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與 대표와 나란히 앉았지만 대화 안 해
尹 향해 "발언 세다고 국방 강하지 않아" 일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제2연평해전 21주년 승전 기념식에 참석했다. 야당 대표가 제2연평해전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2년 만으로, 이 대표가 중도층 확장을 위해 국가 안보 관련 행보를 보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행사에 참석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이 대표. /뉴시스 |
[국회=송다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제2연평해전 21주년 승전 기념식'에 참석했다. 야당 대표가 제2연평해전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2년 만으로, 이 대표가 중도층 확장을 위해 국가 안보 관련 행보를 보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 대표는 승전 기념식에서 바로 옆자리에 나란히 참석했지만, 서로 대화는 나누지 않으며 여전히 '거리 두기'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해군은 경기 평택시 제2함대사령부에서 안상민 2함대 사령관 주관으로 열린 '제2연평해전 21주년 승전 기념식'을 개최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김기현 대표를 포함해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철규 사무총장,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 김병민·김가람 최고위원, 구자근 당대표 비서실장, 강민국 수석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민주당에서는 이 대표를 비롯해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 4성 장군 출신 국방위 야당 간사 김병주 의원 등이 자리했다.
'제2연평해전'은 2002년 6월 29일 오전 서해 연평도 서쪽 해상에서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군 경비정 '등산곶 684호'가 우리 해군 고속정 '참수리357호'를 기습 공격해 발발한 해전이다. 우리 측에선 참수리357호 정장 윤영하 소령(당시 대위)을 비롯해 한상국·조천형 상사, 황도현·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 등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다쳤다. 참수리 357호정은 당일 예인 중 침몰했고 같은 해 8월 인양됐다.
여야 당대표는 제2연평해전 전승비를 참배하고 기념식에 참석했다. 다만 서로 악수를 나눴을 뿐,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볼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두 대표는 최근 정책 TV 토론을 통한 만남 등을 논의했으나 현재까지 진척이 없어 사실상 불발됐다. 두 사람은 앞서 68주년 현충일 추념식(지난 6일), 6·25 전쟁 73주년 행사(25일), 2023 경향포럼(28일)에도 함께 참석했지만, 서로 교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기념사에서 "조국의 바다를 수호하다 희생한 6(명의) 영웅에 감사하며 유족에 깊은 위로의 말을 드린다. 작년 승전 행사 때 헌신과 희생정신을 헛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다짐했다"며 "제2연평해전은 대한민국 해군이 북한 도발을 막은 승전이다. 참전 장병들은 북의 기습에도 단 한 명도 물러서지 않고 즉각 대응해 NLL(북방한계선)을 사수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의 제2연평해전 기념식 참석은 이날이 처음이다. 민주당 대표가 제2연평해전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송영길 전 대표 이후 2년 만이다. /뉴시스 |
이 대표의 제2연평해전 기념식 참석은 이날이 처음이다. 민주당 대표가 제2연평해전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송영길 전 대표 이후 2년 만이다. 지방선거 이후였던 지난해 6월 우상호 비대위원장 당시엔 참석하지 않았다. 이 대표에 앞서 2021년 당시 송 대표, 2015년 문재인 대표, 2013년 김한길 당시 대표가 제2연평해전 승전 기념식에 참석한 바 있다. 특히 2021년 참석 당시에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로 처음 민주당 대표가 제2연평해전 기념식에 참석한 것이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연평해전에서 우리 군인들의 희생이 컸다"며 "제2연평해전은 국민들에게 국가를 지키는 게 어떤 의미인가를 국민들에게 가르쳐 준 교훈적인 사건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잊지 말고 기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제2연평해전 기념식 참석을 두고는 1년 채 남지 않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국가 안보 문제를 챙겨 보수층 및 중도층을 확장하기 위해 움직임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행사 참석 이후 오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연평해전 21주년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6명이나 전사하는 일이 벌어져 안타까운 역사적 사건"이라며 "강한 국방력으로 이긴 건 자랑스러워할 만하지만, 가능하면 전쟁, 또는 전투가 벌어지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흔들리지 않는 평화로 용사들의 넋을 기리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강력한 국방력을 바탕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은 국가안보의 기본이다. 싸울 필요가 없도록 평화를 구축하고 전쟁 피해를 막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안보"라고 적었다.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발언이 세다고 국방이 강하지 않다. '우월한 전쟁 준비', '확전불사', '종전선언 왜곡' 등은 극우 유튜버들에게 어울리는 언사"라고 일침했다. 제2연평해전 기념식에 참석한 이 대표. /이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
또 윤 대통령을 향해서는 "발언이 세다고 국방이 강하지 않다. '우월한 전쟁 준비', '확전불사', '종전선언 왜곡' 등은 극우 유튜버들에게 어울리는 언사"라며 "국민을 갈라치고 대결을 조장하기보다 국민을 통합하고 국민들께서 안심하실 수 있도록 실적과 성과로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지켜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지난 28일 한국자유총연맹 제69주년 창립기념행사 축사에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겨냥해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말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당 지도부도 제2연평해전 승전 관련 메시지를 내놓으며 국가안보 확립을 강조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우리 바다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던진 순국 영령들의 고귀한 희생을 잊지 않겠다"며 "이 대표는 평택 제2함대를 방문해 제2연평해전 21주년 승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순국 영령들의 고귀한 희생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라고 전했다.