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이해관계 보다 지역민 생활이 우선
양평군민, 땅값 관계없이 고속도로는 꼭 필요..."백지화 철회해야"
[더팩트ㅣ배정한·윤웅 기자] 경기도 양평 군민들의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수년간 진행되어 온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야당에서 제기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으로 불거지면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논란의 쟁점은 종점의 위치인데, 예비타당성조사(예타)까지 진행된 기존 사업안(이하 원안)은 두물머리와 인접한 양서면이 종점이었습니다. 하지만 국토부에서 지난 5월 제시한 대안노선은(이하 변경안) 종점이 남한강 남쪽에 위치한 강상면으로 바뀌었습니다.
두 종점으로 인한 논란이 미궁에 빠지고 있는 가운데 객관적인 입장에서 어느 곳이 더 타당한지, 실질적 수혜를 받는 곳은 어디인지를 10일과 11일 더팩트 취재진이 현장을 찾아 드론 취재 등을 통해 확인해 봤습니다.
변경안 분기점에서 김건희 여사 일가 부동산 위치까지 남양평 나들목(IC)을 이용하면 5km 이내로 10분이면 이동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
야당의 주장은 국토부에서 제시한 변경안 종점 인근에 김건희 여사 일가의 부동산이 곳곳에 있어 막대한 개발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해당 지역에는 김건희 일가 소유 부동산이 12필지(임야3, 대지7, 토지2) 정도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부동산들은 모두 변경안 종점인 분기점(JCT)을 통해 중부내륙고속도로 남양평 나들목(IC)을 이용하면 5km 이내로 10분이면 이동이 가능한 위치입니다.
고속도로와 맞닿아있는 김건희 여사 일가의 한 토지에는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창고가 있으며, 창고에는 염소와 칠면조 등 가축들도 방치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해당 토지는 지난해 국정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형질변경 과정에서 산지보전법(산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인근 공흥리와 백안리에 있는 대지와 답들도 도로를 끼고 있는 주거 단지에 위치해 있어 고속도로가 완공된다면 교통 편리와 땅값 상승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변경안 종점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은 고속도로 종점이 들어오면 땅값이 조금 오르긴 하겠지만 그것보다는 교통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강상면 부동산 중개업자A : 이쪽에는 그렇게 오르지는 않았어요. 오르긴 올랐죠. (김건희 여사 땅은) 솔직히 말해서 IC 이쪽으로는 땅값이 올라도 시끄럽잖아요. 그런데 (고속도로는) 부동산 땅값 말고도 교통량 때문에 생기는 게 맞아요.]
[강상면 부동산 중개업자B : (고속도로가) 들어온다고 해서 땅값이 100만 원짜리가 200만 원으로 펄쩍 뛰지는 않죠. IC가 들어온다고 해서 IC 근방에는 땅을 못 써요. 차 다니면 실제로는 시끄러워서 못 살아요.]
야당의 주장에 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변경안 종점은 분기점이라 김건희 여사 일가의 부동산이 이익을 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원 장관은 야당의 거짓 선동으로 더 이상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며 고속도로 건설을 백지화할 수도 있다고 엄포하기도 했습니다. 또 여당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동균 전 양평군수의 부동산이 기존 사업안 종점 인근에 있어 '내로남불'이라고 맞불을 놓고 있습니다.
원안의 종점 인근에는 정 전 군수 일가와 친척들의 부동산 14개 필지, 약 3000평의 토지가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또 최근 정 전 군수의 배우자가 종점 인근에 있는 토지를 구매했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종점에서 정 전 군수 일가의 토지까지 직선 거리는 2km이지만 양평IC를 이용해 차량으로 이동하면 약 9km로 15분 정도 소요되는 위치입니다.
원안 종점 분기점에서 정동균 전 양평군수 일가 소유 부동산, 양평IC를 이용해 차량으로 이동하면 약 9km로 15분 정도 소요되는 위치. |
정 전 군수는 "아신리는 우리 조상이 400년을 살았던 전형적인 농촌"이라고 밝히며 "상속받은 땅과 살고 있는 집이 종점 인근에 있기는 하지만 차량 이용 시 산을 넘어 30분가량 소요되는 거리"라고 해명했습니다.
정 전 군수의 해명처럼 토지들은 산을 넘고 톨게이트를 나와서 이동을 한 뒤 왕복 1차선 도로를 이용해야 되는 작은 골짜기 마을에 있어 직접적으로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단정 짓기는 어려운 곳입니다. 정 전 군수 일가의 부동산 가격 인상 효과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서울과 양평을 오가는 교통적 요소로는 상당한 시간 단축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위치입니다.
[양서면 부동산 중계업자C : (땅값은) 그게(고속도로) 들어오고 안 들어오고 거짓말 좀 보태서 거의 더블로 차이가 나죠. (정동균 전 군수 땅은) 그렇게 따지면 다 갖고 있지 안 갖고 있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정치인들의 부동산이 종점 예정지에 있다) 그런 것들은 솔직히 일반적인 양평 쪽에서는 관심 없어요. 누가 갖고 있든 안 갖고 있든 중요한 게 아니라 원안대로 그냥 (해야 된다고 봐요.)]
두 종점 인근 주민들과 부동산 관계자들은 '땅값 상승' · '종점 위치'와 관련된 의견의 차이는 있지만 정치인 누구의 땅이 얼마나 이익을 취하는지는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 발언에 대해선 공통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강상면 부동산 중개업자B : 잘못된 거죠 백지화는. 원래 계획에 잡혔던 거를 누구 하나 때문에 이렇게(백지화) 하잖아요. 군민들을 생각해서 주말에 한 번 왔다가 가보라고 하세요. 여기 엄청나요. 진짜 짜증 나요. 여기 안 살아본 사람들은 몰라요. 앙평 6번 국도고 88번 국도고 주말에는 못 다녀요. 고속도로가 있어야지 접근성도 편하고 살기도 편하고 발전을 하게끔 만들어줘야죠.]
[양서면 부동산 중개업자C : 백지화는 안 돼요. 여기 있는 사람들 백지화될 거라는 생각은 아무도 안 해요.]
[양서면 주민: 여기 (교통량이) 엄청나니까 원하는 큰 그림에서 (고속도로가) 들어오는 게 맞고. 그렇지만 이제 지역적으로 여기냐(양서면) 저기냐(강상면) 이거잖아요. 정치적으로 백지화시키는 거지 사실은 공인들의 입장에서는 취할 태도는 아니죠.]
군민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고속도로 종점 논란은 현실적인 대안 없이 정치적 정쟁에 빠져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군민들 입장에서 부동산 혜택을 제외하고 교통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종점이 어디가 되든 간에 서울에서의 접근성 부분에서 10분~20분 정도의 시간적 손해는 발생합니다. 하지만 고속도로 사업이 백지화 된다면 양측 다 1시간~2시간의 시간적인 손해를 봐야 한다는 사실은 명백합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시작은 두물머리 근처 6번 국도의 교통정체 해소, 경기 동부권과 수도권을 잇는 교통편의 개선이 목적이었습니다.
결정짓지 못한 종점의 위치에 정치인들의 부동산이 존재하고 있는 '황당한 우연'이 진짜 우연인지 철저한 계획인지를 판가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고속도로를 사용할 지역민들에게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만큼,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지금이라도 고속도로 백지화를 철회하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기획취재팀=이효균·배정한·윤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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