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낙연 회동 '감감무소식'…계파 힘겨루기 탓?
입력: 2023.07.04 00:00 / 수정: 2023.07.04 00:00

친낙계, '신뢰 회복' 먼저…친명계 "빨리 회동하자"
전문가 "지금은 서로 만나도 민주당에 이득 없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의 회동 가능성을 두고 당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21년 대선 당시 오찬 회동을 갖고 있는 이 대표와 이 전 대표. /민주당 제공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의 회동 가능성을 두고 당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21년 대선 당시 오찬 회동을 갖고 있는 이 대표와 이 전 대표. /민주당 제공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의 회동 가능성을 두고 당내 계파 간 물밑 힘겨루기가 치열한 양상이다. 전 대표는 귀국 이후 정치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친낙(이낙연)계' 인사들도 현 민주당 체제에 '혁신'이 필요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대열을 갖추는 모습이다. 친낙계와 '당 통합이 우선'이라는 친명계 간 갈등 조짐마저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일 광주 5·18민주묘지와 민족민주열사 묘역을 참배한 뒤 '민주당의 혁신'을 거론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이런 때 제가 몸담은 민주당이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할 텐데 국민의 기대에 아주 미흡하다"며 "혁신은 민주당의 눈높이가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재명 체제'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 전 대표가 정치 보폭을 넓히자,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와의 회동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향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문재인 전 대통령 예방 등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때문에 문 전 대통령 예방을 마치고 나서 이 대표를 만나는 것이 수순 아니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달 24일 이 전 대표가 귀국한 직후 전화로 안부를 묻고 만남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전 대표가 이 대표를 향한 비판 기조를 숨기지 않았고, 측근 인사들도 이 전 대표와 이 대표 간의 '신뢰 회복'을 이야기하는 등 계파 간 남은 앙금을 숨기지 않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이른 시일 내에 두 사람이 얼굴을 마주 보는 것은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친낙계 윤영찬 의원은 지난달 30일 두 사람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 "우선 두 분 사이에 신뢰가 복원돼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2021년 대선 경선 이후 이 대표는 윤 의원이 이 전 대표가 선대위원장을 맡는 것은 어떻겠냐고 한 제안을 거절했다. 이후 배우자인 김혜경 여사의 이른바 '법인카드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이 대표가 이 전 대표에게 선대위원장직을 요청했다고 한다. 여기에 이 전 대표를 향한 '신천지 연루설' 등 여전한 '가짜뉴스' 등 문제에 대해서도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도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회동과 관련해 "지난달 24일 전화를 받은 이후로는 아직 연락이 없다"며 "두 사람이 만나면 서로 나라 걱정은 하겠지만, 민주당의 발전과 우리 사회의 신뢰 회복을 위해 할만한 이야기는 뭐가 있을지 진정성 있게 만나자 하는 구체적 제안을 하시지 않을까 싶다. 사실 지금은 이 대표도 이 전 대표에게 제안할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이 전 대표와의 회동 등에 대한 발언을 자제하며 신중론을 펼쳤다. /남용희 기자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이 전 대표와의 회동 등에 대한 발언을 자제하며 신중론을 펼쳤다. /남용희 기자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도 이 전 대표와의 회동 등 관련 발언을 자제하며 신중론을 펼쳤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이 전 대표가 민주당의 혁신이 당의 눈높이가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 맞춰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 것에 대한 생각'을 묻자, 답변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권칠승 수석대변인도 이날 최고위원회의 이후 이 전 대표와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 "(최고위 회의 등 당 지도부 차원) 이야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친명계 의원들은 '하나 된 민주당'을 위해 두 사람이 조속히 만나야 한다고 회동 시기를 빨리 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두 사람이 만나 당 통합 이미지를 구축해 여당과의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지난달 29일 MBC 라디오에 나와 "(이 전 대표가) 이 대표와 빨리 만나서 당 대표 중심으로 결속하는 방향으로 힘을 실어주는 게 좋다"며 "당의 단합과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민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의 단합을 촉진하는 역할을 기대한다"고 했다.

다른 친명계 의원도 통화에서 "(두 사람이) 당연히 만나야 한다. (시기로 따지면) 이미 늦었다"라며 "(현재) 윤석열 정부의 정치 실종을 비난하면서 정작 민주당 내부에서도 정치 실종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두 사람이 만나 통합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빠른 시기에 회동이 이뤄지기를 기대했다.

전문가는 당내 계파 간 물밑 힘겨루기가 지속되며 두 사람의 회동이 미뤄지고 있는 것이라며 서로 '적당한 타이밍'을 노리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는 당내 계파 간 물밑 힘겨루기가 지속되며 두 사람의 회동이 미뤄지고 있는 것이라며 서로 적당한 타이밍을 노리고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2021년 당시 이 대표와 이 전 대표 모습. /더팩트 DB
전문가는 당내 계파 간 물밑 힘겨루기가 지속되며 두 사람의 회동이 미뤄지고 있는 것이라며 서로 '적당한 타이밍'을 노리고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2021년 당시 이 대표와 이 전 대표 모습. /더팩트 DB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재명과 이낙연 두 사람의 회동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당내 계파 간 일종의 힘겨루기다. 힘겨루기를 한다는 이야기는 답답한 쪽에서 먼저 손을 내밀게 되어있다는 것"이라며 "이 대표는 자신의 체제 하에 혁신위를 운영하며 당내 성과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이 전 대표는 계파의 수장이지만 당내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한 신중한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먼저 만나자고 하기가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평론가는 이어 "결국 두 사람이 총선을 앞두고 화합을 이야기하고 싶을 때 서로를 부르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회동의 극적인 효과를 두고 서로 타이밍을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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