 되면 국민이 보기에는 피곤해진다"면서도 "윤석열 정부를 지지하지는 않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과 민주당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최소한 중립에 선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총선에서 개혁 과제를 꺼내 들고 '야당 심판론'을 내세워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