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기각됐다. 여당은 "처음부터 정쟁이 목적인 탄핵"이라며 야당을 직격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 등 당 지도부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2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가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다. 여당은 "처음부터 근거가 없고 정쟁을 위한 과장된 탄핵소추였다"며 역공에 나섰다. 야당은 헌재의 결정에 유감을 표하며 "이 장관이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라고 '이상민 책임론'에 대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더불어민주당은 참사를 정쟁으로 몰고 가기 위해 다수당의 힘으로 탄핵소추를 추진했다. 행안부라는 재난 안전의 책임부서가 사실상 6개월이나 정지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민주당이 오롯이 책임져야 한다"고 날을 세워다.

그는 "국민께서 보셨듯 민주당은 정쟁을 위해서, 선거를 위해서라면 국민 참사까지도 이용하고 있다"며 "오늘 헌재의 탄핵 기각 전원 만장일치 결정을 보며 국민께서 민주당을 엄중히 심판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어 유 수석대변인은 야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를 강행하려는 것에 대해 "이태원 특별법이라는 게 소위 조사기구가 조사권에 이어 소추 의견까지 제시하는 초법적 강행기구"라며 "오늘 헌재 결정은 재난에 대비한 이 장관의 대처가 일부 품위 손상이 있을 수 있지만, 법률 위반은 아니라고 확인해 준 것으로 별도의 특별법을 추진하는 건 모순이다. 민주당의 무리한 입법 추진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정치적 책임이 남았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선 "탄핵소추 자체가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이며 전제조건으로서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이 필요한 것"이라며 "(헌재의 결정은)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도 "국민 피해만 가중한 민주당의 습관적 '탄핵병', 이제는 국민심판으로 죗값을 치러야 한다"라며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이 없었고, '성실 의무 위반'에 있어 '고의성'이 없는 것이 명백하였기에 애당초 이번 탄핵 심판은 탄핵 사유조차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헌법재판관 9명 전원이 '기각' 결정을 내렸으니, 얼마나 허무맹랑한 탄핵소추였는지도 여실히 드러났다"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주무 장관이 사퇴해야 한다면 제대로 된 국정운영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참사를 정쟁의 수단으로 삼아 거대 의석수를 무기로 헌정사상 최초로 장관 탄핵까지 밀어붙였다. 그로 인해 행안부 주요 업무가 사실상 멈춰 섰다"며 "장관의 부재로 재난안전관리·지방분권 정책 등 주요 현안들이 지연됐고, 예산안 편성·인사 문제 등 산적해 있는 행정업무도 속도를 내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행안부 장관의 장기 공백은 이번 수해 피해와 같은 재해와 재난을 예방하고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행안부 본연의 업무에 큰 지장을 초래했다"며 재난의 책임을 돌렸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 기각 결정을 두고 시민사회는 강하게 비판했다.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장윤석 인턴기자

야당은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이 장관이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충남 부여에서 수해 복구 봉사활동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관련된 질문에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헌재 결정으로 파면에 이르지 않지만, 이 장관이 책임져야 할 일은 분명히 있다. 행안부 장관이 탄핵당하지 않았다고 모든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게 판결문에도 나와 있고 국민 일반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도 이태원 참사에 대해 누구도 사과하지 않는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제1책무고 행안부 장관은 그 일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굉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직책이다. 지금이라도 희생자들에게 사과하고 반성하고 국민 생명 안전을 지키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다짐을 국민 앞에 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실이 탄핵소추에 대해 "반헌법적 행태이며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한 데에 대해서는 "탄핵심판 청구는 헌법에 보장된 제도"라며 "기각됐다고 추진이 반헌법적 작태라고 한다면 헌법에 규정된 어떠한 행위도 국회가 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헌재에 유감을 표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159명이 사망한 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해 참사 후 270일 지난 오늘까지도 윤석열 정부의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부끄러운 역사를 남겼다"며 "헌재 판결로 이 장관 탄핵이 기각됐지만, 이것이 윤석열 정부와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에서 보여준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해 예방과 국민 보호 의무를 방기하고, 참사 이후에도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작태를 보인 이 장관에 대한 국민적, 역사적 심판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그들만의 리그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 장관 자리를 이어갈 수는 있겠지만, 국민의 삶과 안전을 책임지는 행안부 장관으로서 자격과 국민적 인정은 이미 상실했음을 알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말의 양심과 책임감이 있다면 자신의 거취에 대해 스스로 판단해 준엄한 민심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도 다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헌재 앞에서 판결을 기다린 유가족협의회 등은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원 참사 최고 책임자임에도 어떠한 책임도 인정하지 않은 행안부 장관에게 면죄부를 줬다"며 "헌재는 스스로 존재 가치를 부정했다. 헌법이 부여한 국가의 책임을 부정해 대한민국이 무정부 상태임을 확인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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