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비주류 중심으로 포용론 대두...안철수 "많은 사람을 포용하는 쪽이 선거 승리"
국민의힘이 유승민(사진)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도층 확장이 필요하지만,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에 대한 당내 평가가 갈리면서다. /뉴시스 |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정치권이 내년 총선 모드에 돌입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중도층의 지지가 큰 이들을 포용해야 하지만 당 주류인 친윤계는 이들에 대한 불만과 우려가 강하다.
유 전 의원은 연일 정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는 대선 경선 과정부터 윤석열 대통령과 각을 세워왔다. 유 전 의원은 2일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대통령실이 지금 윤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나, 무슨 명품 쇼핑이 됐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됐든, 오송 참사 같은 안타까운 비극이든, 이번에 또 서울-양평 고속도로 문제 등 이런 문제에 대해, 또 아까 풍수 관상가가 대통령 관저를 선정하는 데 (개입한) 이런 잘못된 문제로 국민이 굉장히 이상하게 생각하고 의혹을 갖고 있는 문제가 있으면 그냥 입을 꾹 닫아버리고 선택적으로 침묵을 해버린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도 "대통령이 자기한테 불리하거나 (자신이) 잘못한 문제는 국민 앞에 떳떳하게 나서서 이야기를 못 하고 선택적인 침묵을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윤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장모 의혹과 관련해) 틀린 이야기를 했다. '장모는 사기를 당한 피해자다, 남에게 피해를 준 적 없다'고 했다"며 "결과적으로 불법이 드러났으니, 국민들에게 '죄송하다. 앞으로는 대통령 친인척과 관련된 불법·부패는 없도록 하고 성역 없이 수사받도록 하겠다' 정도의 이야기는 해야 할 것 아닌가. 입장을 안 밝히는 게 이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워낙 찍혀서 공천을 주겠나"라며 "공천을 구걸할 생각도 전혀 없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신당 창당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유 전 의원이 앞서 '개혁보수'를 내세워 창당한 제3당이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에서 신당 창당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교권 회복 논의가 학생에 대한 체벌을 부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준석 전 대표 유튜브 갈무리 |
이 전 대표도 최근 유튜브 채널 '여의도 재건축 조합'을 개설하고 활동 반경을 넓히며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에 나섰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를 받기 전까지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다. 이 전 대표도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을 꾸준히 이어왔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서이초 사건을 두고 국민의힘이 학생인권조례를 개정하려고 하자 페이스북에 "제발 이성을 되찾고 악성 민원인을 퇴치할 현실적인 방법들을 제시하자"고 비판했다.
대통령 관저 풍수 전문가 논란에 대해서도 "공적인 판단을 하는데 풍수나 관상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위험하다. 앞으로는 그런 우려가 없도록 하겠다고 하는 것이 맞다"며 "풍수를 쉴드치면서 오염수 문제를 '과학'으로 받아치는 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혹에 대한 여당의 해명에 대해서도 "집권 여당에서 공식 논평으로 나온 것이 맞느냐"며 "이 해명(같지 않은 해명)을 왜 당사자인 대통령실이 아니라 여당에서 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대표적인 '비윤계' 두 인사가 몸집을 키우는 사이 당내에서는 비주류 인사들을 중심으로 '원팀'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은 안철수 의원은 지난 1일 YTN '뉴스 라이브'에서 "(유 전 의원·이 전 대표 등) 많은 사람들을 포용하는 쪽이 (선거에서) 이기는 것은 맞는데 정도의 문제가 있다"면서도 "어느 정도는 원팀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내부에서 분란이 일어나 공천 파동이 일어나고 당 대표가 다른 곳으로 그냥 가버린다든지 하는 모습들 때문에 국민들이 실망하는 것"이라며 "그런 모습 없이 똘똘 뭉칠 수 있도록 미리 의사소통하면서 원팀이 되는 쪽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 30일 징계가 결정된 뒤 페이스북에 "모두 힘을 합쳐도 어려운 판에 나까지 내치고도 총선이 괜찮을까?"라며 "나는 총선에서 쳐냈지만, 이준석도 안고 유승민도 안고 가거라. 가뜩이나 허약한 지지층"이라고 썼다. 홍 시장은 앞서 '수해 골프' 논란으로 당원권 정지 10개월 징계를 받았다. 홍 시장은 지난 4월 김기현 대표와 공개적으로 부딪히며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되기도 했다.
당내 시선은 곱지 않다. 그러면서도 내부 갈등으로 비치는 것에 경계하며 '관심을 주지 말자'는 기류가 강하다. 친윤계가 주류로 자리잡으며 당이 안정됐다는 점에서 굳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총선을 앞두고 내부 갈등을 일으켜서 좋을 것 없다"면서 유 전 의원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부터 권력을 비판하면서 존재감을 키우던 분"이라면서 평가절하했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공천관리위원회가 꾸려지기도 전에 공천과 관련된 이야기하는 건 시기상조"라면서도 "(유 전 의원이나 이 전 대표가) 언급되는 것 자체가 당에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는 여당의 약점으로 꼽히는 청년·수도권·중도층에서 지지가 크다. 당 지도부로서 무시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이 전 대표는 대선 당시 '이대남(20대 남성)'의 압도적인 지지를 끌어와 대선 승리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 전 의원 최근 범보수 진영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 29~31일 실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유 전 의원은 한 장관과 지지율 20%로 1위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5%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다만 보수층을 한정으로 한 조사에서 유 전 의원은 9%로 뚝 떨어진다. 한 장관은 36%로 1위를 차지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며 향후 이들의 공천 여부도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의 경우 험지인 서울 노원병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의 경우 핵심 지역인 TK(대구·경북)에서 4선 의원을 지냈으며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 후보에 도전장을 냈으나 당내 경선에서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에 패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