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량 기준' 조세 역진성 지적
세제 개편시 한미FTA 조항 위반 가능성도
대통령실은 1일부터 오는 21일까지 현행 '배기량 중심 자동차 재산기준'에 대한 개선 방안과 관련해 국민 의견을 모은다고 밝혔다. / 남용희 기자 |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대통령실은 1일부터 오는 21일까지 3주간 '배기량 중심 자동차 재산기준 개선' 방안에 대한 제4차 국민참여토론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자동차 재산 기준으로 현행 '배기량'이 적절한지, 보다 합리적인 기준이 있을지 의견 수렴에 나선 것이다.
국민참여토론은 '대통령실 국민제안'으로 접수된 여러 제도개선 제안 중 '국민제안심사위원회'가 주제를 선정하고, 토론이 종료되면 부처에 권고안을 제시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앞선 토론 주제는 도서정가제 적용 예외, TV 수신료 징수방식, 집회‧시위 요건 및 제재 강화 등이었다.
자동차 재산기준을 산정할 때 배기량을 기준으로 할 경우 조세 역진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다만 세제 개편시 한미FTA조항 위반 소지도 있다. /대통령실 '국민제안' 누리집 갈무리 |
대통령실은 이번 발제문에서 "자동차세 산정, 기초생활수급자격 선정 등 각종 행정상 기준이 되는 자동차의 재산가치는 배기량을 중심으로 산정하고 있다. 그러나, 차량가액이 낮은 대형차 보유자에게 불합리하고, 배기량이 아예 없는 전기차‧수소차도 증가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다수 제기됐다"고 토론 주제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자동차세(승용차)의 경우, 배기량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면서 차량 용도, 차령(車齡)을 반영한다. 반면 배기량이 없는 수소차와 전기차는 '그 밖의 승용자동차'로 분류해 정액 10만원을 부과하고 있다.
배기량 중심의 자동차 재산기준은 기초생활보장급여 수급자 선정 등에도 반영된다. 가구의 소득인정액을 산정할 때 일반재산의 소득환산율(월 4.17%)을 적용하는 승용차는 배기량 1600cc 미만으로 차령, 가액, 용도를 종합해 결정하는 식이다. 생계를 위해 대형차를 빌렸다가 수급자격이 박탈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이유다. 이에 자동차세를 배기량이 아닌 차량가액과 운행거리에 따라 부과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국민 제안이 접수됐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다만 자동차세 세제를 개편할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과 어긋날 가능성이 있다. 한미 FTA에는 "대한민국이 차종별 세율 차이를 확대하기 위해 배기량 기준에 기초한 새로운 조세를 채택하거나 기존의 조세를 수정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그동안 자동차세제 기준을 바꾸는 세법 개정안이 여러 번 발의됐지만 한미FTA협정 위반이 우려된다며 번번히 무산돼왔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기술과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데 비해 자동차 행정기준은 1990년대에 머물러 있다"면서 "자동차세나 기초생활수급자격뿐만 아니라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지원 등 여러 제도에서도 활용 중인 배기량 중심의 자동차 재산기준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