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부, '친북 독립유공자 서훈 박탈' 추진 논란…"'색깔론' 농후"
입력: 2023.07.05 00:00 / 수정: 2023.07.05 00:00

민족문제연구소 "궁극적 목적은 친일파 재서훈"

국가보훈부가 친북 활동으로 논란이 된 독립유공자의 서훈 박탈을 추진한다. 시민사회 일각에선 이념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왔다. 사진은 박민식 보훈부 장관. /이새롬 기자
국가보훈부가 '친북 활동'으로 논란이 된 독립유공자의 서훈 박탈을 추진한다. 시민사회 일각에선 이념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왔다. 사진은 박민식 보훈부 장관.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정부가 '친북 활동' 등으로 논란이 된 독립유공자의 서훈 박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이념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독립유공자 서훈의 영예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가짜 독립유공자 논란'을 불식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가짜 유공자를 가려내는 기준이 '친일·친북 프레임'과 얽히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2일 국가보훈부는 "가짜 유공자를 가려내고 북한 정권 기여 등 친북 제외 기준을 명확히 하고 그 외 공과가 있는 독립운동가를 재평가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날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친북 인사는 독립유공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적었다.

박 장관은 "항일운동을 했다고 무조건 OK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건설이 아니라 북한 김일성 정권을 만드는 데 또는 공산주의 혁명에 혈안이었거나 기여한 사람을 독립유공자로 받아들일 대한민국 국민이 누가 있겠는가"라고 말해 좌익 논란이 있는 유공자를 배제할 뜻을 밝혔다.

이와 관련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4일 통화에서 "독립운동가의 사상을 검증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 실장은 "서훈 기준에서 북한 정권 수립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자, 북한 정권의 고위급 자리에 올라간 자는 안 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김원봉"이라면서 "정권에 따라 바뀐 적 없이 적용된 기준이다. 그래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도 많은 사회주의 독립운동가가 서훈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기준이 있었는데 뭘 더 적용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사회주의 독립운동가의 머릿속에 자유 대한민국을 지향했는지 공산주의 북한을 지향했는지 판단하겠다는 건데 이거야말로 모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 실장은 특히 지난 3월 7일 출범한 독립운동 훈격 국민 공감위원회에 대해 "심지어 그 심사를 역사학자가 아닌 사람이 한다. 정치학자, 사회학자, 법률가 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역사학계가 판단해야 하는 문제"라며 "역사학자들은 행적으로 판단하지 독립운동가의 사상을 검증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정권의 입맛이 작용할 여지가 생겼다. 서훈에 색깔론이 개입할 여지가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방 실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보훈부가 친일 행적으로 서훈이 박탈됐던 김성수나 서훈이 취소됐던 장지연에 대해 공과를 가려 재 서훈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밝힌 데 대해 "보훈부의 내심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갑자기 이런 걸 들고나온 건 반공주의를 주입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얄팍한 정략적 입장이 아닌가 싶다"고 봤다. 그는 "일제강점기 조선공산당과 1948년 이후 북한공산당은 전혀 다르다"며 "이걸 하나로 보면서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이 친북 북한 정권을 수립하려고 기여한 사람이라고 국민을 호도하고 우민화하고 반공 프레임으로 서훈 정책에 색깔론을 들이밀려는 의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념 논란을 촉발하고자 하는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방 실장은 "그렇게 본다"고 답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5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5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보훈부는 특별분과위원회를 꾸려 1만7000여 명의 독립유공자에 대한 서훈을 재평가할 계획이다. 특별분과위원회는 역사전공이 아닌 정치·사회·법률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11명 안팎의 위원을 장관이 직접 위촉한다.

이에 따라 친북 논란이 일었던 손혜원 전 민주당 의원의 부친 손용우와 다른 사람의 공적을 가로챘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원웅 전 광복회장의 부모 김근수·전월순 등이 서훈이 박탈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친일 논란으로 서훈이 박탈됐던 김성수, 조봉암 등은 독립유공자로 인정될 길이 열렸다.

이와 관련 서훈의 대원칙인 '선 항일 후 친일'을 깨뜨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은 전날(3일) 브리핑에서 "'친북 독립유공자'라니 무슨 뜨거운 아이스티 같은 말이냐"면서 "독립유공자란 말 그대로 독립에 기여한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를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독립유공자들이 일제 땐 있지도 않은 북한 김일성 정권을 위해 독립 투쟁이라도 벌였단 말이냐"며 "독립유공자를 선정하는 일에도 애먼 이념적 색채를 덧씌우느라 독립 투사들에게 '친북' 딱지를 붙이는 기이한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대변인은 "독립운동가의 헌신으로 조국은 해방됐지,만 우리 민족은 국가가 분단되는 아픔을 겪었다"면서 "그러나 분단의 아픔을 당연히 독립운동가들의 탓으로 돌릴 수 없으며 그 둘을 나누어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독립운동가들을 향해 후대의 인물들이 '너 김일성을 위해 항일 운동 한 거지'라며 관심법을 동원하는 것은 오히려 역사를 아전인수로 해석하는 몰역사적 관점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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