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총서 불체포특권 포기 결정…'정당한 수사' 기준은 '국민 여론'
18일 더불어민주당이 당내 혁신기구 '김은경 혁신위'가 제안한 '불체포특권 포기'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혁신위는 의원들의 불체포특권 포기 결정을 두고 앞으로의 '실천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8일 당내 혁신기구 '김은경 혁신위'가 제안한 '불체포특권 포기'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검찰의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서는 체포동의안 무기명 투표 가결로 당의 도덕성을 회복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두고 여당에서는 '껍데기 혁신안'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혁신위는 의원들의 불체포특권 포기 결정을 두고 앞으로의 '실천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 본관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불체포특권을 포기한다는 의원들의 총의를 모았다고 밝혔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의원들이 전체적으로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서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혁신위의 1호 쇄신안인 '의원 전원 불체포특권 포기 및 가결 당론 채택'에 동의한 것은 혁신위의 제안 이후 약 4주 만이다.
민주당은 앞서 지난 13일 의원총회에서 혁신위 쇄신안을 추인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이 불체포특권 포기에 대한 반대를 표해 의결이 불발됐다.
5일 만의 재논의에 박광온 원내대표는 13일 의총에 이어 이날 의총 모두 발언에서도 "윤리 정당을 회복하도록 정당한 영장 청구에는 불체포특권을 내려놓는다는 선언을 모두가 추인해달라"며 의원들의 불체포특권 포기를 요청했다.
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정당의 '도덕성 회복'을 위해 불체포특권 포기라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변인은 "의원들과 원내지도부가 별도로 논의했고, 헌법적 의미에 대해선 강조하지만, 국민이 민주당에 대해서 가진 기대, 민주당이 회복해야 할 도덕적 정당이라는 위치 등을 고려해 결의를 수용하기로 했다"며 반대를 표한 의원은 없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18일 의총 이후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지만, '정당한 영장 청구'일 경우라는 조건을 달아 '반쪽짜리'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민주당 의총 모습. /이새롬 기자 |
다만 '정당한 영장 청구'일 경우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조건'이 붙은 것을 두고는 '반쪽짜리 쇄신'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윤관석·이성만·노웅래 등)은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하나같이 '부당한 검찰 수사'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세 의원은 모두 체포동의안 부결이라는 결과를 받아낸 덕분에 구속을 피할 수 있었다. 때문에 불체포특권 포기 결정 이후에도 체포동의안을 받은 의원이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강조해 부결을 호소할 가능성이 있다.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기준에 대해 김 원내대변인은 '여론'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꼽았다. 그는 "국민이 볼 때 특별히 이례적으로 부당한 영장 청구라 판단하지 않으면, 불체포특권을 내려놔야 하지 않나 판단한다"며 "향후 검찰의 영장 청구가 있을 때 정당성 여부는 여론으로 어렵지 않게 판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원들의 결정은 당초 혁신위가 제안한 '의원 전원 불체포특권 포기 및 가결 당론 채택'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관해 김 원내대변인은 "공식적인 추인 절차를 거치진 않았지만, 반대하던 의원들도 의견을 일정 부분 거뒀기 때문에 당론 결정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형식"이라고 해명했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의원들의 눈높이가 아니라 국민들의 눈높이를 1순위에 두고 당을 혁신해야 한다. 지금 당에는 혁신위의 1호 쇄신안을 받지 않을 명분이 없다"라고 말했다.
김은경 혁신위는 의원들의 결정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의원총회 결의는 검찰의 영장 청구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당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불체포특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며 "민주당의 모든 의원이 불체포특권 포기에 의견을 모은 것은 혁신을 위한 내려놓기의 시작이며 앞으로 실천을 통해 보여줄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혁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에 대해서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당하지 않다는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행사하지 않겠다는 걸로 이해했다"며 "혁신위 쇄신안의 경우 (서명과 당론 채택 등) 구체적 실현 방안에 방점이 있기보다 국회의 '방탄 특권'을 내려놓자는 취지에서 제안한 것이기 때문에 (의원들의 결정이) 혁신위 취지가 전달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18일 민주당의 '조건부' 불체포특권 포기 결정은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사진은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뉴시스 |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조건부' 불체포특권 포기 결정은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그렇게 시간을 질질 끌고서는 돌고 돌아 추인한 안이 고작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단서를 붙인 하나 마나 한 '껍데기 혁신안'이라니 차라리 특권을 포기하기 싫다고 고백하는 편이 낫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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