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회 보좌직원 군사기밀 유출 의혹으로 '술렁'
'체포동의안 기명투표' 전환 두고 일부 비명계 반발
지난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원희룡(사진) 국토교통부 장관과 야당 의원들이 '양평~서울 고속도로' 사업과 관련해 설전을 벌였다. /이새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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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거짓 선동' '이재명 지시' vs '제1야당 대표가 친구냐' 고성 오간 국토위
-지난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야당 의원들의 설전이 이어졌지. 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을 받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과 관련해 사실을 밝히자는 취지로 열린 현안질의 자리였는데 본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듯 해.
-원 장관의 이날 질의 단골 대사는 '거짓 선동'이었어. 원 장관은 야당 의원들이 질의 전 장관의 태도에 대해 사과가 먼저라며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자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것은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난데없이 이 특혜 의혹을 들고나왔기 때문"이라며 "이후 이재명 대표가 이 부분에 대해 TF(태스크포스)까지 만들어 가면서 사실상 지시했다. 과연 괴담인지 아닌지도 제가 밝힐 것이고, 사과를 한다면 거짓 선동으로 몰고 왔던 민주당 전·현 대표 두 분부터 해야 한다"며 사과를 거부했어.
-민주당 의원들과 원 장관의 신경전은 계속됐어. 원 장관은 민주당을 겨냥해 "정치적 목적이 있다, 거짓 선동으로 그동안 여러 번 재미를 보지 않았느냐"며 "이번에도 이해찬, 이재명의 지시에 의해 작동되는구나(라는 생각)"이라고 말했어. 민주당 의원들은 "제1야당 대표가 친구냐", "(우리가) 김기현 대표 이름을 마구 불러도 되느냐" "이재명이 뭐냐"라며 고성으로 원 장관에게 강하게 항의해 회의장이 소란해지기도 했어.
-원 장관이 김 여사 관련 특혜 의혹은 거짓이라며 열심히 엄호하고 있다 보니, 여당 의원들은 든든하게(?) 느끼는지 격려도 잊지 않더라고. 오후 2시 40분 오후 질의를 속개하며 들어온 여당 소속 국토위원들은 회의장에 들어서자마자 "원 장관 식사하셨냐?" "많이 힘들지 않나"라며 원 장관을 챙기더라고. 원 장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어.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평고속도로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과 관련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을 거세게 몰아붙여 눈길을 끌었다. /더팩트 DB |
-오후 질의에서는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김 여사 일가 땅이 '수변구역'이라 개발이 어렵다고 말한 원 장관의 오전 질의 답변을 "틀린 말"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했어. 이 의원은 대형 로펌 변호사 출신이야.
-이 의원은 구체적인 법 조항을 들면서 "주거용 지구 단위 계약으로 지정되면 수변 계약도 해제된다. 아파트 개발도 가능하다. 입안권자는 양평군수"라며 "관리지역은 국토 계획법상 보전과 계획을 함께할 수 있는 지역"이라고 했어. 원 장관은 "관련 법문은 처음 본다"면서도 이 의원이 질의를 하는 중간 "현장은 가 보셨냐"며 굽히지 않는 태도를 보였어.
-이 의원은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가 막대한 개발이익을 남긴 공흥지구에 이어 양평고속도로 인근 땅에서도 수익을 남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지. 이에 원 장관은 "(개발 불가하다고) 이미 상당 부분 답변을 드렸다"고 하자 이 의원은 "개발이 불가능한 땅이면 나중에 헐값에 팔지 왜 계속 샀냐. 교통 호재가 생길 때마다 매입하지 않았느냐"며 "쓰레기 땅이라면 왜 샀느냐"고 되물었어. 원 장관은 이 의원 질의 때 상당히 당황한 태도를 보이더라고. 원 장관 뒤에 앉아 회의에 함께 참여했던 일부 공무원들은 이 의원 질의 때 다리를 떨면서 다소 초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어.
국회 전직 보좌관이 군사 기밀을 수집·유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정치권 안팎이 술렁이고 있다. /더팩트DB |
◆국회 보좌관 '간첩 논란'…현직 보좌진 반응은?
