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폄하' 김은경 후폭풍…'리스크' 된 혁신위
입력: 2023.08.04 00:00 / 수정: 2023.08.04 00:00

'고개 숙이고 눈물 글썽' 김은경 사과…'자기 정치 탈난 것' 당내 비판
민주당 70대 지지율, 11%로 하락


노인 비하 발언 논란에 휩싸인 김은경(왼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3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를 방문해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에게 사과 후 면담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노인 비하 발언 논란에 휩싸인 김은경(왼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3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를 방문해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에게 사과 후 면담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김은경 수난 시대'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은 3일 이른바 '노인 폄하 발언 논란' 이후 나흘 만에 공식 사과를 하고 대한노인회를 찾아 고개를 숙였다. 당내에서는 김 위원장이 연이어 구설에 휩싸여 당 혁신은커녕 스스로 '리스크'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날 오전 김 위원장을 포함해 박광온 원내대표, 황희 의원, 혁신위원들은 대한노인회 중앙회를 찾아 김호일 대한노인회장과 면담을 나누고 사과의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노인회 방문에 앞서 민주당사 앞에서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어르신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에 대해 더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논란 나흘 만에 직접 사과의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김호일 대한노인회장 등 회원들에게 "이렇게까지 비화할 거라고 예상은 못 했다"며 "투표라는 것이 이런 거라고 설명하다 보니 (발언이) 생각지 않게 퍼져나갔는데, 판단을 못 했든 부족함이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하며 고개를 숙였다.

노인회 회원들은 격분하며 김 위원장의 발언을 꾸짖으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형술 노인회 부회장은 김 위원장이 "사람이라는 게 정이 있어서 보면 반가운 마음이 있어야 하는데 반갑지 않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창환 부회장은 "이 자리를 내려놓을 생각이 없나", "당신은 자격이 안 된다"라며 김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회원은 김 위원장을 향해 "집에 부모님 있냐. 그 부모님이 나이 들면 상당히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겠냐"며 "부모님 보고 이제 나이가 많이 들었으니까 밖에도 나가지 말고 집에만 있으라, 투표하지 말고 빨리 죽으란 얘기랑 똑같다. 그게 어른들 심정"이라며 김 위원장을 꾸짖었다.

김호일 노인회장은 "내년 4월이 선거이면 혁신위원장이 도움이 돼야 하는데 노인 폄하 발언을 하면 당에 도움이 되는가"라며 "OECD 회원국 중 노인만 특별히 빈곤율이 1위다. 춥고 배고프고 외로워서 자살도 많이 해 자살률 1위다"라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분이 풀리지 않는 듯 김 위원장의 사진을 인쇄한 종이를 들고 뺨이라도 때려야 우리 노인들 분이 풀릴 것 같다. 손찌검하면 안 되니까 사진이라도 뺨을 한 대 때리겠다며 종이 따귀를 날리기도 했다. /용산=송다영 기자
김 회장은 분이 풀리지 않는 듯 김 위원장의 사진을 인쇄한 종이를 들고 "뺨이라도 때려야 우리 노인들 분이 풀릴 것 같다. 손찌검하면 안 되니까 사진이라도 뺨을 한 대 때리겠다"며 '종이 따귀'를 날리기도 했다. /용산=송다영 기자

이어 김 회장은 분이 풀리지 않는 듯 김 위원장의 사진을 인쇄한 종이를 들고 "뺨이라도 때려야 우리 노인들 분이 풀릴 것 같다. 손찌검하면 안 되니까 사진이라도 뺨을 한 대 때리겠다"며 '종이 따귀'를 날리기도 했다. "정신 차려라"라며 여러 차례 김 위원장의 사진을 내리친 김 회장은 "진정성을 갖고 사과도 하고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라"고 경고했다. 노인회를 나온 김 위원장은 논란에 거듭 사과하며 눈물을 글썽이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재명 대표가 휴가를 떠난 사이 발생한 혁신위의 '돌발 사고'에 박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까지 나서 논란 진화에 나섰으나, 당 안팎으로 비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가 당 쇄신이 아니라 당의 '또 다른 리스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어서다. 또 김 위원장이 앞서 초선 의원들과의 소통 부족을 '코로나 학력 저하' 현상에 비유하는 등 실언을 거듭하고 있는 것도 혁신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이유로 꼽힌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노인 폄하' 논란 이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세가 약한 노인층 표심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며 김 위원장의 사퇴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자기 정치를 했다고 본다. 혁신위원장이 안 해도 될 일을 굳이 사서 하다가 이렇게 문제가 됐다"며 "이제 공개 일정을 멈춰야 한다"라고 김 위원장을 비판했다.

한 중진 의원도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은 혁신위 내에서 계속 설화가 있지 않았나. 그런 위원장이 앞으로 뭘 할 수 있겠나"라며 "상황이 이런데도 계속해서 전국을 돌며 당비를 쓰고 다니는데 혁신위가 전국을 왜 도나.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당을 어지럽히고 있다"라며 혁신위를 향한 불신을 토로했다.

반면 일부 의원들은 김 위원장이 입장 표명을 했음에도 여권에서 '과한 비난'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엄호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한 재선 의원은 "언론에서 다뤄주니까 (심각하게 보이는 거지) 심각한 것도 아니더라. 유감 표명했으면 됐다고 본다. 대한노인회는 원래 (보수적) 정치조직이다"라고 말했고, 한 중진 의원도 "김 위원장이 젊은 청년들을 응원하려다 보니 발언이 과했던 것 같아 아쉬움은 있으나, 내용의 행간은 썩 나쁜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라며 "전문을 보면 김 위원장도 '민주주의 국가에서 상식에 안 맞는 이야기'라고 대전제를 뒀는데 곡해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인 비하 발언 논란에 휩싸인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3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를 방문해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에게 사과 후 면담을 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노인 비하 발언 논란에 휩싸인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3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를 방문해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에게 사과 후 면담을 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한편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70세 이상 연령층의 지지도가 이전보다 더 하락한 11%를 기록했다.

전국지표조사(NBS)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은 70세 이상 연령층의 지지도가 2주 전 17%에서 6%포인트 하락한 11%를 기록했다. 같은 연령층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56%였다.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2%, 민주당 23%로 집계됐다.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응답률은 18.1%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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