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성 발언, 김영주 부의장 '日 골프 논의' 논란
진정성 의심받는 野, 자극적 발언 삼가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크다. 여야의 정쟁이 고조되는 만큼 정치에 대한 혐오도 커지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에서 세 번째)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지난 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규탄 범국민대회'에 참여한 모습. /뉴시스 |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두고 여야의 공방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나라 바다에 방사성 물질이 유입되느냐에 대한 시각이 극명하게 갈린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따른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은 객관적·과학적으로 충분한 검증 없이는 안전성을 장담할 수 없다며 반드시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저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여당은 '오염수'를 일본 정부와 같이 '처리수'라고 칭하고 있다. 반대로 야권은 '핵 오염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야의 극명한 인식 차이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한 대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오염수의 인체 유해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데, 정치권마저 서로 자기 말이 맞다면서 목에 핏대를 세운다. 과연 어떤 게 사실인지 헷갈리는 국민은 답답할 노릇이다.
특히 수산물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크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7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우리나라 해양과 수산물을 오염시킬까 걱정되는지'를 물은 결과 '매우 걱정된다'가 62%, '어느 정도 걱정된다' 16%로 나타났다. '별로 걱정되지 않는다' 11%,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 9%로 집계됐다. 해양·수산물 오염 우려감('매우+어느 정도 걱정된다' 응답 비율)은 78%로 조사됐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장외 투쟁'에 나서며 여론전에 총력을 쏟고 있다.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 철회 촉구 결의안'을 단독 처리했던 민주당은 지난 1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대규모 장외 규탄대회를 열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정부·여당을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후쿠시마 핵 오염수를 마셔보고 가족들에게 권유하기 바란다"고 했다.
박세형 수협노량진수산 대표이사와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 류성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왼쪽부터)가 30일 오전 최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을 방문해 대화하는 모습. 김 의원은 '안심하라'는 취지로 수조에 담긴 바닷물을 마셨다. /서예원 인턴기자 |
깜짝 놀랄 만한 발언도 나왔다. 무대에 오른 임종성 민주당 의원 "저는 똥을 먹을지언정 후쿠시마 오염수를 먹을 수 없다"고 했다. 물론 사견이겠지만, 국민의 불안감을 더욱 키우는 부적절한 발언이다. 말 한마디의 파급력을 가진 국회의원들은 민주당원뿐 아니라 일반 시민도 지켜보는 곳에서는 더욱 신중하게 발언했어야 했다. 국민의힘이 연일 야당을 향해 '선전 선동' '괴담 정치'라고 비난하는 것이 꼭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민주당은 이달 전국을 돌며 규탄대회를 열 계획이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간 만큼 향후 민주당의 공세 수위는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내년 치러질 총선을 염두에 두고 오염수 이슈를 길게 끌고 가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이 국민의 반일 감정을 자극해 지지층을 결집하고 외연 확장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정치 전문가들도 민주당의 정략적 의도가 있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민주당의 장외 투쟁이 국민의 설득력을 얻으려면, 국민의 혼란과 불안감을 키워선 안 된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바대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국민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수위 높은 막말은 정치 혐오만 부추길 뿐이며, 가뜩이나 어려운 수산업 종사자들도 더 큰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민주당 소속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지난달 30일 본회의 도중 지인과 문자메시지로 '일본 북해도 골프 여행'을 논의하는 장면이 한 언론사 카메라에 잡혀 민주당의 진정성까지 의심받는 상황이다.
국민의힘도 불안감을 느끼는 국민을 위해 자극적인 발언은 삼가야 한다. 김기현 대표는 3일 주말에 집회를 열었던 민주당을 향해 "광우병 사이비 종교 신봉자들의 모습 그대로"라고 비난했다. 이에 더해 김영선 의원이 노량진 수산시장의 수조물을 들이키는 일종의 퍼포먼스를 어느 누가 공감할지 의문이다. 단적인 예지만, 최근 여야의 언행을 보자면 너무 지나친 감이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