-국회가 간첩 논란으로 시끄럽다는데 어떻게 된 일이야?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근무했던 한 보좌관이 국가보안법 및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방첩당국의 내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알려졌어. 해당 보좌관은 2020년부터 2023년 3월까지 설 의원실에서 근무했다고 하는데, 그 당시 군 당국으로부터 수집한 군사기밀을 일부 유출한 것으로 전해져.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이번 논란을 '이적행위'로 간주하고 민주당의 대국민 사과와 민주당 보좌진에 대한 자체 전수조사를 요구했어. 그뿐 아니라 민주당 지도부가 현재 국방위원회에 소속돼 있는 설 의원을 배제해야 한다고 촉구했지. 국민의힘 국방위·정보위 소속 의원들은 지난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어. 이들은 논란의 보좌관이 '2급 비밀취급 인가증'을 이용해 700여 건의 군사기밀을 수집하고 이를 일부 유출했다고 주장했어. 또 극비사항인 '참수 작전'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강조했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8일 전직 국회 보좌 직원의 군사기밀 유출 논란과 관련해 "민주당은 '공안탄압', '종북몰이'와 같은 싸구려 면피를 시도할 생각은 하지 마라"며 으름장을 놨다. /이새롬 기자 |
-사실이라면 파장이 만만치 않겠네. 국회 보좌진 반응이 궁금한데?
-그렇지 않아도 여야 보좌진 몇몇을 만나서 이번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어. 한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관련 소식을 듣고 무척 놀랐다고 하더라고. 특히 군사 기밀을 수집·유출했다고 알려진 기간과 횟수를 언급하며 "사실이라면 대범하다"고 했어. 그러면서 "실제로 군사 기밀이 유출된 게 맞는다면, 국회 보좌진의 정당한 정보 접근성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 같다"며 걱정하는 눈치였어.
-반대로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사실관계 파악과 수사 결과가 우선"이라고 말했어. 아직은 내사 단계로 섣불리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거지. 특히 여당이 또 '종북 프레임'을 들고나왔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어. 국민의힘은 앞선 기자회견에서 "해외에서 북한 인사를 접촉하고 북한에 난수표를 보고했던 윤미향 의원 전 보좌관에 이어 두 번째 국가보안법 위반 사례"라며 "이번 사건은 민주당의 전반적 분위기가 친북·종북으로 심각하게 기울어져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거든.
-이번 논란은 여야의 정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짙어 보여.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8일 페이스북에 '종북세력의 탁란정치, 민주당은 직시하십시오'라는 제목으로 "민주당은 '공안탄압' '종북몰이'와 같은 싸구려 면피를 시도할 생각은 하지 말라"며 "이제까지 종북세력은 지금 민주당이 보여주는 것과 같은 그 비겁함을 먹고 자라왔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4일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을 기명투표로 전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일부 비(非)이재명계 의원들은 일명 '수박'(비명계를 비난하는 은어) 색출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민주, 또 계파 충돌?…체포동의안 기명 표결 이견 표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4일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본회의 표결과 관련해 기명 투표 필요성을 거론한 이후 일부 '비명계'(비이재명)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어.
-이 문제로 내부가 좀 어수선한 모습이야. 지난 21일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을 무기명에서 기명 방식으로 바꾸자고 제안한 데 대해 이 대표가 힘을 실어준 것이야. 혁신위는 기명 투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로 표결권을 가진 국회의원의 책임 강화와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들었어.
-체포동의안 기명 투표는 법을 개정해야 하는 부분인데?
-맞아. 무기명 투표는 국회법 제112조 '대통령으로부터 환부된 법률안과 기타 인사에 관한 안건은 무기명 투표로 표결한다'는 내용에 따른 것이야. 체포동의안도 인사 관련 사항이기에 무기명 투표의 표결 절차를 거쳐 가부가 결정돼.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지도부가 입법에 대해 논의하는 단계는 아니라고 해.
민주당 혁신위원회가 지난 21일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방식을 무기명에서 기명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당 일각에서 반대 의견이 나온다. 사진은 김은경 혁신위원장. /뉴시스 |
-그렇더라도 이 대표가 혁신위 제안에 호응한 만큼 민주당이 체포동의안 표결 방식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아직 불투명해. 민주당 내부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야. 비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 비명계는 기명 투표에 관해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어.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 기명 투표일 경우 비명계가 이 대표의 열성 지지자들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거야.
-계파색이 옅은 민주당 한 의원은 최근 "진통 끝에 우리(의원들)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한 데 대해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고, 무엇보다 자유로운 의사 결정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했어. 욕설이 가득한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받으면 정신적으로 타격이 크다고도 했어. 민주당 한 원내 관계자는 "기명 투표의 실익이 무기명 투표보다 현저히 클지 의문"이라면서 법 개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어.
-실제 '수박'(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비명계를 비난하는 은어) 찾기 논쟁이 뜨거웠어. 지난 2월 27일 부결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 민주당에서 30여 명이 이탈한 것으로 추정된 게 발단이었어. 이후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은 이탈한 의원들을 색출하는 작업에 나서 논란이 됐어.
- 체포동의안 기명 투표에 대해 이견이 있는 당론으로 채택될 가능성은 작아 보여.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지난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다시 청구될 것이 두려워 야당에서 이탈표가 나오지 않도록 의원들의 표결을 감시하는 장치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했어. 민주당 지도부의 고심이 깊지 않을까 싶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