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카드' 방송 장악 서막일까, 방송 정상화 수순일까
입력: 2023.08.03 00:00 / 수정: 2023.08.03 00:00

야권·언론단체, 이동관 전력에 '언론 장악 시즌2' 우려
여권 "文정부 시절 민노총 노조에 장악된 방송 정상화"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에 지명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1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인근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에 지명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1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인근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을 지명한 이후 찬반 논쟁이 뜨겁다. 야권과 언론단체 등은 '방송 장악'을 위한 인사라며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반면 대통령실과 여권은 '방송 정상화'를 위한 적임자라며 추켜세우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린 가운데 이동관 후보자는 방송 장악 우려에 선을 그었다. 다만 특정 진영의 기관지 같은 언론,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에 대해선 조치를 취할 것을 예고했다.

◆이동관 "공정한 미디어 생태계 복원" 강조

이 후보자는 지난 1일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정부과천청사 인근에 마련된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언론 장악 논란에 대해 "언론은 장악될 수도 없고, 또 장악해서도 안 된다"면서도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뒤따라야 된다. 무책임하게 가짜뉴스를 퍼 나른다든가 특정 진영의 정파적인 이해에 바탕한 논리나 주장을 무책임하게 전달하는 것은 언론의 영역에서 이탈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과거 선전·선동을 굉장히 능수능란하게 했던 공산당의 신문이나 방송을 저희가 언론이라고 얘기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에도 공산당의 신문이나 방송과 같은 매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자는 '소위 기관지 같은 언론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언론이 그런 언론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국민들이 판단하고, 본인들이 잘 아시리라고 생각한다"고 특정 매체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앞서 지난달 28일 후보자 지명 당시 이 후보자는 '공정한 미디어 생태계의 복원'을 강조했다. 그의 발언을 종합하면 언론을 장악할 수는 없지만 공산당 기관지 같은 역할을 하는 언론이라 볼 수 없는 매체가 국내에 있고, 그런 매체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이동관 방통위원장 지명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뉴시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이동관 방통위원장 지명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뉴시스

당장 야당은 이 후보자가 언론을 검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결국 언론의 구체적인 행태를 검열하겠다는 입장으로 들린다"며 "이 후보자의 그런 발언 자체가 방통위원장으로서 부적절한 임명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명박 정권 입맛에 맞는 것만 취사선택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것으로 포장했던 '언론고문 기술자'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라며 "오직 윤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보도만 해야 하고, 그것에서 벗어나면 공산당 기관지로 취급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강 대변인은 2009년 7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에서 '앞으로 어떤 정권도 방송을 장악할 수 있다. 언론을 장악할 수 있다고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생각한다'고 한 발언을 거론하면서 "이 후보자에게서 2차 언론 장악 시도에 임하는 결기까지 느껴진다"며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야권 "이동관 유체이탈 자기소개, 앞뒤 안 맞는 어불성설"

김가영 정의당 부대변인도 "인사청문회에 입장도 하기 전부터 언론 장악을 시도하는 후보자의 유체이탈 자기소개에 국민은 '그 정권에 그 후보자'라는 생각만 떠오른다"며 "언론은 장악될 수도 없고 장악해서도 안 되는 영역이라고 말하면서 '공정한 미디어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는 후보자의 말이야말로 앞뒤 맞지 않는 어불성설, 논리 없는 선전선동"이라고 꼬집었다.

야당은 '언론은 장악될 수 없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 후보자의 말과 달리 이명박 정부에서 언론 장악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 정황이 있어 이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이 될 경우 '2차 언론 장악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후보자가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재직하던 시기 국가정보원이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KBS와 MBC 등 언론을 통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문건으로 만들었고, 실행도 했기 때문에 또다시 그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1차 언론 장악 시도는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보고서에 그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또한 뉴스타파가 지난해 4월 대통령기록관에서 비밀 해제된 이명박 대통령 기록물 35만 건을 취재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이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홍보수석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정권에 불리한 이른바 '문제 보도'를 분류해 정리하고, 해당 보도가 방송되지 않도록 '조치'하거나, 당시 대통령 부인인 김윤옥 여사의 개인 일정과 동정은 방송에 나가도록 관리한 '조치 결과'까지 담긴 '문제 보도 조치 문건' 수십 건을 생산하기도 했다.

이에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 등 7개 언론 현업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자가 이명박 정권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 등으로 있던 4년, 청와대는 국정원과 경찰 등을 동원해 언론계를 불법 사찰하고 비판적 보도를 틀어막았으며 방송사 인사에 노골적으로 개입했다"며 "이런 반헌법적 인물을 방통위 수장으로 앉히겠다는 것은 윤 대통령이 국민과 언론을 짓밟고 가겠다는 전쟁 선언"이라고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여권 "방송 장악은 문재인 정권에서 자행"

반면 윤 대통령은 국회에 제출한 이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에서 "이 후보자는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확립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고, 정상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이 후보자가 그 역할을 수행할 적임자라는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후보자 지명에 대해 민주당과 민주노총 언론노조 등이 '방송 장악', '언론 통제' 운운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돈 남 말' 정당이 사돈 남 말을 하고 있다"며 "이렇게 극렬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뻔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민노총 노조에 장악되어 '노영 방송'이 되어버린 공영방송을 정상화한다고 하니, 민노총 노조 지배 기득권이 무너질까 봐, 민주당과의 공고한 카르텔에 금이 갈까 봐 두려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의장은 "방송 장악은 문재인 정권에서 자행된 것이다. 방송 장악 문건을 만들고 KBS 고대영 전 사장을 몰아내고 MBC 김장겸 전 사장을 내쫓고, '방송 적폐청산'이란 이름으로 방송 농단을 자행한 장본인들이 방송 장악을 운운하는 현실, 개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방송통신업무를 총괄하는 수장으로서 이 후보자는 공영방송을 정상화해서 '국민을 위한 방송'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소감을 밝힌 뒤 기자들과 인사하는 모습. /뉴시스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소감을 밝힌 뒤 기자들과 인사하는 모습. /뉴시스

방송 장악 논쟁은 정권 교체기마다 나왔던 새로울 게 없는 이슈라는 분석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정권이 바뀌고 방통위원장을 임명할 때마다 야당은 '방송 장악'을 이야기하고, 여당은 '방송 정상화'를 이야기하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며 "방송의 영향력 때문에 양측이 첨예하기 부딪히고 있는데, 이전 정권에서도 있었던 논쟁이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그간의 윤 대통령 인사 스타일을 고려하면 야권과 언론단체 등의 반발에도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인사권자인 윤 대통령은 지금 방송이 공정하지 않고, 특히 KBS·MBC는 심각하게 편향돼 있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 후보자가 편향된 공영방송을 정상화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확신하고 있다"며 "그 시각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국민이 판단할 문제다.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게 사실이지만, 윤 대통령이 정말 방송의 공정성을 위해서 발탁했다는 것을 이 후보자가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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