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일체형확장억제 체제' 구축 속도
"북핵 위협에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
한미 정상이 합의한 양측의 핵협의그룹 출범회의가 18일 개최했다. 이를 통해 '일체형 확장억제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특히 북한의 핵 공격 시 미국의 압도적이고 결정적인 대응 방침을 강조했다.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핵협의그룹 출범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조태용 국가안보실 실장(오른쪽), 커트 캠벨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왼쪽). /대통령실 제공 |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북측이 핵을 사용하게 되면 미국의 대응은 압도적인 것이 될 것이다."
대북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상설협의체인 한미 핵협의그룹(NCG, Nuclear Consulting Group)이 18일 첫발을 뗐다. 양측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하고 '일체형 확장억제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기로 뜻을 모았다. 이를 위해 양국이 정보를 수시로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망 구축 등 정보공유와 협의체계를 구체화하고 실행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 4월 한미 정상이 합의한 NCG가 궤도에 오르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출범 이후 주창해온 자유민주주의 진영 중심의 '가치 외교' 실행 방안이 한층 가시화할 전망이다.
한미 고위급 안보그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5시간 넘게 NCG 출범회의를 진행했다. 미국에서만 전략사령부, 펜타곤, 국무성, 백악관 등 30여 명의 핵심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양측은 핵억제를 위해 필요한 모든 요소를 점검하면서 북한의 핵 공격시 미국의 '즉각적이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이 있을 것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회의 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북핵 위협에 대한 분명한 공동 대응 방침을 밝혔다. 김 차장은 "미 측은 북한이 한국을 핵 공격할 경우 즉각적이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조치를 함께 취할 것이며, 이는 북한 정권의 종말로 이어진다는 결연함을 보여줬다"면서 "우리 측은 이러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커트 캠벨 미국 NSC 인도태평양조정관도 "핵 억제만큼이나 (한미 동맹이) 분명한 신뢰를 갖고 능력을 확신하고 있는 것도 없다"고 했다. 특히 그는 '한반도 분쟁 발생했을 경우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의지가 있나'라는 질의에 "가정에 답변하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도 미국의 핵 관련 지침은 북측이 핵을 사용하게 되면 이것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압도적인 것이 될 것이라는 것"이라며 "양국 공동발표문에도 그런 분명한 의지가 선포됐다"고 답했다.
캠벨 조정관은 또 이번 1차 회의에 미국 측 전문가 30여 명이 참여하고, 회의 당일 핵 공격이 가능한 전략핵잠수함(SSBN)이 42년 만에 한국에 기항한 것을 언급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핵 억제를 우리가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신뢰할 만하게 유지하기를 원한다는 분명한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차장도 '북핵 위협 증가에 따른 한국의 자체 핵무장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한미 공동 북핵 대응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별도의 핵무장을 고려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충분하고도 확실한 한미 확장억제가 가능할 것이란 확신이 오늘 들었다"고 답했다.
한미 양측은 또 핵과 재래식 전력에 대한 정보 공유를 함께하는 한편 한미 정상 간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체계와 절차를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이와 관련, 이날 회의에서는 필요한 정보를 수시로 보안망으로 교환하고 의제를 수시로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망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기획 및 핵 태세에 대한 검토 △미국 핵 작전에 대한 한국의 비핵전력 지원을 위한 공동기획과 실행방안 △미국 핵 전략자산 정례 배치를 통한 전략 메시지 주기적 발신 △위기관리 계획 등을 구체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NCG가 중심이 돼 한미 간시뮬레이션 훈련 등을 여러 번 실시하고, 핵에 대한 전문성 강화를 위해 한국 전문가들을 미국에 파견해 교육 훈련을 병행하는 프로그램도 병행하기로 했다. NCG는 고위급·실무급 회의를 분기별로 번갈아 개최하면서 합의사항을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양측은 향후 수개월 내 진전된 사항을 한미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2차 고위급 회의는 올해 연말 미국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해외 순방 일정을 연장해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국내 수해 발생 등 순방 기간 연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가치 외교' 차원에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현지시간) 키이우 성 소피아 대성당을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는 윤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
한미 NCG가 닻을 올리면서 윤 대통령의 '가치 외교'가 한층 가시화된 모습이다. NCG는 지난 4월 한미 정상이 '워싱턴 선언'에서 합의해 구성된 것으로, 핵은 물론 재래식무기, 통신, 정보, 군사, 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북한의 위협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상설 협의체다. 대북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자유 민주주의 진영의 한미 동맹이 손을 맞잡은 것이다.
캠벨 조정관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NCG라고 하는 것이 미국 외교에서 냉전 초기 이후 거의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강조하며 "현재 북핵 위협의 심각한 도전을 인정하고 있다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최근 국내 수해 발생에도 불구하고 해외 순방 기간을 연장해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것도 '가치 외교'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러시아 군이 퇴각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민간 거주지역 곳곳에 매설한 지뢰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일상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었다"면서 "자유와 인권을 사랑하는 국민들도 지지하고 동참해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